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고사(故事)에서는 오만한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쓰였다.
유방(劉邦)을 도와서 항우(項羽)를 격파하고 한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서한삼걸(西漢三傑) 중 한 사람인 한신(韓信)은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이다. 유방은 천하가 평정된 뒤 한신을 일컬어 “백만의 무리를 엮어 전쟁에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이기는데 있어서 나는 한신만 못하다”(吾不如韓信)라면서 극찬했을 정도다.
초한전쟁의 패권이 마무리되어가는 즈음에 유방과 한신이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방이 “한신, 네가 볼 때 나는 군사를 얼마나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신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폐하는 십만 명이면 가능하겠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뭐? 백만 대군을 휘하에 거느리고 있는데 겨우 십만 명이라니, 기분이 상해진 유방이 다시 물었다. “그럼, 한신 너는 얼마나 거느릴 수 있느냐?” 그러자 한신은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如臣, 多多而益善耳)”라고 대답했다.
이에 열이 받은 유방이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왜 나에게 사로잡혀 내 밑에 있느냐?”라고 쏘아붙였다. 아차 싶은 한신은 그때서야 “폐하는 장수를 거느리는 장수이십니다.”라고 둘러댔지만 이미 유방의 마음은 멀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은 한신의 안하무인(眼下無人)과 오만(傲慢)한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며, 나중에 한신이 유방으로부터 토사구팽(兎死狗烹)되어 숙청되는 비극을 맞는 조짐 중 하나였다.
이에 이 고사를 잘 아는 중국에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낼 때 쓰인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오만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아야 좋은 평판(評判)을 얻을 수 있다. 서양에서도 ‘정치나 사업에서 성공을 하려거든 좋은 평판(good reputation)을 얻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국민을 대표해서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에게 답변을 하는 대한민국 일부 국무위원들의 태도를 보면 오만과 자만을 넘어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깐죽거리는 경우도 있다.
국민들에게 답변을 해야 하는 국무위원의 처지를 망각하고서 오히려 국회의원에게 따지고 거꾸로 질문도 한다. 겸손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것을 정치적 싸움으로 인식하거나 그 쪽으로 몰고 간다. 뻔한 사실도 큰소리를 지르면서 억지를 쓰는가 하면, 헌법을 위반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국회의원과 맞장 뜨는 모습을 보이거나 야당 국회의원을 뭉개는 것이 절대 권력자에게 잘 보여서 장관 수명이 연장되고, 자신의 정치적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도 큰 오판이다.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누가 국민들에게 오만한지, 누가 국민들에게 겸손한지. 그리고 심판의 날에는 반드시 그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헌법 제 1조 2항에 명시된 국민주권을 단호히 행사할 것이다.
송금호(소설가) ※외부 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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