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시] 벌목 / 이승하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7/24 [08:26]

[이 아침의시] 벌목 / 이승하

서대선 | 입력 : 2018/07/24 [08:26]

벌목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 숲

숲이 벌거숭이가 된다

밑둥치만 남은 나무들이

서른 살 넘은 자신의 나이를 말해준다

 

시민을 위한 공원이 만들어진다

방방곡곡 깨끗한 자전거도로

자전거 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다는 것은 지구의 허파꽈리를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 허파꽈리는 공기로 호흡하는 동물의 호흡기관인 폐 속의 숨관 끝에 달려 있는 포도송이 모양의 공기 주머니이다. 허파꽈리는 그물 모양의 모세혈관으로 둘러 쌓여있으며, 이 모세 혈관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마구잡이 “벌목”으로 지구에 나무가 없어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무는 광합성을 하면서 공기로 호흡하는 동물과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배출해 공기를 정화시킨다. 나무가 사라지게 된다면 지구에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되어 우리는 숨 쉬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그 뿐이랴, 나무는 홍수를 예방하고 가물었을 때는 물을 제공해 준다. 나무가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만들어내는 피톤치드는 항균작용과 인간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의 생활터전이다. 새들의 집이며, 동물들의 먹거리가 되기도 하며, 야생 생명체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죽은 나무조차 균류들의 생존 환경이 되고있는 것이다. 나무 한그루가 온전하게 자라려면 30-60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런 나무 한그루 “벌목”하는 데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나무와 나무들이 이루어 내는 숲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함께 생존해야 하는 반려자와 같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원”, 풀 한포기 나지 못하도록 포장된 도로, 알록달록한 색깔의 보도 불럭이 깔린 “자전거 도로” 위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시인의 전언이 섬뜩한 것은 왜 일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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