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감태준

서대선 | 기사입력 2011/08/22 [10:03]

이 아침의 시 / 감태준

서대선 | 입력 : 2011/08/22 [10:03]
내가 세지 못하는 것
                         
                             감태준
내 어머니
동공에 별 빛을 들이며 고이는 눈물
손등을 때리시는 그 아픈 눈물의 말씀을
다 셀 수 없었네
하늘을 제치고 날아가는 기러기가족을
세는 것처럼
기러기가족 보내고 쓸쓸해 하는 별들을
세는 것처럼
지금 어두운 눈으로  보는 것은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나 가로등
불켜진 창들
 
밤이 깊어도 나는 다 세지 못하네
누런 옛 사진 바깥에서 꽃밭 가에서
예쁘게 살아라 꽃같이 살아라
조막만한 손에 쥐어주신 말씀들을
 
 
# 각인(imprinting)현상이란 막 태어난 어린 동물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대상에 대한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경험을 하게 된 대상에 대하여 관심을 집중시키며, 그 대상을 따라하는 학습의 한 형태를 의미합니다. 인간인 우리도 태어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어머니의 냄새, 어머니 젖의 맛,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의 품안은 영아에게 각인되고, 어머니의 모든 것은 학습의 내용이 되는 것이지요.
 
보호와 애착의 대상인 어머니는 영아에게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 베이스캠프(base camp)랍니다. 이 시기의 어머니의 보호와 사랑은 성장하여 세상과 관계를 맺는 일에 참조준거가 된답니다. “누런 옛 사진 바깥에서 꽃밭 가에서/예쁘게 살아라 꽃같이 살아라/조막만한 손에 쥐어주신 말씀들”이 평생 정신의 참조준거가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등대가 되는 것이지요. 때론 젊은 날 자아를 찿아 방황하고 헤메일 때에도 “내 어머니/동공에 별 빛을 들이며 고이는 눈물/손등을 때리시는 그 아픈 눈물의 말씀”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낳으실 제 괴로움” 마다 않으시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라”가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키워주신 어머니의 사랑을 어떻게, 어떻게 “다 셀 수”있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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