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30년 김목경, “열심히 안한 것 같아”

동양인 최초로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 초청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2/26 [22:09]

[인터뷰] 데뷔 30년 김목경, “열심히 안한 것 같아”

동양인 최초로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 초청

박명섭 기자 | 입력 : 2020/02/26 [22:09]
  • 국내 블루스계의 거장 김목경 데뷔30주년 기념공연 준비
  • 동양인 최초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 초청
  • 세계적 일렉트릭기타 브랜드 펜더(FENDER)社 기타 헌정
  • 뮤지션에겐 무대의 크기보다 무대에 서는 횟수가 더 중요

 

“데뷔 30년, 돌아보니까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뿐이다.” 

 

데뷔 30주년 공연을 준비 중에 코로나19사태가 터지며 공연이 연기된 국내 블루스계의 거장 김목경이 말하는 그의 30년에 대한 소회다.

 

▲ 김목경이 지난 24일 오후, 데뷔 3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명섭 기자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내가 하는 블루스, 그리고 기타연주, 그 시장이 우리나라는 너무 작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줄 창구가 너무 부족하고 미디어에서도 활발하게 불러주지 않는, 그런 30년을 버텼다. 30년이 지난 지금,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하나 밖에 없다. 그냥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이다.” 

 

1990년 영국에서 첫 앨범을 만들어 귀국하며 데뷔한 김목경은 본인의 30년 음악인생에 크게 기억되는 세 가지 사건이 있다.  

 

데뷔 후 10여 년째인 2003년 동양인 최초로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던 일과, 2017년 국무총리상 수상, 미국 펜더(FENDER) 회사에서 기타를 헌정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블루스 시장이 작다는 지적을 한 그에게 해외에서 얼마든지 통하는 실력 인데,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해보려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물었다. 

 

그는 “미국 가서 한번 해볼까? 아님 일본 가서 한번 해볼까? 생각을 많이 했었고, 일본은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공연도 했는데, 일본의 블루스 시장이 상상외로 크다. 아니 음악시장 자체가 크다. 그러다 보니 블루스 시장도 큰 거다. 그리고 무대가 많다. 우리보다 한 10배는 많은 것 같다”면서 “그런데, 그러려면 한국의 삶을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되기에 거기에만 주력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기회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미국에서도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시점에서 미국에 간다면, 나는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거다. 오랜 시간은 안 걸리겠지만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회가 있다면 항상 도전해 보리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활동해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에 대해서는 미국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조 카커(Joe Cocker), 쉐릴 크로(Sheryl Crow) 등 당대 최고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섰던 일을 꼽는다.

 

“멤피스 '빌 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공연 후 일본,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마카오 등에서 초청이 와서 많은 공연을 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거기서 받았던 만큼의 대접을 받아보질 못했다. 그만큼 나를 모르니까.”  

 

▲ 지난해 12월 5일 안양예술공원 스페이스 크리오에서 공연중인 김목경  © 박명섭 기자


30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부분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90년 데뷔 후 10년 정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따랐지만 1998년에 발매된 신중현 ‘트리뷰트’라는 앨범에서 내가 부른 ‘빗속의 여인’이 히트하면서, 지상파 방송출연을 하게 되고 故김광석이 불러 널리 알려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와 ‘부르지마’ 등의 저작권료 수입도 보태지면서 경제적 상황이 나아졌다”고 술회했다. 


이후 2003년 미국 멤피스 초청공연에 이은 해외 공연으로 순탄하게 활동을 이어온 그는 공연에 사람이 안 들어서 고생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30년 음악인생 중 초기 10년 이후부터는 큰 고생 없이 순탄하게 활동해 온 셈이다.

 

김목경은 그때부터 방송보다 공연을 많이 했다. 김목경은 공연의 규모에 관계없이 공연의 횟수에 집중하면서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은 관객들과 만나야 한다"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고 30주년 공연이후부터 다시 주 2회 연주회를 가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생각을 해 봤다. 앞으로 내가 만약 70살이 되는 10년 동안, 물론 그 이후에도 활동을 하겠지만, 1주일에 한번 씩 무대에 서면 500번을 못선다. 그만큼 얼마 안되는 거다. 무서운 거다. 숫자 500이 딱 나오면 ‘야 이것 밖에 못 서는 건가.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려야겠구나’라는 생각에서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하려는 것이다.”

 

그는 관객 수에 대해 묻자, “많든 적든 상관 안한다. 이제는 어떤 장소의 공연에서든 어느 정도 기본 이상의 관객이 든다”면서 “무대가 작든 크든 안 가리고 공연에 집중했다. 지금도 종로와 대학로에 있는 ‘천년동안도‘ 같은 조그만 곳에서도 공연을 한다. 그냥 매번 잘 하자는 마음으로 장소가 어디든 같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게 내가 잘한 것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작은 클럽의 경우 내가 내 소리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으니까 좋다. 왜냐면 보통 큰 극장은 내 기타 앰프소리를 모니터를 통해서 들어야하는데 무대가 작으면 다이렉트로 듣는 거다. 바로 내 뒤에 있고, 마이크를 안대니까 정말 솔직한 소리가 나온다. 마치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 같이 살아있는 것이다.” 

 

▲ 김목경이 지난 24일 오후, 데뷔 3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박명섭 기자


세계적 일렉트릭 기타브랜드인 펜더사에서 기타를 헌정 받은 그에게 그 기타를 연주할 때 써 봤는지 물었다. 그는 “써 봤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아티스트 중에서는 그 외에 신중현, 신대철, 김도균이 펜더사로부터 기타를 헌정 받은 바 있다. 

 

펜더 커스텀샵에서 만들어준 것인만큼 하나밖에 없는 악기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한 기타와의 차별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김목경은 “기타라는 악기는 마음으로 치는 것” 이라며, “그 악기가 너무 좋아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그대로 표현해 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마음이 표현된다면 그걸로 100점”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기타라는 악기를 놓고, 노래를 한다거나, 무대에 서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사람들 보면 등산도 가고 친구들 만나서 어울려 술도 마시고 하는 일상처럼 나는 그 대신 음악을 하는 거니까 더욱 힘이 나고 직업이자 또 취미인데, 너무너무 재미있는 취미라 행복하다.”

 

김목경은 앨범 또한 이번에 나오는 7집에서 끝내지 않고,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1집부터 7집까지 3곡의 리메이크 곡을 제외하고 모두 본인이 만든 곡이다. 

 

원래 2월 29일로 예정돼 있던 그의 30주년 기념 콘서트는 대략 6월쯤 개최될 예정이다. 그는 이번 30주년 콘서트에서 새로운 앨범 7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한대수의 ‘하룻밤’과 무당의 ‘멈추지 말아요’ 2곡을 리메이크 수록했고, 모두 신곡이다. 특히, 3년전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를 기리는 기타연주곡 ‘엄마생각’이란 곡이 수록돼 있다.  

 

문화저널21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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