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의 고사성어와 오늘] 당랑규선(螳螂窺蟬)

송금호 | 기사입력 2024/04/18 [15:14]

[송금호의 고사성어와 오늘] 당랑규선(螳螂窺蟬)

송금호 | 입력 : 2024/04/18 [15:14]

매미를 잡으려 엿보고 있는 사마귀가 기실 자신을 노리고 있는 참새가 뒤에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만 어두워 뒤에 따를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력놀음에 취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만(傲慢) 방자(放恣)하게 구는 권력자를 비웃거나 비판할 때 인용하기도 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 오(吳)나라 왕 부차(夫差)는 월나라 공략에 성공한 후 자만에 빠져 월(越) 왕 구천(勾踐)을 죽이라는 오자서(伍子胥)의 충언을 묵살했다. 오히려 간신 백비(伯嚭)의 중상모략을 믿고서 재상인 오자서를 죽이기까지 했다.

 

가시가 많은 장작위에서 자며(臥薪.와신) 일단 복수에 성공한 부차는 오만스러워졌고, 월나라 미인 서시(西施)의 치마폭에 빠져 유락(遊樂)에 빠졌다. 이 틈을 타 월나라 구천은 쓸개를 씹으면서(嘗膽.상담) 재기와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의 유래가 여기다.

 

오나라 충신들은 월나라 구천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며 간언(諫言)했지만 부차는 막무가내로 물리치니, 뜻있는 신하들과 백성들의 근심은 날로 커갔다. 

 

어느 날 아침 태자 우(友)가 젖은 옷을 입고서 활을 든 채 부왕인 부차(夫差) 만났다.

 

“너는 아침부터 무엇을 그리 허둥대느냐?”고 부차가 물었다.

 

이에 아들 우(友)가 “아침에 정원 높은 나뭇가지에 매미가 앉아서 울고 있었는데, 그 뒤를 보니 사마귀(螳螂) 한 마리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홀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사마귀를 먹으려고 노리는데, 사마귀는 통 그 기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급히 참새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만 활 쏘는 것에 정신이 팔려 그만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제 옷이 적셔진 것은 이 같은 연유이옵니다.”라고 답했다.

 

자식의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언짢아진 부차는 “그래 그것이 어떻다는 말이냐?”면서 역정을 냈다.

그러자 우는 “천하에는 이런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예컨대 제(齊)나라는 까닭 없이 노(魯)나라를 쳐서 그 땅을 손에 넣고 기뻐했지만 우리 오(吳)나라에게 그 배후를 공격받고 대패를 했듯이 말입니다.”

 

그러자 부차는 “너는 오자서가 못다 한 충고를 할 셈이냐? 이제 그런 소리는 신물이 난다”며 자리를 박차면서 태자 우를 크게 질책했다.

 

월나라 구천을 굴복시킨 뒤 자만(自慢)에 빠져서 충신들의 간언을 듣지 않은 부차는 결국 상담(嘗膽)을 하면서 재기를 한 월나라 구천의 침입을 막지 못하자 자결했고, 오나라도 멸망해버렸다.

 

전국시대 말기 사람으로 도가(道家)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이 일화를 빗대어 ‘모든 사물은 본래 서로 해(害)를 끼치는 것이며, 이(利)와 해(害)는 서로가 서로를 불러들이는 것“이라면서,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사물과 사물의 인과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뜨겁다 못해 용광로 같은 총선이 끝났다. 잘못을 감추거나 애써 외면하면서 표를 달라는 여당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준엄한 회초리를 휘두른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오만과 자만에 빠져 권력을 휘두른 후과(後果)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정부 여당이다. 앞 뒤 재지 않고서 총선에 올인(all in)하는 듯한 여권의 무책임한 행태는 뒤에 어떤 국정혼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당랑규선(螳螂窺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권 뿐 아니다. 예산이나 관련 규정은 외면한 채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공약을 수없이 남발한 여야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공약이든지, 무슨 말이든지 내 뱉고,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정치인들에게는 반드시 사물과 사물의 관계에서 오는 법칙에 따라 참새, 활, 웅덩이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송금호(소설가)

※외부 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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