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우리는 호모 씨피엔스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3/16 [09:49]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우리는 호모 씨피엔스다

윤학배 | 입력 : 2023/03/16 [09:49]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호모 씨피엔스로(Homo Seapiens)

 

바다 없는 우리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바다가 없다면 우리 인류의 존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 바다 없이 우리 인간의 존재가 출현이 될 수 있었을까? 대답은 자명하다. 결단코 우리는 바다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현재의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한다.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 인류를 ‘호모 씨피엔스(Homo Seapiens)’라 부르는 것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우리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시작되고 나왔으며 바다가 결정하는 지구의 기후 속에 살며 바다가 주는 식량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바다인류 바로 ‘호모 씨피엔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다 없는 볼리비아, 3월 23일 공휴일 '바다의 날' 지정

요르단은 작은 바다를 위해 서울 10배 면적 유전지역 양보

바다 한 뼘 없는 내륙국가 45개국

 

그런데 우리는 바다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바다가 우리일상에 무슨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바다는 나하고는 무관한 저 멀리에 있는 선원들이나 어민들의 바다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우리는 바다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바다를 육지의 보조역할에 머무는 대상으로 보아서 육지의 쓰레기를 바다에 그냥 버리거나 폐수를 바다에 그대로 방류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또한 해안선의 직선화와 육지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그 귀한 갯벌을 마구잡이로 매립하였느니 2021년 유네스코( UNESCO)가 우리 갯벌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 등재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문화저널21 DB

 

이리 망가지고 헐뜯긴 갯벌도 세계 자연유산의 하나가 되었으니 자연 그대로의 우리 갯벌은 얼마나 대단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것인지 상상을 초월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의 해안선은 15,000km에 달한다. 영토면적에 비해 엄청난 길이인데 이 해안선도 과거 100년 전에 비해 20%정도 해안선 길이가 감소한 것이 그렇다. 바로 매립 때문이다. 하기야 바다와 갯벌을 매립한 덕?에 우리 육지의 영토면적은 대폭 확장되어서 10만 km2를 초과하게 되었으니 바다를 희생하고 얻은 성과라면 성과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바다를 확보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나라들이 있다. 중동의 요르단은 홍해 구석에 있는 아카바(Aqaba)만에 해안선 26km를 갖기 위하여 이웃 국가인 사우디에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석유가 나는 유전지역을 양보하였다. 

 

26km의 바다와 해안선이 석유가 나오는 유전보다 더 귀한 것이다. 남미의 내륙국 볼리비아는 바다가 없어도 3.23일을 공휴일인 바다의 날로 기념하며 바다 갖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렇게 귀한 바다를 우리는 삼면으로 가지고 있다. 참으로 천만다행이고 행복한 나라인 것이다. 우리는 바다가 귀하고 소중한 중 알아야 한다. 

 

유엔 회원국 195개국중 바다 한 뼘 없는 내륙국가가 45개국에 달한다. 내륙국가가 되어 보면 바다가 얼마나 귀한지 피부로 절감한다. 이 귀한 바다를 귀하게 대하고 보살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도 이제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씨피엔스로 진화해야 할 때이다.

 

  © 문화저널21 DB

 

바다는 우리의 일상이다

커피, 인터넷 등 모든 일상은 바다 없이 설명 안 돼

 

더욱이 우리 일상생활을 돌이켜 보면 바다를 떼 놓고는 말할 수 없다. 매일 한순간도 손에서 떠나지 않는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휴대폰은 전화이자 휴대용 개인 컴퓨터이다. 그런데 이 컴퓨터의 인터넷 용어가 바다에서 유래하고 있다. 

 

로그인과 로그아웃은 선박에서 쓰는 업무기록인 항해일지(logbook)에서 나왔으며 다운로드(download)와 업로드(upload)는 물건을 배에다 싣고 내리는 과정이고 그리고 포털(portal) 사이트는 항만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인터넷 용어가 바다에서 유래하고 있으니 바다는 인터넷의 어머니이다. 바다 없이는 인터넷도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또한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는 바다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맛 좋은 모카커피는 커피를 수출입 하던 예멘의 모카(Mocha)항에서 유행하던 커피였다. 세계적인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이름부터 로고까지 완전히 바다에서 나왔다. 이제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꿈꿀 것이다. 해외여행에 필수품 여권(passport)은 말 그대로 항구 통행허가증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TV 등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앵커(anchor)인데 이 앵커가 우리 바다사람들의 생명줄인 선박의 닻인 것이다. 배가 표류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 주듯 뉴스나 프로그램의 흐름을 잘 잡아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바로 앵커이다. 학자들이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어원은 바로 ‘사바사바’ 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바사바가 바로 바다 물고기에서 나왔다. 

 

또한 멍텅구리라는 말 또한 바다 물고기 이름에서 유래했으니 우리가 부지불식중에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말과 이름이 바다에서 나온 것이 많고 또 많은 것이다. “어! 이것도 바다에서 나왔어!”라고 놀라듯이 바다는 우리 일상에 알든 모르든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에게 바다는 한여름 해수욕장이나 생선회를 먹을 때나 생각되는 바다를 넘어 아침부터 저녁 잠자리까지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대상이다. 물론 하루하루를 바다와 함께하는 우리 어민들이나 선원들이 ‘호모 씨피엔스’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바다를 소중히 여기고 일상에서 바다가 숨 쉬고 스며들어 있음을 깨닫고 있다면 우리 또한 진정한 호모 씨피엔스일 것이다. 바다는 우리의 일상이고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바다인류 호모 씨피엔스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 외부필진의 기고,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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