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된 포스코의 ‘디스카운트’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7/13 [08:56]

준비 된 포스코의 ‘디스카운트’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7/13 [08:56]

▲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포스코 로고.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철강회사다. 반은 맞고 나머지는 틀렸다. 포스코는 최근 자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포스코가 첫 손에 내세우는 분야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다.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가 될 이차전지에 포스크는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새롭게 거듭나려는 포스코의 정점에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이 있다. 포스코의 새로운 먹거리는 그의 기획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에서 또 빠졌다. 폴란드는 2차 전지 소재 관련 유럽의 거점. 포스코와도 연이 많은 곳이다. 이런 그를 두고 여러 얘기들이 나온다. 이른바 '최정우 패싱' 논란을 뿌리칠 수 없게 된 상황. 포스코의 미래는 그를 외면하는 현 정부와 어떤 발맞춤을 해야 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정우 없는 포스코는 자연스레 이야기될 수 있을까. 

 

포스코, 철강회사 넘어 ‘2차전지 소재 사업’ 지향  

포스코 “향후 3년간 전체 투자비의 46%를 쏟아부어 이익 창출할 것” 

 

11일 오후 서울 강남 소재 포스코센터에선 ‘제2회 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가 열렸다. 이 자리에 선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대표이사 사장)은 “향후 3년간 포스코그룹 전체 투자비의 46%를 이차전지소재사업에 쏟아부어 2026년부터 이익을 창출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현재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회사이기도 하지만, 이차전지소재 영역에서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

 

▲ 11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회 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에서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2030년까지 62조원. 정 총괄이 내세운 목표다. 지난해 설정한 목표(41조 대비 51%)보다 상향했다. 자신감이 반영됐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이차전지산업 초기에 소재사업 집중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것이며, 특히 향후 3년간 그룹 전체투자비의 46%를 이차전지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해 2026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이차전지소재라는 분야를 ‘선택’, 그리고 전사적 자원의 ‘집중’을 통해 이익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익만 추구해서는 괜찮은 기업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포스코의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정 총괄)이 될 전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이날 포스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소재분야 2030년 성장 목표를 발표했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생산능력 총 42만 3천톤, 매출 13조6천억원, 고순도 니켈 24만톤 확보, 매출 3조 8천억, 리사이클사업을 통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톤 생산능력 확보, 매출 2조2천억원, 양극재 100만톤 체제 구축, 매출 36조2천억원, 음극재 37만톤 체제, 매출 5조2천억원, 차세대소재 9천4백톤 등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글로벌 영업 노하우와 자체 기술이 접목된다면 어려운 목표도 아닐 거라고 평가한다. 포스코의 자신 있는 선언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다는 것. 

 

2차전지 소재 사업, 포스코 최정우의 기획과 계획

최정우 회장, 대통령 순방 사절단에 속하지 못해 

순방 국가인 폴란드, 2차전지 소재 관련 유럽 거점

 

그룹의 향후 먹거리가 될 이차전지소재사업은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의 기획과 계획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포스코HY클린메탈 준공식에서 “양극재, 전구체, 리튬, 리사이클링 등 지속적인 투자로 포스코그룹을 세계적인 이차전지소재 대표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중인 폴란드는 유럽 이차전지의 핵심거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최 회장은 이번에도 경제사절단에 합류하지 못했다. 5번째 불참이다. 포스코는 해당 국가에 큰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해명했지만 포스코의 폴란드 내부 공장은 규모가 상당할 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포스코는 폴란드 브젝돌니 지역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산업단지에 포스코HY클린메탈의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준공하면서 폴란드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블랙매스'에서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추출하는데, 재활용 원료인 블랙매스는 폴란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에서만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지속가능한 자원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려면 폴란드 현지 공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그룹 내 온갖 정보를 취합해 듣는 최 회장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3일 포스코 포항 본사에서 열린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식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최정우 패싱이라는 내외부 평가

최 회장에서 끊겨버린 순방 행보

그림의 떡(?)’ 한계가 보이는 비전

 

최정우 패싱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시가총액 기준 재계 5위의 대기업.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대통령의 순방 때는 경제사절단으로 수행하곤 했다. 전임 회장들이 거쳤던 행보가 최 회장 대에서 끊겼다. 포스코 그룹으로선 뼈아픈 시간이다. 

 

최 회장이 왜 대통령실의 명단 밖으로 떨어져 나갔는지 아직 신뢰할 만한 보도는 없었다. 추측하기론 최 회장이 전 정부 사람이라 이 정부 눈에 탐탁지 못하게 느껴진 것 아닌가 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고, 설사 아니라 하면 더 큰 문제다. 이유가 미궁 속에 놓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물론 그룹의 새로운 목표는 이차전지소재 사업으로 글로벌 기업에 우뚝 서는 것이다. 회사의 자체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부와의 공조도 중요하다. 회사 내외부에선 ‘정부에 외면받는 최 회장이 그룹 내 역량을 깎아 먹는 존재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회의 섞인 소리가 새어나온다. 이미 이 정부의 패싱 대상인 경영자라는 꼬리표가 뒤따라 붙는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라 회장 선임이나 인사 문제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인선에 정부의 입김이 닿는 일이 오랜 관행이었다. 때문에 마냥 정부 의중과 무관한 인사가 회장 혹은 임원으로 낙점되는 일은 드물었다. 최 회장 역시 전 정부의 의중이 묻은 인사. 새 정부에선 그걸 ‘때’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11일 포스코 밸류데이에서 선포한 포스코의 미래는 분명해보인다. 이차전지소재 그룹으로서의 글로벌 대표 기업 진입. 2030년까지 62조원이라는 뚜렷한 매출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그 중심엔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있을까. 최 회장의 그룹 내 장악력과 포스코 대관 부서의 업무 영역이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유난히 기업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윤석열 정부였다. 세계 곳곳을 순방하며 윤 대통령과 이른바 4대 총수의 얼굴이 한 그림에 잡히는 장면은 익숙하게 다가왔다. 기업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는 반드시 풀 것이라며 대통령은 약속하기도 했다. 그렇게 친근하던 대통령이 유독 포스코와는 냉랭하다. 최 회장과 함께 자리를 함께하지도 않았다. 사진은 언감생심. 

 

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 사업에 기업 내 4할에 달하는 투자 자원을 들이붓는다는 각오다. 이 장대한 구상에 정부의 지원은 몇 할 정도 합류할까. 시장은 최근 포스코의 행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가 주식 시장에서 철강뿐만 아니라 리튬 업체로서도 자리매김했다”며 “리튬 사업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전망의 구성원 가운데 최정우 그룹 회장의 자리가 희미하다는 것이 현재 포스코의 한계처럼 보인다는 소리가 나온다. 전사적 노력의 허퉁하게 빈 어느 구석 한 곳이 최 회장의 자리라고 한다면 너무한 억측일까.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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