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의 고사성어와 오늘] - 중과부적(衆寡不敵)

송금호 | 기사입력 2023/09/26 [10:30]

[송금호의 고사성어와 오늘] - 중과부적(衆寡不敵)

송금호 | 입력 : 2023/09/26 [10:30]

적은 수효로는 많은 수효를 대적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얼핏 패배주의를 앞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맹자(孟子)가 오만과 자만을 앞세운 임금의 패도정치(霸道政治)를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전국시대 천하를 주유하면서 왕도(王道)를 역설하던 맹자가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을 만났다. 당시 선왕은 강대국이던 진(秦)나라와 초(楚)나라 등 다른 나라들을 무력으로 굴복시키고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었다.

 

맹자가 선왕에게 “지금 제나라가 진, 초 두 나라의 조회(朝會)를 받고 오랑캐를 어루만지고자 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緣木求魚)과 같이 불가능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욕심을 추구하면 마음과 힘을 다하더라도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입니다. 1,000리 사방에 아홉 개의 나라가 있는데 제나라 하나가 여덟을 굴복시키려는 것은 ‘과고불가이적중’(寡固不可以敵衆. 무리가 적은 것은 무리가 많은 것을 이길 수 없다)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말 그대로만 풀이한다면 적은 것이 많은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뜻으로 얼핏 ‘패배주의’를 앞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만(傲慢)과 자만(自慢)을 경계하고 무력을 앞세우는 패도(霸道)를 비판하면서 쓴 말이다.

 

패도(霸道)는 인의(仁義)를 가볍게 여기고 무력이나 권모술수로서 공명과 이익만을 꾀하는 것으로, 전국시대 때 제후가 실력주의로 다른 제후와 백성을 통제하려 했던 것을 말한다.

 

맹자는 이어 “왕도(王道)로서 백성을 기쁜 마음으로 복종시킨다면 모두가 임금의 덕에 기꺼이 굴복할 것이며, 천하 또한 임금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백성을 도와서 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라면서 말을 맺었다.

 

여기서 왕도정치란 덕(德.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행하려는 어질고 올바른 마음이나 훌륭한 인격)으로서 정치를 하는 것으로 덕치(德治)라고도 한다.

 

현대에 와서 보면 패도정치는 히틀러의 나치와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롯해서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 안으로는 무력이나 권력을 앞세워서 언론 등 국민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반민주주의 정치이다.

 

무력으로 정치를 하면 힘이 부족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복종하는 것 같지만 자발적인 것이 아니기에 마음으로는 강한 거부감과 반발심을 품고 있다. 그런 권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다름없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가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

 

대한민국에서는 요즘 검찰공화국이라는 단어가 회자(膾炙)되고 있다. 물론 칭찬이 아니고 비판이다. 검찰은 엄청난 권력이고 법으로 무장한 무력이니만큼 국민들은 떨고 있다. 재수 없이 걸리거나 표적이 되면 영락없이 나락(奈落)으로 떨어진다고 우려하면서 한 숨 쉬는 사람들도 많다.

 

오만과 자만과 욕심이 바탕이 된 무력의 패도정치가 나라를 망치듯이 모든 것을 검찰 권력으로 재단하는 검찰무력으로는 좋은 정치는커녕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권력의 칼로 잘라도 또 잘라도 다시 싹이 자라난다는 명제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그마나 희망인 것 같다.

 

송금호(소설가)

※외부 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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