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서울은 항구다. 바다시민(Seatizen)이 되자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3/22 [07:01]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서울은 항구다. 바다시민(Seatizen)이 되자

윤학배 | 입력 : 2023/03/22 [07:01]

서울은 바다의 도시, 항구도시다

 

지금도 한강에 가 보면 밀물과 썰물 때에는 그 수위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강하구와 김포를 통해 바다와 연결된 마포(麻浦)는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 조선의 수도인 한성(漢城)의 주요 관문이자 항구인 마포나루였다. 

 

한강 바로 건너편 염창동(鹽倉洞)은 뱃길을 통해 운반되어 온 한성시민의 소금수요를 대비한 소금 저장 창고였다. 광나루(광진구)와 잠실 나루는 지금도 그 이름에서 ‘나는 바다와 연결된 항구야!’ 라고 잊혀짐을 아쉬워하며 역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량진(鷺粱津)도 그 이름에서 보듯이 조선 수군의 주둔지로서 한성을 수비하는 군사적인 기능을 가진 군항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이 노량진에는 배를 관리하고 포구를 관리하는 도승(渡丞)이라는 관리가 상주하면서 과천이나 시흥에서 한성으로 들어가는 연결나루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노량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한성과 제물포를 연결하는 경인선이 출발하는 시작 역으로서 의미도 있는 데 육지나 해상에서 매우 중요한 교통요충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강은 지금이야 많은 댐과 보로 단절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한강하류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연결되어 춘천과 충주까지 선박이 운항되었다. 지금 우리의 수도 서울은 잠실과 신곡 수중보, 그리고 한강하류의 DMZ로 인해 바다와 단절 아닌 단절이 되었지만 당연히 한강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그러기에 당연히 서울은 바다의 도시이자 항구 도시였다. 트로트 유행가처럼 목포는 항구다, 그리고 서울도 항구다

 

▲ 한강에 설치될 곤돌라 조감도 / 서울시 제공

 

한강 르네상스와 서울 르네상스

 

최근에 한강에 여러 가지 상징적인 구조물이나 시설을 세우고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이전에 추진되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흐지부지된 바 있는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다시 불 붇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바다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다행이고 환영할 만하다. 

 

이러한 구상들은 서울이 바다의 도시이자 항구도시라는 전통을 되살리는 사업인 동시에 세계에 천명하는 사업이다. 이제 육지의 개발과 정비만을 통해서는 미래 서울의 발전과 우리나라 중추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왔다고 본다. 이제 서울의 이미지를 육지에서 물과 바다로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단지 경인운하와 한강하구를 통해 물리적으로만 바다와 연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민의 마음과 생활이 바다와 연결되고 바다를 닮은 것으로 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노량진 자체가 이름에서 보듯이 과거 수군이 주둔하던 군사항만이자 조운선의 기항지요 수산물시장이 아닌가! 이 노량진에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수도권 최대의 현대화된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닌 것이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보면 바로 옆에 커다란 운동장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그곳이 과거 노량진 수산물 시장터이다. 

 

이 부지가 바로 서울을 바다의 도시로 되살리는데 아주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강과 연결되어야 하고 바다로 이어져야 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서울에서 바다를 맛보고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서울 속의 바다, 아니 서울을 바다의 도시로 만드는 서울 르네상스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바다도시 ‘Seaty’의 바다시민 ‘Seatizen’

 

또한 군사목적 등으로 조성된 신곡 수중보와 하천관리 목적으로 조성된 잠실 수중보에 대한 구조변경 등을 통해 선박의 운항과 물고기와 해양생물의 이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들여다 볼 때가 되었다. 

 

한강에 커다란 선박이 운항하고 크루즈 선박과 요트가 기항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신이 날 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런던의 템즈강이나 파리의 세느강을 직접 가보면 이 정도로 작은 강이었나 싶을 정도로 강폭과 수량이 형편? 없다. 우리의 한강은 템즈강이나 세느강 보다 훨씬 잠재력이 큰 강이다. 

 

유럽 여행을 가서 템즈강과 세느강 그리고 다뉴브 강을 보면서 왜 우리의 한강은 저렇게 안 될까 하는 생각은 가진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한강을 바다와 연결시키고자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바다를 잊고 살아서 이다. 한강을 보면서 홍수관리와 상수원 공급 대상으로 상류로만 고개를 돌렸지 더 중요한 하류와 바다를 잊었던 것이다. 애써 외면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서울에 바다를 되돌려 줄 때이다. 

 

서울에서 바다를 느끼고 체험하는 진정한 해양 도시 서울의 부활과 한강 르네상스를 통한 서울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서울은 바다의 도시 ‘서울 Seaty’이고 서울 시민은 ‘바다시민 Seatizen’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 외부필진의 기고,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