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지도 / 신석정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6/25 [09:09]

[이 아침의 시] 지도 / 신석정

서대선 | 입력 : 2018/06/25 [09:09]

지도

 

지도에서는 푸른 것은 바다라 하였고

얼룩얼룩한 것은 육지라 부르는

습관을 길러 왔단다

 

이제까지 국경이 있어 본 일이 없다는

저 하늘을 닮아서 바다는 한결 푸르고

 

육지가 석류 껍질처럼 울긋불긋한 것은

오로지 색채를 즐긴다는 단조한 이유가 아니란다

 

오늘 펴 보는 이 지도에는 

조선과 인도가 왜 이리 많으냐?

 

시방 나는

똥그란 지구가 유성처럼 화려히 떨어져 갈 날을

생각하는 ‘외로움’이 있다.

 

도시* 지구는 한 덩이 푸른 석류였거니.....

 

                              *도시: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

 

# 월드컵 때문일까? 러시아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시간, TV 앞에 앉아 축구 선수들을 응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러시아 축구장에 앉아 있는 듯하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인터넷에서 경기에 출전 했던 선수들의 나라와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월드컵 경기가 내 마음 속 “지도”를 확장시켜주고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초감각적인 땅을 감지할 수 있는 지리학자처럼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안내하는 지도를 그린다. 그들은 낡은 것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멈추게 하고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과정을 연출 한다’ 고 미국의 시인인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은 전언했다. 

 

우리도 막혀있는 북쪽으로 철로가 열리게 되고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할 수 있게 된다면, “습관”처럼 길러졌던 “지도”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은 새롭고 다채로워질 것이리라. 월드컵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힘차게 굴리는 둥근 축구공 속에 ‘We Are The World'의마음이 "푸른 석류 알”처럼 가득하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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