[이 아침의 시] 곁 / 류미야

서대선 | 기사입력 2018/11/19 [08:45]

[이 아침의 시] 곁 / 류미야

서대선 | 입력 : 2018/11/19 [08:45]

 

상자 속 귤들이 저들끼리 상하는 동안

 

밖은 고요하고

평화롭고

무심하다

 

상처는

옆구리에서 나온다네, 어떤 것도.

 

# 조금은 떨어져 있어야 더욱 향기롭고 달콤하게 오래가는 관계가 있다. 귤 같은 사람이 그렇다. 한때 ‘대학나무’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제주도 특산 귤은 모양도 예쁘고, 달고 향기까지 겸비한 과일이다. 그러나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고 껍질이 두껍지 않아 밀폐된 상자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오래지 않아 썩게 된다.

 

귤의 속성을 닮은 사람들이 자칫 밀폐된 상자와 같은 조직 속에 들어가게 되면, 폐쇄적인 조직 내에서 파생할 수 있는 동조(conformity)의 압력에 굴복하게 되어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또한 권위를 이용해 갑질 하는 리더에게 응종(compliance)하게 되어 반사회적이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마치 밀폐된 상자 속에 갇힌 귤처럼 집단의 압력에 휘둘리게 되어 정신적 효능, 실제적 검증, 도덕적 판단 등이 더욱 나빠지는 경향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집단사고가 가능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응집성이 높은 집단 속에서 외부와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소수의견이 묵살되며, 수직적이고 지시적인 리더 밑에서 대안을 세우지 않는 행위가 만연해 있는 경우이다. 밀폐된 귤 상자 속 같은 집단에서는 외부에서 위험이 닥쳐도 지도자의 결정만 기다리고 스스로 집단을 합리화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은 만장일치로 움직인다는 환상과 이 집단에는 어떤 취약성도 없다는 착각으로 맹종하려는 경향이 있다. 혹여 누군가 귤 닮은 당신 “곁”에 바짝 다가와 단내가 솔솔 나는 이야기를 건네거든 재빨리 그 자의 “옆구리”를 살펴볼 일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