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슬픔 / 오세영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4/16 [09:43]

[이 아침의 시] 슬픔 / 오세영

서대선 | 입력 : 2018/04/16 [09:43]

슬픔

 

오염된 하늘을 소나기가 씻겨주듯,

흐려진 눈동자를 눈물이 훔쳐주듯,

마음도 슬픔이 닦아야 보석처럼 빛난다.

 

# 지속되는 “슬픔”은 '포도밭을 망가뜨리는 작은 여우’와 같다. 몸집이 작고 날쌘 여우가 쉽게 포도밭에 들어와 뿌리를 상하게 하고 밑둥치를 갉아 나무를 고사 시키듯이, 슬픔도 지속되면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상황을 악화 시킨다. 슬픔은 ‘삶의 소소한 것들을 비틀어 떼어버리고’ 그 자리를 고통의 무게로 채운다.  

 

“슬픔”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다. 특히 처음 경험하게 되는 슬픔은 낯선 거리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다. 슬픔에 빠지게 되면 신체적 증상도 수반하게 된다. 근력이 약해져 어깨는 축 처지게 되고, 서 있을 힘마저 없어지고, 목도 자주 감긴다.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심하면 결장염, 천식, 관절염도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슬픔이란 단시일 내에 꼭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슬픔에 처한 상황을 애써 감추거나 억압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슬픔에 대해 정직해야 하며, 슬픔을 똑바로 ‘응시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한다. 슬픔이 무언지 잘 모르는 이들이 그저 ‘패턴화 된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을 용서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슬픔”의 한가운데 있을 때일수록 현실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배고픔, 목마름, 졸리움 같은 일차적 욕구를 못 본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침이 되면 해는 여전히 떠오르고 ‘삶은 계속되리라’는 것을 통찰할 수 있다면 슬픔도 “닦아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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