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무명씨 / 김형영

서대선 | 기사입력 2018/10/15 [08:07]

[이 아침의 시] 무명씨 / 김형영

서대선 | 입력 : 2018/10/15 [08:07]

무명씨

 

별이 하나 떨어졌다

눈에 없던 별이다.

 

캄캄한 하늘에 비질을 하듯

한 여운이 잠시

하늘에 머물다 사라진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보다 작게

보다 낮게 

한 푼 남김없이 살다 간 사람,

 

그를 기억하소서.

그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기 전에

한때 우리들의 이웃이었던 그를.

 

# 결의에 찬 형형한 눈빛과 꽉 다문 입술, 핏줄 솟은 팔뚝으로 노를 잡고 있던 “무명씨”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할 아무개들’이 전의에 불타던 거북선 안의 노를 만져 보던 순간, 왜적과 맞섰던 수군들을 생각하며 전율했었다.

 

1597년 정유년(丁酉年) 7월 14일, 이순신은 선조에게 비장한 내용의 장계를 올렸다. 원균이 이끈 수군이 왜군에게 궤멸되자 선조는 수군을 아예 포기하려 했었다. 그러나 전라도 해역에서 육군과 합류해 한양으로 진격하려던 왜군의 전략을 간파한 이순신은 ‘지금 신(臣)에게는 아직도 전선(戰船) 12척이 남아 있나이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운다면 능히 대적 할 수 있사옵니다’ 라며 결사 항전을 결심했을 때, 묵묵히 그를 따랐던 수군들은 “보다 작게/보다 낮게/한 푼 남김없이 살다 간” “무명씨”들 이었다.

 

1897년 정유년(丁酉年) 10월 12일, 고종은 대한제국 건국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19세기 말의 정유년은 이순신장군과 그의 수군들이 명량대첩에서 승리하여 왜군을 물리쳤던 정유년과는 달리 휘몰아쳤던 왜적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대한제국은 단 13년을 버티다가 1910년 8월 29일(경술국치) 일본에 의해 그 이름을 잃게 되었다. 그때, ‘들풀처럼 일어나 불꽃처럼 뜨겁게’ 조국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은 바로 민초들로 구성된 의병이었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무명씨”들의 촛불이 이루어낸 새로운 흐름은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할 아무개’들의 정신이 우리의 집단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