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로즈마리에서 바다의 향기가

윤학배 | 기사입력 2023/10/11 [14:25]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로즈마리에서 바다의 향기가

윤학배 | 입력 : 2023/10/11 [14:25]

우리나라는 한여름이 시작되는 7월로 접어들면 어김없이 장마철이 시작되지만 유럽 지중해는 1년중 가장 기후가 좋은 건기이자 햇볕이 강한 계절이 된다. 이 시기에 지중해안을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주색이나 분홍색을 꽂을 피는 로즈마리이다. 지금 10월의 가을은 로즈마리 향이 가장 강한 시기이기에 이를 채집하고 활용하기 위해 로즈마리 줄기와 잎사귀를 채취하는 때이기도 하다. 

 

요즘은 대부분 집에 크고 작은 화분을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 그중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로즈마리(Rosemary) 아닐까 한다. 로즈마리는 원산지가 지중해로 작은 나무종류인 관목 식물이자 허브이다. 그 잎에서 특유의 향도 나고 키우기도 쉬워서 인기가 제법 많은 식물이다. 이 로즈마리는 허브이기에 요리에 잡내와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 좋은 향이 있기에 향수와 비누 등 미용재료로도 각광을 받고 있고 로즈마리 오일은 아주 인기 있는 오일중 하나이다. 또한 기억력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학생들 방에 두기에도 적격인 그야말로 팔방미인격인 식물이자 꽃이다. 

 

이 로즈마리의 꽃말은 ‘정절 또는 정조’이다. 그래서 과거 17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로즈마리는 정절과 사랑, 믿음의 징표로 결혼식에서 많이 사용되던 식물이자 꽃이었던 것이다. 이전 중세시대에 페스트가 창궐하던 때에는 강한 향으로 인해 공기정화용 식물로 애용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다방면에서 애용되고 사랑받는 로즈마리이다. 

 

그런데 이 로즈마리가 바로 바다에서 유래하고 있다. 로즈마리는 바로 바다에서 나왔다. 로즈마리 Rosemary는 라틴어 ‘로스 마리누스 Ros Marinus’에서 나왔는데 바로 ‘바다의 이슬’이라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원산지도 지중해 바닷가의 척박한 땅이고 지금도 바닷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바다의 이슬과 바람과 소금기를 머금고 자란 로즈마리는 그리스 로마시대서부터 애용되던 바다가 주는 대표적인 선물이었다. 그러고 보면 로즈마리는 그 이름에 들어있는 rose 즉 장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라틴어를 소리나는 대로 영어식으로 옮기다 보니 현재의 로즈마리가 된 것인데 그럼에도 Rosemary라는 영어의 의미와 표현도 그럴듯해 보인다. 

 

참고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긴급한 상황이 되면 구조신호로 SOS를 발신하면서 구두로는 ‘메이데이 메이데이(mayday, mayday)’라고 구조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영어의 의미인 5월이나 5월 1일 노동절(May Day)과는 무관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메이데이는 프랑스어로 ‘나를 구해주세요’를 의미하는 ‘브네 메데 Venez m’aider’의 마지막 단어 ‘메데’를 들리는 대로 영어로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작은 로즈마리 꽂을 보게 되면 바다를 떠올려 주면 어떨까! 어디선가 창밖으로 상쾌하고 기분 좋은 로즈마리 향이 가을 단풍에 실려 오는 듯하다. 바다가 주는 향을 머금은 바다의 이슬 로즈마리이다. 

 

로즈마리에게서는 바다의 향기가 난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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