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향기

김신자 | 기사입력 2008/10/29 [05:30]

사랑의 향기

김신자 | 입력 : 2008/10/29 [05:30]
▲ 사랑의향기 김신자 작     © 문화저널21
 
 
깎아지른 듯한 절벽,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산 중턱에 빨간 색깔의 꽃이 피어있는 것으로 보아서 작가는 사람의 생각으로 감히 범접지 못할 어떤 사랑의 이야기, 아니면 그 이야기 속에서 이 세상에서 맡지 못할 향기를 얻으려 했음이 짐작됩니다.
 
절벽 위가 다소곳하게 띄엄띄엄 피워있는 꽃,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서 꺾을 수 없는, 그거 바라보면서 즐기는 꽃의 이미지로서 충분하지요. 그러나 그런 꽃을 갖고 싶어하는 환상을 현실화하려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도 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바로 석釋 일연이란 분이 지은 삼국유사에 들어 있는 수로부인(水路夫人)과 노옹(老翁)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수로부인의 남편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가 되어 부임해가던 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깎아지른 벼랑이 병풍처럼 바다를 에워싸고 있었는데 높이가 1,000장(丈)이나 되는 벼랑 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수로부인이 "저 꽃을 꺾어 바칠 사람이 없느냐?"라고 하며 꽃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종자(從者)들은 모두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하며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때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옹(老翁)이 부인이 꽃을 바란다는 말을 듣고 이 노래를 지어 부르며 꽃을 꺾어 바쳤습니다.

그것이 바로 헌화가(獻花歌)란 노래이고 신라향가(鄕歌)의 하나이지요. 일설에 의하면 수로부인은 무당이고 노옹은 신선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내용의 진위를 떠나서 절벽의 꽃을 꺾어주는 노옹의 마음이 중요하지요.
 
천 년도 넘는 세월의 저편에 높은 산에 올라가기 위한 등산 장비가 있을 리 없고 늙은 몸으로 오직 수로 부인에게 향한 정성 하나로 꽃을 꺾어다 바쳐 즐거움을 선사하는 노옹의 마음, 그것은 수로 부인에게 향한 사랑의 마음이라기보다 그 남편 강릉태수가 담당하던 지역의 평화를 위한 희생의 마음이 분명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고 남의 힘을 빌려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요즘의 세태에서 이런 이야기가 먹혀들어갈 리는 없지만 그래도 동화와 전설이 있기에 사람들은 꿈이 있는 것이지요.
 
김신자 화백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오염이 되지 않은 생각을 화폭에 담아서 거기에 철학 성을 부여하는 참으로 요즘에 보기 드문 화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약간 어두운 색깔을 병용해서 붉은 꽃의 이미지를 신비스럽게 표현한 기법은 김 화백만의 독특한 방법이지요.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그림도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생각이 배어있는 비구상을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독자들에게 익히 해석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글· 김광한 / 문화저널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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