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칼럼] 정치인이 음악을 배워야 하는 이유

강인 | 기사입력 2022/09/05 [09:29]

[강인 칼럼] 정치인이 음악을 배워야 하는 이유

강인 | 입력 : 2022/09/05 [09:29]

음악 장르(Genre)에 있어서 실내악(室內樂, Chamber Music)은 서양 고전음악의 한 분야로서 소규모 기악 합주곡의 하나이다.

바로크 시대에 태동된 실내악은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이 이를 근대화하여 현재의 형태로 정립하였고, 이어서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으며, 그 후 수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통해 실내악은 서양 음악의 주요 양식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33년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던 작곡가 홍난파 선생이 귀국과 동시에 조직한 ‘난파 3중주단'이 한국 최초의 실내악단이다.

 

실내악은 음악 이전에 아름다운 인간미의 표현 그 자체이다. 이는 각 악기 간의 협업을 통해 조화를 추구하는 음악 형태이기 때문이다.

 

▲ 1933년 결성된 한국 최초의 실내악단인 ’난파 3중주단‘​


일반적으로 연주자의 속성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실내악 연주의 특징은 조화를 위해 나를 죽여야 한다. 

 

한국인은 ‘양보’나 ‘타협’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다.

 

저마다 나라를 위하는 애국자라고 소리를 높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유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협업을 통한 조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인은 개인은 우등(優等)이고, 뭉치면 열등(劣等)이다.

 

필자는 지난해 6월에 실시되었던 ‘국민의 힘’ 당 대표 선출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모두 다섯 명의 후보 중 네 명(나경원,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은 5선, 4선의 중진 의원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인 이준석은 그동안 한 번도 국회의원에 선출된 경력이 없는 36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토론화에 참석한 후보자들 (사진=국민의힘)

 

▲ 득표율 44%로 당선된 이준석 전 당대표 (사진=국민의힘)

 

이 네 명의 중진 후보들은 선거운동에서 이준석 후보의 나이, 경력, 정치적 배경, 계파 등 당 대표로서 부적격한 이유들을 강변하였다. 

 

필자는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어야 하느냐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네 명의 중진들이 주장한 바대로 경력이 일천(日淺)한 ‘아이’가 선출되면 당이 분열되고, 정치적인 위기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신보다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는 ‘어른’다운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투표일을 앞두고 스스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함을 직감하면서도 자신만이 새로운 정권 창출의 적격자임을 주장하며 끝까지 후보직을 고수하였다.

 

결국 당 대표 선거는 이준석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는 향후 정당 운영에 난관이 없으리라 장담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역시 예상대로 오늘의 국민의힘은 당 대표인 이준석의 사욕으로 인한 자중지란으로 혼란에 빠져있고, 더구나 ‘성 상납’이라는 패륜적 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지탄으로, 당의 정상적 운영에 치명적 피해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차질을 야기함은 물론 현 정권을 지지하는 보수 국민들을 더욱 근심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친이‘ 정치인 중 소위 ’준석 맘(Mom)‘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운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최근 이준석과 독대한 자리에서 “당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라..... 그러면 분명히 나중에 기회가 온다”고 간곡하게 설득했지만, “난 안믿는다. 내가 기회를 잡았을 때 계속 갖고 가야 한다. 지금 그 기회를 내려놓으면 나한테 뭐가 오겠나” 하더라고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중앙일보 2022. 8. 31)

 

자고로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아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새파란 어린 나이에 권력 맛을 보더니 이젠 아예 정신이 나간 듯하다. 이런 '아이'를 상대로 무슨 선당후사니 애국이니 하는 젊잖은 화두를 논하겠는가?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이준석 같은 철없는 ’아이‘를 책망하기에 앞서 오직 나를 드러내기 위한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지 못해 이런 애송이를 당 대표라는 중직에 세운 나경원,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같은 노회한 ’어른‘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고서도 이준석의 분탕질로 쑥대밭이 된 자리에 얼굴을 내밀고 한마디씩 떠들어대는 이들의 낯두꺼운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악성(樂聖)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모두 9개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협주곡, 독주곡 등 수많은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에 비해 그의 실내악곡들은 더욱 ’성숙‘된 형태의 작품이라 인정받고 있다.

 

여기서 ’성숙‘의 의미는 각 파트가 전체의 앙상블을 위해 나를 죽이는 노력일 것이다. 이처럼 실내악 연주는 악기마다 희생이 없이는 음악적 앙상블(Ensemble)을 이루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정치활동도 하나의 실내악 연주행위다. 즉 자신을 죽여 큰 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나라가 괴멸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음악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오늘은 실내악곡 중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곡 '대공'을 듣고자 한다.

 

​베토벤이 1811년에 쓴 이 ‘대공 3중주곡(Archduke Trio)’은 실내악 장르에 있어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금자탑과도 같은 걸작이다, 

여기서 ‘Archduke’를 우리말로는 ‘대공(大公)’이라 번역했는데 당시 유럽 최고의 나라였던 오스트리아의 대공은 거의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자였다.

오스트리아의 루돌프(Rudolph) 대공은 베토벤의 열렬한 후원자로 베토벤이 그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모두 4개의 악장 중 제1악장을 '트리오 오원(Trio Owon)'의 연주로 소개한다.

 

 

L.v. Beethoven, Piano Trio No.7 Op 97 ‘Archduke’ 1, Allegro Moderato

이 곡을 두고 ‘트리오 오원’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중 한 악기도 튀지 아니하고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분 모두 대공이 된 기분으로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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