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여야가 뒤바뀐 공천심사기준, 유권자의 손은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4/01/22 [15:55]

[초점] 여야가 뒤바뀐 공천심사기준, 유권자의 손은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4/01/22 [15:55]

선거가 8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진영 모두 후보자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 실시 및 공천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통상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함에 있어 집권여당은 안정성 위주로, 야권은 개혁인사 및 교체위주로 공천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여권(국민의힘)에서 3선 이상 대거교체에 포인트를 맞춰 공천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될 수 있는 한 현역의원들의 교체 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야 공천 기준 핵심 포인트 등을 짚어본다.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갤럭시 성공 신화' 주역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옛 IM부문)대표이사 사장의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 국민의힘 제공

 

물갈이에 치중하는 국민의힘

용산(대통령실)과 공천전략 파열음 커질 듯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관련 대처방안 및 김경율 비대위원 마포을 공천 시사 등의 갈등으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모처에서 만나 ‘배대위원장직을 사퇴하라’는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이에 한 위원장이 “국민을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습니다”라며 사퇴를 거부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혼란스런 상황과는 별도로 국민의힘은 예정대로 공천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22일부터 우선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현역 의원들의 ‘컷오프(공천 배제)’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이 여론조사는 공천 심사에서 현역 의원 평가기준이 되는 ‘현역 교체지수’ 산출에 가장 큰 비중(40%)을 차지한다. 현역 교체지수는 당무 감사 결과 30%, 컷오프 조사 40%, 기여도 20%, 면접 10% 등을 합산해 산출되며, 하위 평가자 10%는 우선적 컷오프 대상이다.

 

또한 하위 10%부터 30% 사이에 들어가면 경선 기회를 주되 20%의 감점을 주고, 더하여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중진들의 경우 15%의 감점이 추가로 들어가도록 공천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7명이 컷오프 되고 18명이 20% 감점되며, 동일지역 3선 이상 상당수 의원들이 15% 추가 감점되기에, 특히 3선 이상 중진들이 대거 탈락하는 소위 ‘공천학살’이 실제화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친윤, 비윤 가릴 것 없이 긴장하고 있으며, 3선 이상 의원들은 추가 감점은 부당하다면서 갖가지 소명자료들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113명의 소속의원 중 지역구 의원은 90명에 불과하고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30명이다. 중진들 중 최소 40%는 물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천작업에서 국민의힘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 참모 및 장·차관 등,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한 각료 등 50〜60명이 출마할 예정이며, 이들을 상당수 입후보시키기 위해서는 현역의원들을 교체 할 수밖에 없다. 공천파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김경률 비대위원의 마포 을 공천을 둘러싸고 용산(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간에 심각한 쟁투가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문제에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에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2016년 총선의 옥새 나르샤〜 이상의 파동이 현실화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국민의힘 공천방향의 특징은 우선 일할 수 있는 다선 중진들을 모두 잘라낸 다는 점이다. 

 

▲ 22일 이재명 당대표가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영입인재 발표식에서 공명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제공

 

현역의원 배제를 자제하는 민주당

공천파동 방지위해 감점최소화 ‘시스템공천’

 

다선의원 물갈이에 치중하는 국민의힘 공천작업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21일 “‘3선 이상’이나 ‘올드보이’, 그리고 ‘586’ 등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공천 심사에 감점을 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임혁백 공관위원장) 최대한의 현역의원활용 등을 통한 공천파동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 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률적으로 기준을 잡아 586은 안 된다, 3선 이상은 안 된다, 올드보이는 안 된다, 이런 것은 없다”며 "그분들을 차별하는 기준을 세운 바도 없고 앞으로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교체 대상으로 언급되는 그분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시스템 공천 상 우리가 강제할 수 없다”며 인위적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더하여 공관위의 ‘도덕성 검증’과 관련, “5대 혐오범죄를 중심으로 심사하라고 공관위원들에게 일러줄 작정”이라며 ▲ 성범죄 ▲ 음주운전 ▲ 직장 갑질 ▲ 학교폭력 ▲ 증오 발언 등이 이에 해당한다면서, 혐오범죄를 저지른 인사는 국민의 대표가 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상황이기에 “공관위의 도덕성검증소위원회가 심사해서 컷오프 대상이라고 판단한다면 내가 책임지고 컷오프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임 위원장은 “검증위의 자료들은 공관위로 넘어 왔고, 실질적인 심사는 내가 한다. 계파에 관계없이 시스템에 의거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때 이상민의원과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이원욱, 김종민 의원 등이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줄기차게 주장하여 소란스러웠으나 그들이 탈당한 후 당이 예상외로 조용한 편이다. 아직은 공천 작업이 본격화 되지 않아서인지 비명계, 이낙연계 모두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 측의 물갈이 공천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특별히 문제없는 의원들을 배척하지 않고 경선에 부치는 방향으로 정하였기에 비명계, 이낙연계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추가 탈당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야당공천의 연례행사인 고성, 농성 등은 움직임 등은 아직까지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통상적으로 야당 쪽의 공천 작업이 휠 씬 더 시끄러웠다. 심지어 각목대회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퇴진을 극렬하게 주장한 비명계의 목소리가 아직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공천파동이 본격화 되는 중이다. 

 

심지어 불과 한 달 전 마지막 카드로 판단하여 긴급 투입하였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이 사퇴 요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으며, 그 끝이 어디인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선거일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에 여야 모두 구정 전까지는 공천의 밑그림을 완성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천이나, 소란스런 공천파동은 선거패배와 직결되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선거 모두 선거한달 전 파동이 선거승패의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천방향을 보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물갈이 공천에 치중하고 있으며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현역의원탈락을 자제하면서 특별한 문제가 있는 후보(의원)들이나 20% 이상 격차를 보이는 경선 불필요 지역 등을 제외하고는 국민참여경선(당원 50%, 일반국민 50%)을 실시하여 후보를 선출할 것을 공언(공고)한 상태이다. 안정화 공천은 주로 집권당에서 하는 공천방식인데 어찌된 일인지 여야가 뒤바뀐 느낌마저 주고 있다.

 

선거는 결국 인물경쟁이다. 여·야 모두 국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들을 공천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심판은 매서운 것이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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