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제는 노벨문학상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최세진 | 기사입력 2007/08/28 [10:24]

[칼럼] 이제는 노벨문학상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최세진 | 입력 : 2007/08/28 [10:24]

                                                                                                 

                                                                                                            안 재 동
                                                                                                  시인·독서신문 편집위원

 


   우리는 세계의 문학이나 문호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한국의 명작이나 문인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지낸다. 좀 안다하는 사람도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 정도만 알고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학교수업에서조차 문학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은 문학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만한 기회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수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국력이 강성했던 나라는 문학 또한 전성했다. 그런 현상은 굳이 그리스․로마 시대나 중세 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현대 노벨문학상 수상국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1901년부터 2006년까지 배출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모두 26개국의 55명으로 영국 9명, 프랑스 7명, 미국 5명, 스웨덴 3명, 아일랜드 3명 등등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는 대부분 국가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수치가 그 나라 문학 수준의 절대적인 평가 척도일 수는 없지만 노벨문학상은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니 만큼 그 가치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때문에 해마다 수상자가 누구인지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수상자 출신국가의 국위선양에도 단단히 한 몫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한국인이 없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는 국가․민족간 문화적 수준과 민족문화의 우열을 가늠하는 잣대일 수 있으므로 우리가 아무리 우수한 문화와 문자를 가졌다고 자부하더라도, 노벨문학상을 기준으로 보면 타국의 문학에 비해 우리문학의 수준이 낮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의 위기

   현재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소설가, 시인, 평론가 등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문인이 1만여 명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그들 중 원고료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문인들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한국의 전업 작가는 극소수이며 이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배고파서 순수한 창작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문인들이 적극적이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최근엔 ‘인문학의 위기’란 말이 대학가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문학의 침체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엔 일반 서점에서 시집조차 쉽게 구할 수가 없는 게 한국문학계의 현실이다. 서점 입장에서 보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시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드물다보니, 굳이 판매율이 낮은 서적을 비치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안타깝게도 문학은 대중의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문학인이든 비문학인이든 이대로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문화적 토대는 말과 글, 즉 문학에 있다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점점 상실되어가는 우리의 문학 인프라를 더 늦기 전에 재구축하고 회생시키지 않으면 안 될,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우리는 이를 국가의 중대사안으로 인식하고 하루빨리 문학을 회생시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고로, 말을 살리고 글을 살려야만 민족의 자존과 긍지가 살아나는 법이다.


한국문학이 나아갈 방향

   오늘날은 과거 군사정권 시대와는 달리 문민정부 시대다. 말 그대로 문(文)의 세상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문학이 위축되어 가고 있으니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필자는 점차 퇴색되어가고 있는 문학을 회생시키고 범국민적 문학 붐을 조성하기 위한 몇 가지 대전제를 제시코자 한다.

   첫째, 정부는 문학의 대중화를 이루어야 한다. 온 국민이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령 주도하에 정책적․행정적인 조치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다양해졌다. 과거엔 문학, 미술, 판소리, 춤, 연극 등이 전부였으나, 오늘날에는 tv, 위성방송, 라디오, 영화, dvd, mp3 등 뉴미디어가 가세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뉴미디어들에 비해 시각․청각적으로 뒤처지는 문학분야는 점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문학의 도태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문학축제나 백일장과 같은 내실 있는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충분한 예산지원을 해
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문학의 국제화를 위해 시집․소설의 영문판 출간 및 해외출판사업과 해외문학행사를 적극 개최해야 한다. 한국문학의 우수성이 홍보부족으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한국문학을 해외에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홍보할 전담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어느 해외교포 문인이 필자에게 “미당 서정주니 김소월이니 하면서 우리문학이 세계 최고봉이라고 국내에서 제아무리 떠들어대도, 정작 세계 무대에서는 세계문학의 족보 근처에도 못가는 형편이다. 한국에선 최고시인이라고 하지만 세계에서는 그들의 이름조차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 현 우리문학의 홍보 수준이 미미한데도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려하기는커녕 우리만의 집안잔치로 그치고 마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셋째, 해외 문인들에게도 문예진흥기금(도서출간 분야 등)의 지원을 전면적으로 시행해야한다. 현재 문예진흥기금은 국내 문인들에게만 지원된다. 해외문인들의 사기 앙양과 해외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이 절실한 형편이다. 비록 국적은 다를지라도 이들 역시 한국인이며, 한국과 주재국 간의 문화적 가교역할을 하는 또 다른 외교관이다. 한국문학이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시점에서 교포 문인들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넷째, 한국문인협회 등 각종 문학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의 회원이 1만여 명이다. 하지만 재원이 부족하여 문학 활성화 사업전개는커녕 협회의 명맥유지도 급급한데, 현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문예지와 신생 문예지가 수시로 명멸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과 명예를 지키던 문예지들까지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다섯째, 온 국민의 문학에 대한 관심 제고와 거국적인 문학 붐 조성을 위하여 각 방송 매체에 문학관련 프로그램을 의무 편성토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올해는 전 국민의 관심사인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경제정책’에 관한 공약만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 공약에는 ‘문학정책’도 들어있어야 함이 마땅하다. 국민은 그러한 공약을 예의 주시하여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반영해야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문학보국과 문학수출의 원년을 선포하고 과감히 실천하여 제2의 세종대왕이라는 평판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이제는 한국 문학도 세계화를 이루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고, 우리 문자와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자랑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제는 노벨문학상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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