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들어 보육원에서 생활

이복남 | 기사입력 2009/03/25 [18:34]

먹고 살기 힘들어 보육원에서 생활

이복남 | 입력 : 2009/03/25 [18:34]
 지체장애 3급 강명근씨의 삶① 

당나라 때 항주(杭州) 진망산에 도림이라는 스님이 계셨다. 스님은 나뭇가지에 앉아 좌선을 하고 있어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조과선사(鳥菓禪師)라고 불렀다.

당나라 백거이(白居易, 자는 樂天)는 유명한 시인이자 정치가이다. 그가 항주자사로 부임하자 도림이라는 이름 난 고승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찾아 갔다.

"제가 평생에 좌우명을 삼을 만한 법문을 듣고 싶습니다."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락천은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하고 신통치 않다는 듯이 대꾸하자 선사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네" 선사의 대답에 백락천은 그 자리에서 불법에 귀의하여 수행을 돈독히 하였다고 한다.

▲ 강명근씨     ©이복남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는 일이겠지만 언행일치(言行一致) 내지 지행합일(知行合一)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 아름답고 고맙지 않겠는가.

강명근(62)씨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4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는데 6.25 피난행렬을 따라 부산까지 오게 되었다. 아버지는 흥남비료공장에 다녔다고 했지만 부산에서는 막노동 밖에 할 게 없어 국제시장 지게꾼으로 여섯 식구가 겨우 연명을 했다.

아버지는 고된 막노동이 힘에 부치셨는지 그가 대여섯 살 무렵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아이들과 살아보려고 괴정 시장 한 귀퉁이에 생선 좌판을 벌였다. 그러나  두세 살 터울의 고만고만한 자식 넷을 생선장사로 혼자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근처에서 양복점을 하는 새아버지가 생겼다. 새아버지가 생겼다고 좋아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여동생이 생겼고 아래로 또 남동생이 태어나자 새아버지는 누나는 빼고 아들 셋은 근처 보육원으로 보냈다. 누나는 집안 살림을 거든다고 보내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가 팔자를 고친 것은 너희들을 위해서 였는데...”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지만 어머니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 아이스케키통(민속박물관)     © 이복남
 
삼형제는 고아아닌 고아로 보육원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3년쯤 지나자 어머니가 그들을 데리러 왔으나 칠남매에 부모님까지 아홉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누나는 캐러멜 공장에, 큰 형은 와이셔츠 보세공장에 다녔다.

어쩌다 누나가 일하는 캐러멜 공장에 놀러 가면 누나가 몰래 집어 주는 캐러멜이 어찌나 달고 맛이 있든지 그 맛을 못 잊어 자주 가고 싶었지만 누나는 못 오게 했다. 그가 공장에 갔을 때 공장장이 작업순시를 나오면 누나는 작업대 밑에 그를 숨겨야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미제 껌 장사를 하는 것을 알고서 친구 엄마를 졸라 껌 장사를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고 나면 친구 엄마에게서 껌 몇 통을 받아 들고서 대티고개를 넘어 대학병원을 지나 광복동을 거쳐 중앙동 부산역 서면까지 걸어가면서 주로 다방에 들러 껌을 팔았다.

▲ 우리부부 어때요     © 이복남

“껌 한통에 십 원 했지 싶은데 봉지쌀을 사서 엄마한테 갖다 드렸고, 가끔 다방마담들이 어린 것이 불쌍하다고 과자 등 먹을 것을 주면 그것도 다 엄마한테 갖다 드렸습니다.”

대티고개에서 서면까지 갈 때도 왼쪽으로, 올 때도 왼쪽으로 걸어서 왕복을 했고 여름에는 아이스케키를 팔고 겨울에는 껌을 팔았다. 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는 대티고개에서 충무동을 오가는 마이크로버스 조수로 취직을 했다. 기술을 배운다고 월급도 없었는데 그가 하는 일은 차 청소하고 엔진오일 갈고 기사가 운전하는 것을 눈여겨보는 것이 전부였다. 기사가 버스에서 내리면 정차해 있는 버스의 핸들을 잡고 혼자 운전 연습을 해 보는 것은 그래도 재미가 있었다.

강명근씨 이야기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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