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이 탄

서대선 | 기사입력 2011/07/26 [10:30]

이 아침의 시 / 이 탄

서대선 | 입력 : 2011/07/26 [10:30]
나이 값

                 이 탄
 
부탁만 하고 다니고
핀잔이나 줏어 먹고
하는 일마다 오해나 받고
하기는 했는데 신통치 않고
말이 많다는 말이나 듣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는 멀고
지적지적 뒤처져 헐떡거리고
돈 버는 재주도 없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을 펴놓고
시간이나 보내고
그러면서 친구나 하늘은 좋은
이 나이의 값은 얼마냐
 
 
# 사회 심리학자 erik erikson은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규정하고, 한 개인의 성장이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적 관계들이 병행하여 성장해 나가는 이중적 과정으로 보았다. 개인의 역할과 사회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한 8단계의 사회 심리적 발달과업을 제시하고 인생의 결정적인 시기마다 겪게 되는 위기인 발달과업을  성공적으로 극복함으로써 보다 성숙해지고 완숙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나이 값”이란 한 인간이 사회 속에서 요구되는 발달과업이라고 볼 수 있다. 
 
erikson은 유년기에는 자신을 둘러싼 의미있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를 인식하는 태도와 인간과 사회와 관계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청년기에 는 자아정체성(self-identity)의 확립을 중요한 과제로 보았다. 자기존재에 대한 인식과 자아에 대한 일관성 있는 개념의 형성과 자아를 형성하는 다양한 내용을 충실하게 채움으로서 사회 속에서 뜻을 세우고 살아 갈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성년기에는 사랑을 성취하며 가족의 형성과 사회 속에서의 직업적 자립과 타인과의 인간관계에 대한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야 노년기에 이르러 통합된 사유로 원만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공자도 연령에 따르는 발달과업에 대해 언급하였다. 나이 15세가 되면 학문에 뜻을 두어야 하는 志學의 과업을 이루고, 나이 30세에 이르면 이립(而立)으로 스스로 자립하여 모든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나이 40세에 이르면 불혹(不惑)이라 하여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어떤 미혹(迷惑)에도 흔들리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나이 50이면 知天命으로 인생의 의미를 알며, 이순(耳順: 60세)에는 인생살이로 쌓인 경륜으로 어떤 것이라도 순화시켜 받아들이고 ,나이 70이 되면 종심(從心)으로 살아가며 어떻게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는 나이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친구나 하늘은 좋은/이 나이의 값은” 어디에 넣어야 할까? 아니 무한 경쟁 시대의 세상살이에서 언제나  “친구나 하늘이 좋은” 순수 무구한 “나이”를 잃지 않고 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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