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제헌절에 생각하는 바다 없는 헌법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7/19 [09:23]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제헌절에 생각하는 바다 없는 헌법

윤학배 | 입력 : 2023/07/19 [09:23]

  © 문화저널21 DB


지난 7.17일은 75주년 제헌절이다. 우리나라 초대 헌법이 1948년 7.12일 제헌국회에서 통과되어 7.17일 제정,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2008년 이전에는 국경일이자 공휴일이었으나 지금은 공휴일에서는 빠져있다. 

 

7.17일은 1392년 이씨왕조의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 조선이 개국한 날이기도 하는데 새로운 대한민국의 헌법 공포일을 여기에 맞추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하튼 다행스럽게도 현재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과 자유 시장 경제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아준 소위 '헌법의 아버지?‘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물론 그들의 개인적인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쉬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헌법에 바다가 없다는 점이다. 헌법상 국가의 기본구성은 국민과 그 영토(주권적 영역이 보다 정확한 개념으로 생각된다)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헌법 3조의 영토조항에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조선시대와 유교적 사고체계인 육지위주의 관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인 우리 영토 조항에 바다가 없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은 누구나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 영토(領土)와 영해(領海)와 영공(領空)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땅과 바다와 하늘은 상하위의 개념이 아닌 동등한 개념이자 상호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우리 헌법에 바다관련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의 마지막 9장 '경제' 부분을 보면 제 120조와 제 123조에 수산자원, 어민과 어업보호 내용이 농업과 농민 관련 내용의 끄트머리에 함께 묶여 다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제헌 당시에야 우리 경제가 농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바다산업이라야 영세한 연근해 어업정도로 큰 비중이 아닌 수준이었기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1948년 제헌헌법 이후 1988년 2월 25일 직선제 개헌에 이르기까지 9차례의 개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우리 헌법에 더 이상 바다는 없다. 아니 논의나 고려 대상 자체가 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최근에는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나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나 개헌 논의가 이슈화 되곤 한다. 물론 9차 개헌 이후 그동안 이십 수년간 개헌은 논의만 이루어지고 실제로 개헌이 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이는 헌법의 정신이나 새로운 시대상황을 고려한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등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개헌논의를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개헌 논의시에는 바다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주권적 영역과 관련한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개념과 바다의 이용과 보전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책임과 권리 등이 당연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바다 없는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와 우리 경제와 우리 국민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다를 헌법에서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실망과 안타까움을 넘어 시대적 사명을 우리가 저버리는 것이 아닐까?

 

75주년 제헌절에 우리 헌법과 우리 바다를 다시 생각한다. 내년 76주년 제헌절에는 바다가 포함된 새로운 헌법의 탄생을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헌법에 바다를 허(許)하라.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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