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이름 없는 네모 선장과 희토류 독립의 꿈

윤학배 | 기사입력 2023/12/12 [05:01]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이름 없는 네모 선장과 희토류 독립의 꿈

윤학배 | 입력 : 2023/12/12 [05:01]

우리 몸은 많은 필수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그중에서도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바로 괴혈병에 걸려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다. 지금은 4차 산업시대라고들 한다. 이러한 4차 산업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반도체이고 여기에는 당연히 희토류가 필수다. 우리 몸의 비타민 C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희토류인 것이다. 희토류 없는 4차 산업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런 희토류를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 희토류 공급 시장은 중국과 남미의 볼리비아 등 몇몇 국가가 독과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가 품질이 좋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도 우리 사정과 비슷하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희토류 수급의 심각성과 절박함을 절감한 바 있다. 그래서 해결 방안을 찾은 것이 바로 바다이다. 일본은 2024년 말부터 자국 EEZ인 태평양 6,000미터 심해저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는 것을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삼고 있다. 희토류 독립을 바다에서 이루고자 한다. 바다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해 4차 산업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것이 일본의 국가 목표다.

 

바다 광산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것은 우리 인류가 제법 오래전부터 상상해오던 것이었다. 공상과학소설의 선구 작가로 꼽히는 프랑스의 쥘 베른Jules Verne이 1870년에 쓴 ‘해저 2만 리’에는 이미 바다 밑 광산에서 자원을 캐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 적 ‘해저 2만 리’에 나오는 네모Nemo 선장과 그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호 이야기는 바다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의 나래를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상상했던 잠수함과 우주선은 이제 상상 속에서 걸어 나와 우리들의 눈앞에 와 있다. 미국의 최초 원자력 잠수함의 이름이 노틸러스호다. 바로 이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호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선장 이름 ‘네모’의 뜻이 ‘이름이 없다’라는 의미다. 우리말로는 ‘무명씨無名氏’ 정도로 해석이 된다. 2003년 어린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 만화 〈네모를 찾아서Finding Nemo〉의 물고기 이름 네모도 여기에서 나왔다. 시대를 떠나 이름은 없어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네모’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중심으로 각종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는 남·서태평양 심해저 광구 11만 제곱킬로미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통상 심해저는 수심 500미터 이하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심해 자원은 500~6,000미터 깊은 바다에 존재한다. 우리도 그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남태평양의 클라리온 클리퍼튼Clarion-Clipperton 해역에서 해저 광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포함 모두 남·서·북쪽의 태평양 4곳과 인도양 1곳에 우리의 광구를 등록하였다. 바다 밑 심해저에는 활화산 형태의 열수광상熱水鑛床이 많이 있다. 이런 열수광상에는 화산에 마그마가 분출되듯이 지구 중심에서 망간, 니켈, 크롬, 리튬 등 소위 희토류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이러한 뜨거운 희토류 물질이 차가운 바닷물과 접촉하면 바로 굳어지는데, 이렇게 굳어진 것을 ‘망간단괴’ 또는 ‘망간각’이라 부른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30여 종의 다양한 희토류가 추출된다.

 

이제 4차 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희토류 독립을 바다에서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일본도 2024년부터 바다에서 희토류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본보다 늦을 이유가 없다. 이보다 국가적으로 더 필요하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일이 또 있을까! 우리 육지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불가능한 희토류 독립을 바다에서 이루어 낸다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모든 국민이 인식할 것이다. 바다에서 이룬 희토류 독립은 진정한 바다 가치의 실현이자 진정한 해양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다는 진정한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대한 희토류 독립 만세!”를 외쳐 본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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