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이상국

서대선 | 기사입력 2011/08/08 [09:02]

이 아침의 시 / 이상국

서대선 | 입력 : 2011/08/08 [09:02]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국수는 모양이 실처럼 길기 때문에 “장수”와 “사람과의 긴 인연”을 상징하는 음식이지요. 그래서 생일날이나 잔치 집에서는 국수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에서 국수를 먹는답니다. 국수는 밀을 가루로 내어 구워먹는 빵 문화가 중국 중원의 탕 문화와 만나 마른 국수가 습식의 조리법과 조화를 이룬 동서의 멋진 합작품이랍니다.
 
유년시절 어머니를 따라 국수가게에 가면 가게 앞마당에 촘촘한 발 같은 국수 가락이 일렬로 늘어서있었어요. 국수발 사이로 작은 손가락을 넣으면 어떤 국수 줄은 부드럽게 실처럼 손바닥위로 감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딱딱한 대나무 발처럼 꼿꼿하였지요. 국수 가락에서 나는 특유한 밀가루 냄새에 코를 킁킁거려 보기도 하며, 하이얀 밀가루가 가늘고 긴 줄이 되어 푸른 하늘아래 발처럼 늘어선 국수가게는 신기한 마술의 세계이었지요. 뿐만아니라 바싹 마른 희고 길다란 국수 가락이 작두 같은 칼 아래서 일정한 길이로 싹둑 싹둑 잘려지던 소리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소리랍니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친”날 “길거리에 나서면” 이미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에게 투정이라도 부려보고 싶어지는 그런 날,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어느 곳에선가/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애써 가슴을 쓸어보며 “어머니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 싶”어지기도 하지요.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눈물자국 때문에/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따뜻한 국수“한 그릇이 먹고 싶어지는군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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