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의 총선 준비가 벌써 한창이다. 분열 조짐을 보이는 군소 정당을 흡수하거나 통합하는 일,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일은 당 안팎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당 지도부와 반대세력, 주류세력과 비주류세력들은 합종연횡의 수 싸움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공천 경쟁에서부터 본선에서의 승리 전략을 짜기 위한 개인과 정당의 몸부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다.
지금 여의도는 권력을 잡기 위해 북핵 문제, 일본의 경제보복, 국내 경제 상황의 심각함과는 무관한 듯 그들만의 리그전에 빠져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이게 전쟁터다. 오직 내년 총선이다.
정치 정당에는 공식적인 기구로 정책연구원들이 존재한다. 여당인 민주당에는 민주연구원이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을 준비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의도연구소를 지난 2013년 여의도연구원으로 개칭하면서 더 많은 세미나를 열고 정책 개발 및 자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바른미래정책연구원을 갖고 있다. 정의당은 정의정책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많은 진보정책을 생산해 내고 있다. 거의 모든 정당이 연구원을 설치해 정당 정책을 개발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 정강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일부 정당의 경우 혁신과 쇄신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총선 후보 물갈이를 위한 논리를 개발하고 인재 영입을 위한 작업을 당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정당의 연구소 또는 연구원은 사실상 총선이나 대선을 대비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을 뛰어 넘어 홍보 전략, 여론 조사 등 거의 모든 선거 대책을 짜는 경우가 많다.
연구원장을 힘 있는 인사, 즉, 실세가 맡을 경우 인재 영입, 선거 전략 등 모든 분야를 두루 다루는 ‘정치 설계’를 하는 일도 있다. 이런 ‘정치 설계’는 정당 연구소 또는 연구원만 하는 게 아니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부터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유력정치인까지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무실을 차려 놓고 개별적인 ‘정치 설계’를 하고 있다. 요즘은 비교적 조용하기는 하지만 ‘정치 설계’의 시기다.
그중 여당의 민주연구원장 역을 맡는 양정철 원장의 분주함이 눈길을 끈다. 그는 국정원장, 검찰총장 후보(정확히는 후보 예측), 서울시장을 비롯한 여권 출신 광역자치단체장을 만나고 다녔다.
미국까지 건너가서 미국의 싱크탱크중 하나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관계자를 만나서 정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대응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에 따라 경제단체 싱크탱크와 4대 그룹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그의 이런 행보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의 싱크탱크들이 보여주지 못한 적극적이고 활달한 행보다. 특히 그는 미국을 다녀와서 ‘이제는 민주당이 경제에 집중할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새삼 심각한 경제 현실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고도 있다.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다만 조금 걱정이 된다. 요즘 정가에서는 이처럼 거침없는 양정철 원장의 행보에는 ‘힘’과 ‘의도’와 ‘계획’이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닌가 하는 눈초리가 다수 있다. 향후 치러질 총선과 그 이후의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에 대한 여권의 ‘설계’가 이 분을 비롯한 몇몇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회자된다. 작금의 행보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이른바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 설계’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서는 조용함에 대한 미학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장이 전에도 이런 활발하고도 분주한 나날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양 원장은 과거 민주연구원장과는 사뭇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양 원장이 이제야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런 요란함을 떠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이미 현존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측근인 ‘3 철’ 중의 한 명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양 원장에 대해 이처럼 뒷말이 나오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모처럼 정당의 연구소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기대를 조금이나마 갉아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안타깝다.
양 원장이 이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바람몰이’ 같은 거침없는 광폭 행보를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조용하고 진중한 자세로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한다. 모처럼 정당의 연구소가 제대로 된 ‘정치 설계’를 해 줄 것도 기대해 본다.
송금호 문화저널21 자문위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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