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눈물겨웠다 / 홍사성

서대선 | 기사입력 2018/03/26 [09:13]

[이 아침의 시] 눈물겨웠다 / 홍사성

서대선 | 입력 : 2018/03/26 [09:13]

눈물겨웠다

 

시멘트 계단 갈라진 틈새로

무슨 인연으로 어디서 날아왔는지

질경이 한 촉 고개 밀어 올렸다

푸른 기세가 땅에 뿌리내린 녀석만은 못해도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게 기특해

사는 날까지 살도록 놔두기로 했다

엊그제는 안부가 궁금해 찾아가봤더니

뜻하지 않은 횡액을 당했는지

이파리 몇 부러져 있었다

그러나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온몸 집광판 삼아

반 뼘 남은 저녁햇살 양껏 받아내고 있었다

남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도

제 목숨 주인은 오직 저뿐이라며

몸부림치는 것 같아 코끝이 저릿했다 

 

# ‘눈 감아’ 친구는 두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재촉했다. 두 눈을 감고 거북이처럼 목을 내밀었다. 모든 신경이 목 뒤로 달려가고, 목 뒤의 피부 세포 하나하나가 눈을 깜빡이는 것 같았다.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님 가실 적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장이요 세 장 말고 네 장이요/구리구리구리구리 가위바위보’. 별다른 장난감이 없던 유년 시절의 ‘쎄쎄놀이’다. 이 놀이는 노래하는 동안 상대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나중에 가위 바위 보로 승부를 가른 다음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목 뒷부분을 손가락으로 찍으면, 그 손가락이 어느 손가락인가를 알아내는 놀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손바닥 감각과 손가락의 기능을 촉진 시키고, 신체 감각의 ‘역치’를 낮추어 주는 놀이다.

 

‘역치(Threshold)’란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값을 의미한다. 감각의 역치가 낮아질수록 감각의 기능은 섬세해진다. “시멘트 계단 갈라진 틈새로” “질경이 한 촉 고개 밀어올”린 것에 "눈물겨워“하며, “남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도/제 목숨 주인은 오직 저뿐이라며/몸부림치는 것”들 앞에서 “코끝이 저릿”해질 정도로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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