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공존과 조화

신 영 | 기사입력 2008/10/13 [10:30]

다름의 공존과 조화

신 영 | 입력 : 2008/10/13 [10:30]
▲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의 뉴포트(newport)에서     © 신영

 
어찌 그리도 다를까.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 부모의 가르침에서 자랐는데 세 아이의 성격이나 가진 각자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 가끔 농담 섞인 물음을 남편에게 던진다. "아이를 하나 더 낳았더라면 어떤 아이가 태어났을까?" 하며 웃음을 나눈다. 사내아이들만 키우는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이런 얘길 한다.

"나는 며느리를 얻으면 딸처럼 잘해 줄 거야!" 고마운 마음이다. 하지만 어찌 딸아이를 키워보지 않고서 다른 집에서 자란 며느리를 딸처럼 여길 수 있단 말인가. 또한, 딸아이를 키우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아들 녀석들을 키워보지 않고서 어찌 그 극성스러움을 알까.

친정에 아들이 없던 탓에 아버지는 늘 조용한 여자 아이들 속에서 시끄러움을 잘 모르셨다. 또한, 당신의 성품도 늘 조용하신 편이셨다. 조용한 여자 아이들만 키우다 이종사촌(이모네 오빠들)들이 방학이라 놀러 오면 며칠을 잘 견디시다, 못내 어머니께 언짢은 표정을 짓곤 하셨다. 문을 열고 닫는 사소한 일도 쿵쾅거리지 않으면 닫히지 않는 듯 쾅쾅 소리를 내며 여닫는 녀석들에 아마도 며칠이 불편하셨을 게다.

하지만, 어머니께는 친정 조카들의 방문이라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셨을 게다. 내가 귀찮다고 다른 이도 함께 귀찮아할 수도 없는 것이 세상살이가 아닐까. 문득, 친정 얘기를 하다 보니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5년 전에 친정 조카(큰언니네 막내아들)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올봄에 또 다른 친정 조카(막내 언니네 딸)가 함께 살게 되었다. 단 한 번의 불편한 내색 없이 있는 남편이 고맙고 감사한 날이다.

이 세상에는 단 하나도 똑같은 것은 없으니 창조주의 오묘하심과 신비에 놀라고 만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너와 내가 만나 어우러져 우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이고 축복이 아니겠는가. 내게 없는 것을 네가 가지고 있고 네게 없는 것을 또 내가 가지고 있으니 감사이지 않을까. 하지만, 어찌 이 마음이 들기까지 그리 쉽기만 했을까.

"별것도 아닌 것이 껍죽거리네!" 부터 시작하여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잡이내리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인정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는 욕심과 탐욕과 허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에는 '열등감'이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함을 나 자신이 먼저 인정을 해줄 수 있었다면 다른 사람의 장점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칭찬해 줄 수 있었으리라.

남을 인정해 주지 못한 마음은 '자존심'도 '자만심'도 그 무엇도 아니다. 내가 그 사람과 다른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얼굴 생김새도 보이지 않는 깊은 마음의 성향도 모두가 다르다. 자라온 가정의 환경이나 사회적인 환경에서의 삶이 모두가 다른 것이다.

다른 사람도 항상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내 마음이 있을 뿐이다. 그 착각에서 시작해서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하고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실망도 크고 상대방을 무시해 버리는 일도 가끔 있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만이 그 착각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인민 자들이 모여 이룬 미국 땅에서 살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수없이 셀 수 없는 다민족 속에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또한, 다양한 종교를 갖고 있고 그들 자신마다 귀하고 값진 신앙관을 가진 것이다. 이렇듯 다민족들이 모여 사는 드넓은 이 땅은 그 누구보다도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모두가 다르기에 낯설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민 1세들은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의 낯섦과 서러움의 세월을 지냈으리라. 그러나 이민 2세들에게는 더없이 드넓고 광활한 '꿈과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모두가 다른 것들 속에서의 공존과 조화를 이미 몸으로 마음으로 익히고 배운 것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미 다른 것을 익히고 받아들였다. 정작 어른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부정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될 수 있으면 유색인종에 대해 부정적인 언어를 조심하려 애를 쓴다. 아이들이 pre-school(유아원)에 입학했을 때,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혹여 차별 대접을 받으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 한때가 있었다.

그렇게 kindergarten(유치원)과 elementary-school(초등학교) 그리고 middle-school(중학교)과 이제는 아이들이 모두 high-school(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엄마가 걱정했던 그 차별에 대해서는 엄마의 걱정일 뿐이었다. 다른 것 속에서 빨리 적응하는 것도 어찌 보면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건일지도 모른다.

나를 알고 나 아닌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은 삶에서 중요한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분명한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나 자신과 다르다고 피해갈 수는 있겠지만, 피해 가는 일만이 해결 방법은 아닐 것이다. 나와 다른 것들이 공존하는 속에서 다른 것들과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일은 또 다른 세상 속에서의 꿈을 키우는 일이다.

이 가을 뉴잉글랜드의 아름다운 단풍을 상상해 보라. 초록의 푸른 여름 나뭇잎들이 가을을 맞아 각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오색단장을 시작한다. 이렇듯 자연을 만나면 아름답고 신비롭고 경이롭다. 자연들은 그 무엇 하나 네가 나와 다르다고 불평을 하지 않는다. 이 가을을 만나며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요?"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창조주의 높으심과 피조물의 감사와 찬양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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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신 영 /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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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영 2008/10/13 [21:24] 수정 | 삭제
  • 고맙습니다, 초롱꽃님!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시고
    안아주시는 마음 감사히 담습니다.
    저도 '문화저널21' 공간에서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 가을도,
    넉넉하고 풍성한 누림이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ㅎㅏ늘.
  • 초롱꽃 2008/10/13 [12:35] 수정 | 삭제
  • 항상 타국땅에서 보내시는 좋은 글
    삶의 향기가 가득한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항상 삶의 활력소가 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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