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문화로 세상보기] 버드 오브 프레이, 대놓고 가벼워 더 담백한 영화

김효린 청소년 기자 | 기사입력 2020/03/09 [15:55]

[17세, 문화로 세상보기] 버드 오브 프레이, 대놓고 가벼워 더 담백한 영화

김효린 청소년 기자 | 입력 : 2020/03/09 [15:55]

 

고등학생이 된 후 방학이라는 선물에 버오프(버드 오브 프레이)를 덤으로 또 선물 받은 느낌이다. 버오프 감상 후기를 딱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색감, 구도, 연출이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화면의 화려함과 신나는 음악 위에 펼쳐지는 액션 씬이 유쾌하다. 스토리 자체만 보면 별 내용이 없어서 킬링타임하기에도 좋으면서, 번역도 나쁘지 않고, 할리 패션은 기분 좋은 자극이기도 하다. 

 

일부 관람객들은 버오프에 페미니즘적 메시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는 버오프 속 메시지는 특별히 페미니즘적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게 없다. 일부 남성들의 평점 테러나 악평 댓글 역시 그저 표현의 하나일 뿐이다. 

 

버드 오브 프레이는 그냥 여자들이 주인공인 코믹액션 영화다. 어쩌다 만난 모두 다른 목적을 가진 여자들이 한 여자 아이를 일단 지키고 보자는 마음으로 뭉쳐서 교대로 아이를 구하고 힘을 합치는 스토리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무척 따스한 얘기일 수 있다.

 

굳이 페미니즘적 요소로 해석될 요소가 있다면, 악당 조커와 헤어졌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며 만만하게 보고 덤비는 적들에게 할리가 당당하게 맞서며 자립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모습이지 않을까? 바로 할리의 홀로서기다.

 

그리고, 여경(여자 경찰)의 공로가 동료였던 남경에게 모조리 가로채여 승진이 늦어지거나, 여자가 나이로 놀림 받는 모습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스토리 진행도 몇 가지 눈에 띈다. 헌트리스의 멋있으려고 하지만  안 멋있는 부분이라던가, 할리가 원래 똑똑한 정신과 의사였다는 사실을 자꾸 잊는 모습에서는 헛웃음이 나오는 헛헛한 재미가 있다. 

 

특히, 미래의 패셔니스타인 내가 가장 큰 점수를 준 부분은 역시 할리 패션과 전체적인 색감 구도이다. 물론 이 부분은 조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파란색 빨간색 연막탄에 반짝이 가루탄과 스프링클러 아래에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예쁜 액션 씬은 할리의 성격과 행동, 이 영화의 정체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반면 아쉬운 점은 영하 ‘조커’의 경우 그가 어떻게 빌런이 됐는지 보여주는 과정이었는데 비해 이 영화는 그냥 할리가 헤어지고 나서 겪은 일상적인 사건 중 한 에피소드에 그친다는 점이다. 

 

만약 할리의 발전이나 역사를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좌충우돌 구조는 같겠지만 최소 스토리를 발로 짰다는 악평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다른 아쉬움은 캐릭터들의 입체감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캐릭터성이 잘 보이는 스토리로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장단점은 있겠지만 말이다.

 

영화 버드 오브 프레이에 대한 일반 관람객의 비평 기준은 애초 어떤 기대를 얼마나 가지고 영화를 대하느냐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단순히 할리가 주인공인 첫 영화로 할리의 펑크함과 고유의 느낌을 보여주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생각했다면, 혹은 늘 있는 가벼운 코믹액션 영화로 심오한 메시지를 담거나 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어떨까? 

 

버오프의 창의적인 화면구성이나 연출이 그 정도의 기대수준은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 관람을 기대하고 본다면, 아마 함께 본 동생이나 엄마처럼 ‘유치하다’는 평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버오프에 별점 3개반의, “good!!”을 준 미래의 패셔니스타에게는 버오프 속 패션이 단연 흥밋거리였다.

 

매 씬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옷차림과 색감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나도 나중에 어떤 영화의 패션담당자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차를 타고 갈 때 특이한 무늬의 정장 재킷을 입고 양 갈래를 하지 않은 중단발의 할리 컷은 최고의 화면이었다.

 

나아가 ost 음악들도 매 씬들을 한층 더 개성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잔인함을 능가하는 화면의 화려함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초반의 잔인한 장면이 점점 무뎌지게 되는 효과를 연출했다.

 

잔인함은 오히려 조커보다 훨씬 낮은 강도라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똑같이 15세 이상 관람 영화지만 버오프에 비하면 조커는 오히려 청불급이랄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보는 이에 따라 그 강도는 다르겠지만 모든 영화에는 메시지가 담긴다. 최근 들어 기생충도 그렇고 조커도 그렇고, 이 영화 버오프도 우리 사회의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한쪽을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그 중에서도 버오프는 어쩌면 다소 뒤틀린 메시지를 억지로 끼우는 것보다 대놓고 가벼운 영화란걸 보여줘서 더 담백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할리 주연 영화가 나올지 기대된다.

 

김효린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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