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칼럼] 평화를 위하여·····

강인 | 기사입력 2022/12/05 [11:05]

[강인 칼럼] 평화를 위하여·····

강인 | 입력 : 2022/12/05 [11:05]

[복 있는 사람은 다투지 않습니다] 

 

물고기는/ 물과 다투지 않습니다

물이 조금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물이 조금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물살이 조금 빠르면 빠른 대로/ 물과 같이 어울려 살아갑니다

물고기는/ 자신이 물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산에 있는 나무는/ 산과 다투지 않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좁으면 좁은 대로/ 자신의 주위가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대로/ 큰 나무들이 있으면 있는 대로/ 햇볕이 덜 들면 덜 드는 대로/ 처지에 맞추며 살아갑니다

나무는/ 자신이 산에서 어울려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햇님은/ 구름과 다투지 않습니다 

구름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잘난 척을 해도/ 조용히 참고 기다렸다가/ 찡그렸던 하늘을/ 더 파랗고 맑게 해줍니다

구름이 비를 몰고와서/ 모두를 적셔 버려도/ 바람과 함께 불평하지 않고 말려 줍니다

햇님은/ 자신의 할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복 있는 사람은/ 다투지 않습니다

언제나 감사하며 평화를 이루어갑니다.

 

지난 12월 3일이 시작되는 자정,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펼쳐졌다. 우리 대한민국 팀과 강호 포르투갈 팀과의 일전이었다. 

 

해외 언론의 예상으로는 대한민국 팀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19%에 그치는 정도였다. 그런데 결과는 경기 종료 2분 전 손흥민의 결정적 활약에 의해 우리 팀이 2:1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한마디로 기적을 창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국민이 감격 속에 ‘하나’가 되었다.

 

▲ 카타르 월드컵 기적의 승리로 국민통합을 이룬 대한민국 (사진=대한축구협회)

 

요즘 벌건 대낮, 눈 뜨고 볼 수 없는 정치인들의 싸움판 만행이 매일 벌어지고 있는 중에 국민은 야심한 시간 모두 잠에서 깨어나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마음’이 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이다. 

 

잘난 정치인들은 다툼으로 ‘국민분리‘를 일삼고, 그들의 눈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개 축구선수들은 한마음으로 ’국민통합‘을 이루었다.

 

정치인이 절대 할 수 없는 것 중에 첫 번째가 ’통합‘이다. 

왜냐하면 정치인의 야심인 권력이나 재물은 빼앗고 차지하는 대상으로, 속성상 통합과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스포츠나 예술은 도외시하고 정치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려 한다.

이는 마치, 시골에서 몇 사람이 모여 '서울로 가자'고 결의하고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정작 서울이 어딘지, 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떠나 우왕좌왕하는 촌로(村老)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 불타는 대한민국 국회 이미지

 

누군가 "세계는 불타고 있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온통 싸움으로 불타고 있다. 특히 정치판은 가장 화력이 센 불도가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마치 정치판이 아니라 싸움판에 뛰어든 듯하다. 

국회도 싸움판이고, 기업체도 싸움판이고, 시민단체도 싸움판이고, 거리도 싸움판이고,인터넷도 온통 치열한 싸움판이다.그것도 저급하기 이를 데 없는 진흙탕 싸움이다. 

아마 싸우는 것이 정치인가 보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몇 겹의 바리케이트와 수많은 경찰관이 포진하여 이곳의 주인인 국민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살벌한 ’싸움의 전당‘이다. 

 

국회가 정쟁으로 불타고 있다. 국민의 손에 들린 태극기와 촛불이 패싸움으로 불타고 있다.  빨간불, 파란불이 뒤엉켜 타오르고 있다. 

 

무었때문에 이런 싸움의 불길이 타오르는가?  권력에 대한 탐욕과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평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평화가 절실한 시대이다.

이 평화가 모든 싸움을 그치게 할 것이다.

 

오늘은 오페라 아리아 한 곡을 여러분과 함께 듣고 싶다.

 

베르디 의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중에서 소프라노 아리아 《주여! 평화를 주옵소서(Pace, Pace Mio Dio)》를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Leontyne Price)'의 음성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도 대단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다.

 

베르디 가 작곡한 ‘운명의 힘’이라는 제목의 이 오페라는 운명으로 얽힌 젊은 주역 세 사람이 모두 파멸하는 가장 처절한 비극이다.

 

이제 들으실 《주여! 평화를 주옵소서》는 이 오페라의 마지막 4막에 나오는 주인공 '레오노라'(소프라노)의 아리아다. 

 

이 오페라는 서곡(Overture) 이 가장 유명한데 이 아리아 전주(前奏) 부분에도 서곡의 첫 부분과 같은 멜로디가 나온다. 그런 것을 보면 작곡자가 이 아리아에 비중을 많이 둔 것 같다. 

 

또한 이 아리아는 영화 '주홍글씨'에서 첫 장면의 삽입곡으로 사용되어 우리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주인공 '한석규'가 차 안에서 이 곡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음성으로 기억된다. 

 

이 곡은 앞서 유명한 '마리아 칼라스', ‘레나타 테발디' 등 저명(著名) 성악가들이 불렀지만 그러나  역시 드라마틱한 성량을 가진 흑인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으뜸이 아닐까 여겨진다. 

 

▲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

 

레온타인 프라이스는 아프리카 출신의 미국 오페라 가수로서 '마리안 앤더슨' 이후 가장 성공한 흑인 성악가다.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에서 인종 장벽을 처음으로 깨뜨린 사람이 '마리안 앤더슨'이었다면 레온타인 프라이스는 국제적 인종차별의 장벽을 깨뜨린 대 스타다.

 

1985년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를 마지막 공연으로 은퇴한 그녀는 은퇴 후 처음으로 2001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렸던 9.11 테러 추모 음악회에 출연, 이 아리아 《주여! 평화를 주옵소서》를 불러 청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Giuseppe Verdi 《Pace, Pace Mio Dio》from the Opera "La Forza del Destino" 

 

싸움으로 불타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 "주여! 평화를 주옵소서"

 

이 평화를 위하여 이제 더 이상 다투지 맙시다. 

이 평화를 위하여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

 

탐욕을 버리고, 불평을 버리고, 감사하며, 서로 얼싸안고 함께 평화를 노래하는2023년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강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외부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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