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문화에 담긴 한국인의 마음

최세진 | 기사입력 2009/09/24 [09:18]

지하철 문화에 담긴 한국인의 마음

최세진 | 입력 : 2009/09/24 [09:18]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느라 늦은 밤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볐다. 
 
공부를 하다가 이제야 집으로 들어가는지 볼룩한 책가방을 매고 서 있는 학생, 피곤했는지 지하철 벽에 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가씨,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청년 등 지하철 안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괜스리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도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마다 힘들고 지쳤을법도 하건만 노약자석만큼은 텅 비어 있었다. 누군들 편하게 앉아서 가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비워둔 것이리라. 순간 사람들의 배려와 친절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연일 tv에서, 신문에서 끔찍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보도를 접하다보면 '도대체 세상이 이토록 각박해질 수가 있는가'하고 개탄할 만한 일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만원 지하철에서 텅 비어있는 노약자석을 보니 '세상은 그래도 아직 살만한 곳이구나', '우리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문화는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랑스러운 국가브랜드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을 수차례 다녀오면서 그곳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았지만 우리와 같은 양보문화가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대가 아무리 변했기로서니 ‘동방예의지국’으로서 한국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가브랜드를 형성하는 것은 문화의식이다. 문화의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한 자산이다. 지하철 양보문화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자산이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국가브랜드이다.
 
텅 비어있는 지하철의 노약자석은  그러나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친절과 배려가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저널21 최세진 발행인 master@mhj21.co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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