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호수(Walden Pond)를 다녀와서

신 영 | 기사입력 2008/10/20 [06:40]

월든 호수(Walden Pond)를 다녀와서

신 영 | 입력 : 2008/10/20 [06:40]
▲ 월든 호수(walden pond)에서     ©신영

월든 호수(walden pond)를 다녀와서 

 
오늘(10/13/2008)은 columbus day로 아이들이 공휴일을 맞았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이니 딸아이가 있는 업스테이트 뉴욕의 syracuse university에 다녀올 계획이었다. 짝꿍(남편)은 새로운 비지니스 오픈 준비로 많이 바쁘니 두 녀석을 데리고 셋이서 다녀오란다. 짝꿍이 운전하면 5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이지만 아무래도 나와 큰 녀석이 운전을 한다면 6시간에서 7시간은 소요되는 시간의 거리이다. 딸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운전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녀석을 대동하고 움직이는 준비가 마무리 되었는데….
딸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업이 월요일 이른 시간에도 있을뿐더러 약속이 두 개나 있으니 굳이 오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말에 어찌나 섭섭하던지 말이다. 물론 11월 말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는 집으로 오기에 기다리면 되지만 엄마의 마음은 못내 서운했다.
 
물론, 두 녀석은 썩 가고 싶지 않았을 게다. 운전을 하고 가서 누나의 얼굴 잠깐 만나고 저녁 먹고 하룻밤 자고 돌아와야 하는 일에 별로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엄마를 혼자 보내기 미안해서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녀석들이 고맙기만 했다.
 
오늘 아침 생각이 떠올랐다. 두 녀석을 데리고 집에 있자니 좀 시간이 아까운 마음에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고 그렇게 생각이 머물렀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이 가을에는 '사과밭'에 가기도 하고 동물원에 가기도 했었는데 이제 녀석들이 커가니 갈만한 곳 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시간이 나면 각자 자기네들 스케줄이 바쁘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시간이 당연히 즐겁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열심히 함께 다니고 싶은 이 엄마의 마음을 이 녀석들이 알기나 할까. 그저, 귀찮다고 말하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오늘 우리는 멀리 누나가 있는 업스테이트 뉴욕의 syracuse university 기숙사보다 아주 가까운 '오두막 작은집'이 있는 월든 호수(walden pond)를 다녀오기로 했다.
 
월든 호수(walden pond)는 미 동북부 메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의 콩코드에 위치한 숲 속의 작은 호수이다. 우리 집에서 30분 정도 남쪽으로 운전을 하고 보스턴에 가까운 콩코드에 이르면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여느 호수들처럼 계절을 따라 옷을 갈아입는 월든 호수는 언제나 여유로운 명상을 안내한다. 10월에 만난 월든 호수는 그 어느 계절보다도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가을 단풍이 호수에 오색찬란한 빛으로 여울지는 모습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창조주의 손길에 감사와 찬양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월든 호수(walden pond)에서  
         
             숲 사이를 비집고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자리 
             나무 끝에는 남은 여름이 타고
             노랗게 물들다
             붉게 물들이다
             남은 초록의 기억들마저
             푸른 하늘이 안고 내려와
             월든 호수(walden pond)에서
             오색찬란한 하늘이 열리고
             잊었던 추억이
             잃어버렸던 꿈들이
             결 따라 기억을 안고 넘실댄다
 
            숲 속 나무이파리 샛길에
            오두막 작은 문이 열리면
            햇살 너머 푸른 꿈 달려오고
            통나무집 아저씨 새벽을 열며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에
            흥얼거리며 하루를 맞고
            익숙한 고독에
            저녁 놀 붉어지면
            삶의 가장자리 찰싹이는 숨결
           호흡하는 영혼의 쉼터에서
           아직도 바래지 않은 꿈을
           잊히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옛날 소로우가 걸었던 숲길을 지금 내가 걷고 있다. 이 호숫가에서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고 소리없이 다가와 볼에 스치는 바람 그리고 저녁 놀 서산으로 기울 시간 깊은 명상에 잠겼을 소로우의 숨결과 마주한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소로우가 만나고 느끼고 누렸던 그 숲 속의 작은 비밀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지금 나의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지는 이 숨결의 감사가 온몸의 혈관을 통해 흐르고 있다. 그토록 자연을 사랑하다 자연이 된 한 영혼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간 이의 숨결을 느끼며 나도 흙내를 맡는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 월든(walden) 中에서.
 
오늘도 월든 호수(walden pond)를 찾아나선 끊이지 않는 발길에 감사한 날이다. 현대문명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깊은 영혼의 숨결이 그리워 찾아온 이들에게 말간 '영혼의 쉼터'이기도 하다. 깊은 명상(묵상)의 시간에 긴 호흡으로 말간 기운이 흐르길 소망한다. 문명에 시달리고 지친 자연의 아픔이 내 가슴이 되고 내 숨결이 되어 함께 호흡하는 것이리라.
 
 자연과 사람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나누는 우리로 있는 한 우리는 오늘도 꿈을 꾸리라. 내일의 소망과 희망을 그리고 꿈을 간직한 오늘을 살리라. 저토록 아름다운 오색으로 물든 단풍을 보면서 작은 숲 속 호수에 담긴 오색의 물빛을 보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호흡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와 찬양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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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신 영 /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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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트로스 2009/10/25 [19:53] 수정 | 삭제
  • '월든' 호수에 다녀오셨다니 부럽기만 합니다. 저도 30년 넘게 소로우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아직 월든을 못 가보았습니다. 정말 아쉽고, 갑자가 마음이 아프네요.
    2008년 가을에 쓰신 글인데, 1년이 지나 또 가을이 되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대신 과천 서울대공원의 호수 두곳을 해마다 갑니다. 그곳을 못 볼까봐 죽기도 아까운 내가 사랑하는 풍경이랍니다. 우리나라의 가을도 심신이 부풀도록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내나라의 가을에 감사합니다.
  • 신 영 2008/10/24 [21:05] 수정 | 삭제
  • 고맙습니다, 깎쟁이님!
    곱게 내려주신 마음 감사히 담습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10월에 만난 월든은 더욱 깊은 생각을
    만들어 주더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겨울 월든'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가을도 넉넉하고 풍성한 누림이소서!
    .....ㅎㅏ늘.
  • 깎쟁이 2008/10/22 [21:45] 수정 | 삭제
  • 월든호수를 거닐며 작품구상을 하였다는 그 유명한 월든호수
    참 좋은 곳에 다녀오셨군요
    데이빗 소로우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가득 담는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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