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프레임] 尹-韓 갈등 봉합했지만 ‘첩첩산중’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4/01/24 [10:00]

[정치프레임] 尹-韓 갈등 봉합했지만 ‘첩첩산중’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4/01/24 [10:00]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사퇴’ 통보(윤 대통령 뜻)를 하고, 이에 한 위원장이 거부한 여권의 내홍(자중지란)이 사태발행 이틀만인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봉합됐다.

 

이들은 화재 현장에서 만나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함께 대통령 객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임으로써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라는 안도의 (정치) 드라마를 안겨줬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자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지지철회 및 사퇴 요청과,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부한 상상하기 힘든 초유의 정치파동 및 이틀 만에 전격 봉합한 반전드라마는 이 나라 헌정사에서 실로 유례없는 일이다.

 

극적 봉합 드라마는 선거를 앞두고 공멸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한 위원장이 먼저 방문한 서천 특화시장을 (예정) 시간을 당겨가면서 찾아가 한 위원장을 만난 것이다. 한 위원장에게 분노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한 위원장을 만나러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의 결단과 포용의 지도력을 우선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임시봉합일 뿐 양인이 풀어야 할 문제들은 밀물처럼 밀려올 것이다. 향후 양인의 관계가 매끄럽게 흘러갈까?

 

▲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충남 서천 시장 화재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대통령실 제공

 

한 위원장의 무거운 짐

김 여사·김경율 비대위원 입장정리, 용산 출신 배려 등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갈등은 23일 극적으로 봉합된 집권당 1,2인자간의 정치파동으로 극적인 연출을 보여줬다. 지난 헌장사의 전례에 비춰 극적으로 상황이 봉합되지 않았다면 친 윤(尹)과 친 한(韓) 후보들의 이전투구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거의 폭망 수준으로 대패할 것이란 점은 명백하다. 그렇게 되면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여 서천으로 달려가 한 위원장을 만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갈등은 지난 19일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의혹이 국민의 눈높이 차원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언급에서 본격화됐다. 그날 아침 윤재옥 원내대표가 한 위원장을 만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는 ‘몰카 공작’이기에 이 방향으로 정리해야 된다고 간곡하게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그날 오후 한 위원장이 언론에 국민 눈높이를 거론한 것이다.

 

이에 용산이 분노했고, 이런 분노는 21일 이관섭-윤재옥-한동훈 3자 회동에서 이관섭 비서실장이 용산의 분노를 전달하면서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청했다. 이에 한 위원장이 거부했고, 더해 이런 사실을 입장문을 통해 알려 다시 한번 용산을 격분시키면서 돌아오지 못한 강을 건너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기류에 따라 강성 친 윤(尹) 계열 의원들이 한동훈 위원장을 몰아낼 것을 의논하면서 수행실장 출신 이 용의원이 23일 10시 기자회견을 하여 한동훈 위원장을 질타할 것이 예고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퍼져나가자 여권 원로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거 망한다’면서 한 위원장을 사퇴시키지 말 것을 여러 채널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이 22일 밤을 온통 지새우면서 해법 마련에 고심했고, 결국 선거를 망칠 수 없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심에 따라 예고된 이용 의원이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이철규 의원이 화합하여 선거에 임할 것이라는 메시지 등을 알리기도 했다.

 

어쨌든 ‘선거를 망칠 수 없다’라는 윤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한 위원장을 만나 극적 봉합의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까지 대통령 객차를 타고 같이 왔으나 예민한 얘기는 나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4시경 서울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 원인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및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전략공천 시사다. 마포을은 김수환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성동 전의원 지역구이기 때문에 김경율 전락공천 시사 후 많은 보수 원로정치인들이 윤 대통령에게 항의했고, 이에 대통령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실 제공

 

어쨌든 위 2가지 문제를 풀고, 용산 출신 후보들을 전략적으로 배려해야만 양인의 관계가 풀리면서 다시 충돌하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논란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우선적 관심이다.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계속 주장한다면 선거와 관계없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인간적 관계는 완전히 단절될 것이다. 그리고 김성율 비대위원의 퇴진 또한 윤 대통령이 학수고대하는 일이다. 비대위원 사퇴를 완강히 거부하는 김 비대위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또 다른 관심의 사항이다.

 

국민의힘 공관위(위원장 정영환)가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같은 지역 3연패한 지역은 우선추천 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발표했기에 문제의 마포을은 우선추천 후보를 선별하여 발표할 수는 있으나, 김경율을 후보로 선정한다면 대통령의 심기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향후 공천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겠지만 용산 출신 및 장차관 출신들의 배려문제도 난제 중의 난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극적 만남을 통해 봉합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으로 보였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동훈 위원장이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전과 같이 자신의 주장만을 밀어 부칠 수 없는 상황까지 예견된다. 

 

벌써 친윤 핵심 인사들이 ‘용산 출신 및 장·차관 출신들이 진정한 충신이다’면서 이들의 공천을 희망하며, 필요하다면 실력행사라도 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수많은 난제를 정치 초년생인 한 위원장이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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