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한국오페라 살려서 새로운 오페라문화 만들어야”

한국오페라협회 초대 회장 박현준, 산적한 과제 모두 함께 풀어야 희망 있다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1/05 [21:16]

박현준, “한국오페라 살려서 새로운 오페라문화 만들어야”

한국오페라협회 초대 회장 박현준, 산적한 과제 모두 함께 풀어야 희망 있다

박명섭 기자 | 입력 : 2019/11/05 [21:16]

더 이상 실기(失期) 할 수 없는 한국오페라의 벼랑끝 위기감 

 

“우리 오페라가 최근 혼란을 겪고 있다. 늘 그래왔지만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시장은 열악한데 1인 기획사 같은 오페라단들이 양산되면서 오페라 생태계가 혼란하고 민간오페라단 연합회 등도 열심히는 하는 듯하지만 각자의 대표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면면이다. 시류에 영합해 지원금과 기득권을 목적으로 두는 듯하다.” 지난 10월 25일 출범한 한국오페라협회 초대 회장에 취임한 박현준 회장의 말이다. 

 

▲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  © 박명섭 기자


박 회장은 “민간에서 주도해왔던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역시 관객 개발 및 오페라 저변확대에 기여하지 못했고 축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어 그 가치를 재고해 봐야 한다”면서 “그 동안 무엇을 했나 싶다. 그것조차도 그들끼리 격년제로 돌아가면서 독식을 하는 듯 하니, 오페라 축제를 새 부대에 담아야 할 시기가 온 듯하다”고 강조했다.

 

뿌리가 깊지 않아 보이는 민간 오페라단 연합회 이사장이 오페라계의 대표인 양, 온갖 곳에 얼굴을 내비치고 다닌다고 지적한 그는 “그 얼굴이 우리 오페라의 대표라고 인식 된다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우리 오페라는 여성 단장들이 주도하고 큰 기여를 했으나, 그것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고, 지금은 그 형태를 답습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계에 리더가 필요한 시점 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페라계는 왜 그런가, 왜 서로 욕하는가, 왜 뭉치지를 못하는가,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듣는 말이다. 오페라계가 주인의식을 일으켜야 한다. 리더가 필요한 때다. 우리 오페라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아 시장의 논리에도 맞지 않다. 손님은 많지 않은데 동네에 편의점이 과다하게  있는 격으로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페라 시장의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때다. 모두가 힘을 모아 대형 마켓을 만들어야 한다.”

 

박 회장은 “우리 오페라는 위기에 처해 있으며, 성악가들이 전업(轉業)을 하는 가슴 아픈 시대”라며 “위기 극복의 타이밍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한 음악에 바친 열정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출범한 한국오페라협회는 음악협회와 손을 잡고 그 산하에 공식협회로 출범해 성악가, 오페라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생계와 생존을 넘어 우리 오페라의 지평을 넓혀 세계오페라를 주도하는 협회가 될 것”이라며 “오페라, 성악인들에게 넓은 터전을 열어 주려는 비전과 목표로 출범했고, 본의 아니게 초대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예술의전당 빛 탕감해 예술가들에게 누적되는 고통 해결해야 

 

최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국립화 문제도 제기됐지만, 유인택 사장이 누적 적자 200억에 매년 적자가 100억이라는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것으로 볼 때 오페라하우스의 정상 기능은 말도 못 꺼낼 상황이 아닌지 물었다.

 

이에 대해 박현준 회장은 “예술의전당 빚은 하루속히 정부 차원에서 탕감해 줘야 한다. 빚으로 인한 재정적인 압박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행위를 위축 시킬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대관료, 부대 사용료 등 예술가들이 혜택을 받아야할 부분을 악화시키는 효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예술의전당은 예술가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전임자가 남긴 빚은 전임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빚이 200억이 남게 된 원인 분석이 필요하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신임 유인택 사장이 빚더미 위에서 행정을 해서는 안 될 일이고 빚의 고통이 예술의 전당 사용자인 예술가들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정부는 알지도 못하는 빚을 안고 있는 예술가들의 빚을 무조건 갚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개최된 한국오페라협회 발족 및 K-Opera 페스티벌 조직위 발족식에서 박현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오페라협회)

                  

박형식 감독의 시즌감독제 도입은 환영할만 하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예술감독)해임 이후 국립오페라단의 전문성 문제나 도덕적 헤이가 불거진 가운데, 논란 끝에 부임한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에 대해 물었다.

