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청문회, 선택되지 말아야할 사람이 선택되고. 때 묻은 사람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듯이 권부(權府)에 잠입하여 종당에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김유혁 상임고문 | 기사입력 2011/09/24 [14:20]

국회의 청문회, 선택되지 말아야할 사람이 선택되고. 때 묻은 사람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듯이 권부(權府)에 잠입하여 종당에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김유혁 상임고문 | 입력 : 2011/09/24 [14:20]
- 하자있는 것은 선택하지 말고 때 묻은 것은 버려라 ! 
- 기하사구(棄瑕捨垢)
 
국회의 청문회 실황 중계와 검찰에 소환되어 출두하는 관련자들의 모습에 관한 방송보도를 청취할 때마다 불쾌지수는 자꾸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선택(당선 또는 임용)되지 안 했어야할 사람들이 선택되었고 또한 그런 사람들에 의하여 사회적 비리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하(棄瑕)는 하자가 있는 사람은 고위직 공직자로 선택하지 말라는 뜻이다. 예를 든다면 병역 기피자, 정당한 사유 없이 병력을 미필하고 있는 자, 파렴치범, 도덕사범 등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사구(捨垢)는 때가 묻은 사람은 버리라는 뜻이다. 즉 위장전입자, 부동산 투기자, 세금포탈자, 뇌물수수상습자 등은 임명권자가 설령 모르고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비행사실이 들어나거든 공직해임조치 등의 방법으로 몸의 때를 밀어내듯이 제척(除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하사구(棄瑕捨垢)는 고려사 제1권 성종기(成宗記:제6대)에 실려 있다. 그 글귀의 유래는 차치하고라도 그 구절이 전하는 의미는 참으로 심장하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맑은 사회와 밝은 정치를 이룩하기 위해서 하자 없는 인격자를 요구하고, 때 묻지 않은 인물을 선호했다는 것은 고금의 역사 속에 관류(貫流)되고 있는 하나의 좋은 전통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정치 및 행정지도자들의 대부분은 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에 대한 평가기준을 자기 또래의 타인을 수평적 관점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사람은 저 사람보다 좋고 저 사람은 아무개보다 능력이 있다고 보려는 습성에 거의 젖어있다. 여기에서 이른바 정실인사가 이루어지고 밀실정치 혹은 밀실행정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낙하산 인사행정 등이 자행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선택되지 말아야할 사람이 선택되고. 때 묻은 사람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듯이 권부(權府)에 잠입하여 종당에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예로부터 선정을 베풀고 치세를 열어갔던 명군과 현신(明君 賢臣)은 하나 같이 인물중시정책에 역점을 두었고 인사행정에 있어서 언제나 공명정대했었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지도자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고 반성할 때에는 반드시 수직적인 관렴을 바탕으로 하여 “하늘”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였다. 그리고 백성들의 일반적인 통념(痛念)이 무엇인가를 깊이 살폈다.

그것은 세종실록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하늘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하다는 절대적인 상징으로 인식하였으며(至公無私者曰 天也 / 지공무사자왈 천야),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은 비록 어리석어보이지만 백성들의 공통된 생각과 판단은 신과 같다(至愚而神者曰 民也 / 지우이신자왈 / 민야)고 기술하고 있는 그 구절이 잘 말해주고 있다.
 
하늘은 이슬과 비를 고루 내려 만물이 자라도록 보살피고(上天 雨露均霑 滋成萬物 / 천상 우로균점 자성만물) 임금은 은혜를 베풀어 온 백성을 어루만져 보호한다(王者 仁恩普及 撫養群生 / 왕자 인은보급 무양군생 ).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허물을 고치고 스스로 새로워지도록 하며(改過自新 / 개과자신) 정상(正常)을 해치는 하자(瑕疵) 있는 것은 버리고 때 묻은 것은 제척한다(棄瑕捨垢 / 기하사구)는 정신은 각급 지도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개과자신(改過自新)도 기하사구(棄瑕捨垢)도 다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거론되는 악성 고정메뉴가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한, 양신양정(良臣良政)을 어찌 기대할 수 있으랴?
 
 사회가 지니는 불신과 허구성 은 예고되지 않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행기의 출발이 늦어지면 그것을 딜레이(delay)라고 말한다. 즉 출발지연이라는 뜻이다. 출발지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항공업무 상의 차질로 말미암아 출발이 늦어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상의 문제로 출발이 늦어지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를 가리켜 기술적 지연(technical delay)이라고 한다.

테크니칼 딜레이의 경우에는 출발시간이 몇 시간 늦어져도 승객들은 불평을 하지 아니하고 마음 편하게 기다려준다. 왜냐하면 테크니칼 딜레이는 안전비행과 승객들의 생명보호를 위해서 취해지는 지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크니칼 딜레이가 아닌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왜냐하면 항공기의 결함과 기상이변도 없는데 출발이 늦어지는 까닭이 항공업무 수행상의 미숙으로 말미암아 항공기 운항의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미국 뉴욕시에서 17시간 정전되었던 일이 있었다. 당시 그 곳에 머물고 있었던 교민 몇 사람이 당시의 뉴욕시 분위기를 전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묵묵히 17시간을 기다려 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시민들이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것은 테크니칼 프로블램(technical problem)이었다는 점에서 관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전력산업관계자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두터웠음을 말해준다.

지난 8월15일 서울 일부지역에서 2시간 정전되는 일이 발생했다. 온통 야단법석의 소동이 벌어졌다. 시민들과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한전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다고 야단들이다. 국회에서까지 소동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기술적 사고(technical problem)가 아니라 전력업무를 다루는 경영진에게 문제가 있다는 불신 때문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지니는 허구성이 있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와 당정인사(黨政人事)의 후유증은 거의 예외 없이 예고되지 않는 사고로 폭발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환골탈태를 생각할 때가 아닐까?
 
문화저널21 상임고문 김유혁 박사 master@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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