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구세군 할머니의 미소 “대학생들 아직 죽지 않았어”

[인터뷰] 서울대입구에서 만난 김명회 할머니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5/12/30 [18:13]

5년차 구세군 할머니의 미소 “대학생들 아직 죽지 않았어”

[인터뷰] 서울대입구에서 만난 김명회 할머니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5/12/30 [18:13]
▲ 구세군 냄비 앞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   ©박영주 기자

 

[문화저널21=박영주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대입구역 안에서 김명회 할머니를 만났다. 5년째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 하고 있다는 할머니는 종로, 선릉, 신당, 야탑 등 여러 곳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어디가 잘되는지 안 되는지 이제는 훤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큰 백화점이 있거나 대학교가 있는 곳이 잘 된다고 했다. 물론 잠실이나 종로처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소위 잘 사는 동네로 불리는 강남, 송파 등에서도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지만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기부를 많이 한다고. “바쁘다 바쁘다 해도 학생들이 착해. 올해도 5만원짜리 기부가 3건이 있었거든. 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었어.” 취재를 하는 중간 중간에도 5~6명의 사람들이 기부를 했다. 그 중 2명은 학생이었다.

 

5년 동안 10시 반부터 7시 반까지 자선냄비와 함께해온 할머니에게 어떤 기부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었다. 막연히 기부금을 많이 내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답은 달랐다. 행색이 남루한 사람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품속에서 1000원을 꺼내 냄비에 넣을 때,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절뚝대는 다리를 이끌고 와서 적은 돈이라도 냄비에 넣을 때처럼 ‘없는 사람이 기부를 할 때’가 정말 고맙다고. “있는 사람들도 안하는데 말이야. 딱 봐도 없는 사람이 마음을 담아서 기부할 때가 제일 고맙지. 열심히 살아야 하겄구나. 생각도 들고” 있으니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없어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부라는 말이 생각났다.

 

때로는 기부가 교육도 된다.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돈을 주며 구세군 냄비에 넣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마침 한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자, 냄비에 돈을 넣으면 그 돈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줘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작은 손에 돈을 쥐고 와서는 냄비에 넣었다. 아이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물음에 “감사합니다”라며 흔쾌히 허락해줘 사진을 찍었다. 구세군 냄비 앞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할머니도 덩달아 미소지었다.

 

서울대입구역의 하루 평균 기부금은 20~30만원. 많을 때는 50만원까지도 모인다. 작년과 제작년에는 카드 단말기 기부도 활발했는데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기부하는 사람들이 적다고.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남 생각할 겨를이 없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생각이 달랐다. “적은 돈이라도, 동전이라도 기부하는 그 마음이 고마운 거지. 하다못해 100원이라도 마음이 있으면 되는 거야. 돈 적다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안 넣는 사람들도 있잖어. 그럴 필요가 없어. 그 작은 돈들이 모이고 모이면 큰돈이 된다니까” 조금이라도 몸이 성할 때 남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김명회 할머니.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찍겠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구, 사진 찍는다구? 잠깐 있어봐. 내가 마스크를 벗어야 쓰것네.” 예쁘게 나왔냐고 재차 묻는 할머니께 너무나 곱게 나오셨다고 하니 사진을 보시곤 “그러네. 곱다. 예쁘게 나왔네”하며 웃었다.

 

▲ 서울대입구 역에서 구세군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김명회 할머니.    © 박영주 기자

 

자선냄비에 기부하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선 냄비에는 카드 단말기가 달려 있다. 현금이 없어서 기부를 못 했다면 이제는 신용카드 디지털 자선냄비를 통해 쉽고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다. 3500원 정도의 커피가격. 적다면 적은 가격이지만 평소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하면서 결제하듯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퇴근길 커피 한잔 양보하는 것도 좋겠다.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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