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환율, 무역수지 적자, 경기침체 등 악재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몰아쳐 오는 경제위기는 물론 북한과의 강 대 강 대결의 국면에서 오는 안보 위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다가 민주주의도 위기다. 여기저기서 언론을 탄압하는 징후가 뚜렷하고, 국민감정과 다툼을 벌이는 권력의 모습도 버젓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어이없는 희생을 당했지만 권력자들은 그 권능을 누릴 줄만 알았지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권능과 권한은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모두가 나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에 대통령을 뽑아서 정부를 구성하게 하고, 그들이 국민 대신 국가를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권력이 교만과 오만을 넘어 방자해지고, 급기야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권력의 남용으로까지 이른다면 반드시 국민의 저항은 물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수천 년의 인류 문명사를 되새김하면서 그 속에 담겨진 사물의 의미와 교훈을 얻는 것이다.
고사(故事)지만 엄연한 역사 두 가지를 들춰내보자. 어처구니없게도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꽤 비슷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중국 주(周)나라 때의 이야기다. 2,700여 년 전 주나라 10대왕인 여왕(厲王)은 폭군이었다. 그는 백성들이 마음대로 산에 들어가서 나무를 할 수 없게 하고, 열매를 따는 것조차 엄금했다. 강이나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조차 금지했다. 국가 소유의 토지에서 농사를 지어 겨우 먹고 살았던 백성들은 생활상의 부족함을 겨우 보충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이 막히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급기야 온 나라 백성들은 이런 왕을 소리 높여 비방했다. 그러자 여왕은 관리들을 앞세워 백성들을 감시하고. 이웃나라에서 무당을 불러와서는 점을 쳐서 사람들을 잡아다 죽였다. 무당의 점괘에 걸린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목이 잘렸다. 그렇게 잔혹한 형벌은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여왕은 신하인 소공(召公)에게 “이거 보거라, 이제 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어떠냐?”라면서 자랑스레 말했다.
이에 소공이 말하기를, “그것은 백성이 말을 못하게 억지로 막는 것으로,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길을 막는 것보다 더 큰 잘못입니다. 백성에게 말하는 입이 있는 것은 대지에 산천이 있어 거기서 재물을 비롯한 갖가지 것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백성이 마음껏 말하도록 하면 거기서 정치의 잘하고 못하는 것이 다 반영되어 나옵니다”라고 충언했다.
그러나 여왕은 이 말을 귓가로 흘러버리고는 폭정을 계속했다. 이후, “백성의 불만과 원성이 자자한데, 이러다가는 난(亂)이 일어나기 쉬우니 조속히 백성들을 핍박하는 법을 고쳐야 한다”라는 소공의 계속된 충언도 무시하고 4년간의 폭정을 일삼은 여왕은 결국 백성들이 일으킨 대규모 폭동에 의해 쫓겨나고 말았다.
자신의 폭정을 비판하는 백성들의 입을 막고자 무당까지 동원해서 공포정치를 자행하다 임금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나라를 망조(亡兆)들게 했다는 주(周) 여왕(厲王)의 역사적 교훈이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결코 먼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두 번째는 중국 춘추시대 정(鄭)나라의 정치가인 정자산(鄭子産)의 언로(言路)에 대한 이야기다.
정자산이 국사(國事)를 관장하는 경(卿)이 되어서 성문법(成文法)을 만들고, 토지제도를 정돈하는 등 개혁을 추진하자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향교(鄕校)에서 비방하는 소리가 나오고 각종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한 참모가 나서서 “정치를 비방하고 각종 유언비어는 물론 음모를 꾸며내는 곳이 향교인데, 이번 기회에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자산은 “그곳은 권력을 쥔 사람들의 장단점을 논하는 곳이 될 것이다. 그들이 칭찬하는 점은 유지하고 비난하는 점은 고치면 될 터이니 우리 선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서 “충성스럽게 백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백성의 원망도 줄어들 것이다, 위엄과 사나움만 가지고는 원망을 막을 수 없다”라면서 언로를 막아버리자는 참모의 주장을 뿌리쳤다. 정자산의 이런 정치로 백성은 편안하고, 국가는 부강했다.
왕조국가체제인 2,500년 전에도 이렇게 자유로운 언로와 여론을 중요시했다. 하물며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가?
송금호 작가
※외부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송금호 칼럼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