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에펠탑과 웸블리, BBC의 뿌리는 EXPO이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3/11/01 [09:13]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에펠탑과 웸블리, BBC의 뿌리는 EXPO이다

윤학배 | 입력 : 2023/11/01 [09:13]

요즘 언론을 보면 우리 대통령이나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해외 방문을 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현안중 하나가 바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아닌가 한다. 

 

또한 TV, 신문 등에도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고 응원하는 광고가 많이 보인다. 우리는 2012년 미항 여수에서 열린 세계박람회를 기억하고 있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는 항구 도시 여수가 상징하듯 해양박람회로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 그 주제였다. 

 

보통 박람회는 산업부 주관인데 여수박람회는 해양이 주제였기에 이례적으로 해양수산부가 주관부처로 유치, 개최, 사후활용 등 모든 과정을 담당 하였다. 전국에 박람회라는 명칭을 가진 행사가 많이 개최되지만 명칭만 박람회이지 실제는 전시회나 이벤트이다. 

 

당초 근대적 의미의 박람회는 자국의 국력이나 발전상을 자랑하고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위주로 개최되었다. 세계 최초의 엑스포는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로 일명 수정궁(Crystal Palace) 박람회이다. 당시 영국은 최전성기인 빅토리아 여왕시대로 산업혁명에 성공한 이후 대영제국, 소위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 시대를 향유하던 때였다. 

 

박람회 이름은 수정처럼 빛나던 건물에서 유래된 것인데, 당시만 해도 매우 귀하고 비싼 재료인 유리와 철제 빔 구조만으로 박람회 전시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 구조물은 온실 정원을 제작하는 설계자의 아이디어에 나왔는데 반짝이며 빛을 내는 온통 유리로 된 멋진 박람회 건물이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들어서자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런던 하이드 파크에 위치해 있던 수정궁 건물은 박람회 이후 런던 근교 크로이돈(Croydon)으로 이전하였는데 안타깝게도 1936년 화재로 전소되어 사진만 남아 있다. 이를 기념하여 Croydon에는 Crystal Palace라는 지명이 있고 또한 영국 프리미어 프로축구(EPL) 팀 중에도 한 때 이청용 선수가 활약했던 FC Crystal Palace라는 축구팀이 있다.  

 

영국 축구의 성지 하면 웸블리 구장(Wembley Stadium)을 떠 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 웸블리 구장이 원래는 축구장이 아니라 1923년 개최된 런던 박람회 개최장소로 건설된 것이었다. 이 웸블리에서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잘 알려진 퀸이나 비틀즈, 마이클 잭슨 등 당대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개최되었고 최근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 BTS가 공연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세계 최초의 방송국으로 1923년 첫 라디오 방송 전파를 통해 그 탄생을 알리게 된다. 그런데 첫 방송 프로그램이 바로 1923년 런던의 웸블리 구장에서 개막된 대영제국박람회의 개막을 알리는 당시 영국의 군주 조지 5세의 개박선언 방송이었다.

 

1851년 수정궁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 이후 1853년 미국 뉴욕에서 신대륙 최초로 박람회를 개최하였는데 여기에서 엘리베이터가 최초로 선보였고, 1878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필라델피아 박람회에서는 벨(Bell)이 발명한 전화기가 출품되었다. 이후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리박람회가 개최되었다. 

 

파리에 가면 반드시 방문하게 되는 에펠(Eiffel) 탑은 이 파리 박람회를 위한 것으로 파리박람회의 대표적 유산이다. 이 에펠탑을 설계한 에펠은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설계하였고 파나마 운하 공사에도 참여한 당시 최고의 구조전문가였다. 또한 1893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시카고 박람회가 개최되는 등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박람회의 역사를 주도하게 된다. 미국은 이후 여러 차례 박람회 개최를 통해 전구, 축음기, 필름이나 카메라 등 새로운 발명품들이 최초로 전시되고 이것이 상품화되어 이제는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우리가 참가한 최초의 세계박람회는 조선말기 고종 시절인 1893년 미국 시카고 박람회이다. 그런데 당시 청나라는 조선이 자신들의 속국이라며 시카고 박람회 참여를 방해했다고 하는데 고종이 미국에 협조를 요청해 어렵사리 참여하였다 한다. 

 

당시 조선은 대표단 3명과 악공 10여명이 참가하였는데 선박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이동하였다. 시카고 박람회에 참가한 조선도 ‘조선 전시관’을 개관하여 갓, 병풍, 화살, 옷감과 악기, 부채 등을 전시하고 악공들이 국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조용한 동방의 잠자는 은자의 나라 조선이 처음으로 해외 무대 그것도 이역만리 미국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데뷔하는 대단히 역사적인 사건(?)이다. 당시 박람회 참여는 고종이 청나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하나로 미국의 영향력이나 협조를 구하는 정치외교적인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선언에 불과했지만 청나라의 지배권을 거부한 것이 1897년이니 시카고 박람회 참여가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동방의 은자의 나라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가 부산에서 2030 세계 엑스포를 개최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세상이 변했음을 실감케 한다. 우리 모두 11.28일 박람회 유치 성공의 낭보를 기대해 본다. 

 

Busan is ready.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