 

박 회장은 “박형식 단장이 부임해 시즌 감독제를 하겠다는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문가가 없는 집단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필요하다"면서 "국립오페라단의 정체성 문제는 이야기가 좀 길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소영 이후 김의준, 한예진, 김학민, 윤호근 등의 단장(예술감독)들이 임기 중 사퇴를 반복하면서 오페라계는 세월을 허비했다. 정말 오페라사(史)에서 중요한 시기에 정통성이 훼손되고 말았다. 뼈아픈 경험인데 이제 더는 그럴 수 없다는 절박함이 오페라계에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 자리는 오페라에 대한 전문성과 오페라계 전체를 아우르는 포용력과 리더십, 극장 시스템, 그리고 제작비용을 낭비하지 않는 국제적인 지식과 안목이 필요하다”면서 “국립오페라단 터가 세기 때문이 아니라, 경험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단장들이 인맥을 타고 내려왔기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를 한 것이라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임 박형식 단장은 과거 낙마한 김의준 단장처럼 행정의 전문가로 임명 된 것으로 안다. 들려오는 박형식 신임 단장의 행보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예술감독 공백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우려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의 국립오페라단에는 성악가, 지휘자, 연출가 등 오페라관련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고, 행정직과 예술감독만이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재미있는 것은 4~5명의 예술감독들이 줄줄이 낙마하여 행정의 공백이 생기자 행정 직원들이 국립오페라단을 운영해왔다”면서 “행정 직원 중 팀장급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해 정책을 결정하고, 해외 및 국내 캐스팅을 주도했다고 하니, 운영에 비리나 과실이 없는지 감사원과 문체부에 감사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직전 단장이던 윤호근 예술감독과 만나 5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박 회장은 “국립오페라단 팀장들의 월권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코 학력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통신대 출신의 비전공자, 비전문가 팀장에게 기라성 같은 유학파 성악가들이 잘 보이려고 선물 공세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지방 모 대학 성악과 출신이 팀장을 두개나 겸직하고 정책을 결정했다 하니 이 또한 한심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감사원과 문체부 장관은 과연 국립오페라단이 어떻게 운영되어 왔고, 오페라 제작 예산이 어떻게 쓰여 지는지, 또 해외 예술가들과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혹여 리베이트를 받지는 않았는지, 성악가들에게 향응을 받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간오페라단에게 분배해야 마땅한 80여회의 국립오페라단 지역 방방곡곡 공연에 특정인, 특정 단체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는지, 이 또한 감사가 필요하다”면서 “신임 박형식 단장은 팀장이 주인인 국립오페라단을 오페라인들이 공감하도록 권위를 세우고 오페라 질서를 확립하는 일을 임기동안 이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한국오페라협회 발족 및 K-Opera 페스티벌 조직위 발족식이 개최됐다. (사진=한국오페라협회)

 

행정이 예술 위에 군림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기를 바란다는 박 회장은 “문체부 공연과장과 감사팀에게 국립오페라단 감사를 정식으로 요청드리며, 감사시 제작비 관련 감사는 오페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공정하고 정확한 감사를 함으로써 우리 오페라의 새 질서와 기풍을 조성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창작 페스티벌 개최해 관객 욕구 살려내는 오페라 문화 

 

창작 위주로 관객을 개발하고 페스티벌도 열 것이라는 계획에 대한 질문에 박 회장은 “기존 창작오페라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한국 창작 오페라페스티벌'을 통해 세계 오페라의 주목을 받는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 오페라 저변확대와 관객 개발에 나서려고 한다”면서 “오페라는 시장 논리를 따라야 한다. 관객이 티켓 사고 싶은 욕망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오페라문화가 아니다. 아울러 우리 성악가들에게 끊임없는 무대 제공을 위해서는 전국의 공간들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 하고 있는 오페라 축제는 국립오페라단 작품 하나에도 못미치는 예산 가지고 축제라고 한다. 사망한 축제다”라며 “오페라를 죽여서 오페라를 살려야 한다. 손님은 없는데 이 골목 저 골목 수퍼마켓만 늘어나는 자영업의 한계 상황이 오페라에도 그대로 전이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노들섬 오페라극장, 다시 불 지펴 예술가들의 꿈 살려야  

 

제대로 된 극장 시스템을 원하지만 안 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박 회장은 “오페라는 극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아는 뉴욕 메트, 이태리 밀라노 스칼라, 로마, 세계 오페라의 중심국이 된 독일 어느 극장이건 국립오페라극장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극장 안에 오케스트라, 합창단, 의상 등 오페라관련 모든 시스템이 있는 것이 오페라극장 이다. 우리나라는 오페라하우스라 불리는 극장은 있으나 오페라 극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설이 무감각하게 있는 것이다. 사회 인식 수준이 여기까지다. 특이한 형태의 국립오페라단이 존재하는데, 그래서 세계 오페라극장들과 견주기가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그는 오페라극장을 만들어야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세계 어느 도시에건 오페라 극장이 존재하고 그것이 도시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모든 예술가들의 꿈을 부풀게 했던 ‘노들섬 오페라극장’ 이 정치적인 논리로 엎어진 우리오페라의 꿈을 박원순 시장은 다시 일으켜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한국 오페라협회는  한국음악협회와 손잡고, 우선 급한 생계와 생존의 문제부터 다루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오페라의 지평을 넓혀 세계 오페라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오페라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면서 “저희 세대가 지나면 오페라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면서 관계부처 및 언론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화저널21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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