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의 언덕에 올라 ...

신영 | 기사입력 2008/08/20 [04:48]

불혹(不惑)의 언덕에 올라 ...

신영 | 입력 : 2008/08/20 [04:48]
 
▲ massachusetts 동네의 호숫가에서     © 신 영

불혹(不惑)의 언덕에 올라 
 
"어쩌다 보니 이 나이가 되었어요." 하시는 연로하신 어른들의 말씀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가슴이 되어 간다. 그래, 어려서는 부모님의 사랑 아래서 귀염둥이로 응석받이로 모두가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하며 서로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하나 둘 낳고 바쁘게 살다 보니 훌쩍 사십의 나이를 맞고 불혹의 언덕에 올라 서 있는 것이다.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이 나이가 되면 조금씩 깨닫게 된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일이 수없이 많았고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고 탓하며 지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실망과 좌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오늘을 맞은 것이리라. 지난 것들은 그래서 모두가 그리움이 되는가 싶다. 기쁨은 기쁨대로, 아픔은 아픔대로,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남아 또 하나의 추억과 기억을 마련해 준다.
 
후회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지내 놓고 보면 아쉬움 투성이의 삶인 것을 말이다. 지난 시간을 거울삼아 내일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마음먹어보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불혹의 언덕을 올라 인생의 중간 결산을 해보고 싶어 '인생의 손익계산서'를 하나 작성해 본다. 이것저것 메모를 하다가 그래도 마음에 남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라도 곁에 있는 친구와 선후배를 떠올리면 참으로 남는 장사이지 않은가.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말이다.
 
남편과 만나 죽도록 연애를 하고 떨어져서는 못 살것 같아 결혼했다. 좋은 것은 잠깐 가정을 이루고 그에 딸린 시댁 가족들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고 복잡한 관계들에 힘겹기도 했었다. 한 가정의 아내의 자리와 세 아이 엄마의 자리 그리고 며느리의 자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짐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기쁨보다는 슬픔과 고통의 날도 가끔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니 그때의 시간은 내게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 앞에 웃음 하나 피식 지어본다.
 
불혹(不惑)이라 함은 그 어디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 나이 사십은 인생에서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가정을 꾸린 후 철모르던 아내와 새댁 시절도 보내고 어설프던 엄마의 모습도 지낸 나이가 되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가끔 남편에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멋있고 맛나는 여자(아내)가 또 있어요?" 하고 말이다. 불혹의 언덕에 오르니 삶에 대해 더욱 정직해지고 싶어졌다.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멋과 맛이 저절로 흘러 넘치는 아름다운 나이가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생각과 행동이 그리고 언행이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올 수 있도록 매일 마음을 갈고 닦는 일이 우선일 게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이 그 무엇 하나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여건에 맞춰 욕심부리지 말고 성실히 오늘의 삶을 만나고 느끼고 누리는 일이 참 행복의 길이다.
 
불혹(不惑)의 언덕에 올라 깊은 생각을 만나는 것은 그 어떤 것에도 욕심보다는 열심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멋지고 맛나는 불혹(不惑)의 언덕에서 하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지천명(知天命)을 기다리는 오늘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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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신 영 /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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