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년, 시들지 않는 목련화 '엄정행'

김춘경기자 | 기사입력 2008/03/24 [06:30]

데뷔 40년, 시들지 않는 목련화 '엄정행'

김춘경기자 | 입력 : 2008/03/24 [06:30]
▲ 우리 가곡의 대명사로 불리는   '목련화'의 주인공  테너 엄정행 교수                                              © 김춘경기자

금년에 데뷔 40주년을 맞아 전국 투어 기념음악회를 갖는다
 
어느새 봄이 왔나 싶더니 길가 여기저기에는 벌써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목련화 꽃망울들이 피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무에 연꽃이 핀다해서 ‘목련(木蓮)’이라고 불리 우는 목련화,  예나 지금이나 목련화를 보면 생각나는 가곡, 또 이 노래를 생각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우리 가곡의 대명사요, 국민 성악가인 테너 엄정행.
   나이 65세, 평생을 재직해온 경희대 음대 교수를 금년 2월 정년퇴임을 한 그는 올해로 음악인생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지난 3월 3일 가진 부산공연을 기점으로 금년에 울산, 서울, 광주, 대전 등 데뷔 40주년 기념음악회의 전국 투어를 갖는다는 엄정행 교수,그를 만나보았다.            

  ♪~오-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불후의 가곡 목련화의 한 소절을 흥얼거리며 필자가 찾아간 곳은 크라운관이라 불리우는 경희대 음대, 지하1층 명예교수실이었다. 약속시간을 기다린 듯 반갑게 맞이하는 젠틀맨. 푸른 빛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그의 첫인상은 오래 전에 tv매체를 통해서 봤던 기억대로 역시나 온화함 그 자체였다.
   "겉옷을 입고 할까요?"
라며 미소를 띄우며 예의를 갖추는 말로 말문을 여는 그와의 기분 좋은 오후의 데이트,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본다.

--김: 한국가곡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엄교수님께서 지난달 데뷔 40주년 기념 독창회를 하셨다구요? 40년이면 정말 적지 않은 세월인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공연이었는지요?
--엄: 이번 독창회는 아주 뜻있는 독창회였는데, 1968년에 데뷔한 이래 40년이 됐고, 정년퇴임도 하고 주변의 권고도 있고 해서 전국투어를 하기위해 시작한 공연이었습니다. 3월3일 부산을 기점으로 4월엔 울산, 5~6월엔 서울, 그밖에 광주, 대전등 큰 도시를 돌며 음악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김: 전국 투어면 건강이 염려되는데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엄: 작년 10월에 너무 바삐 연주를 다녀서 피곤해서였는지 뇌일혈로 병원에 2주정도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건강을 회복하고, 이젠 건강을 찾고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쉬어 가면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김: 특별히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엄: 매사에 부지런 해야된다는 거죠. 청소도 하고 페인트도 칠하고,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할 때는 아파트 단지를 걷기도 합니다. 2년 전에는 등산을 했었는데 요즘은 산을 가면 좀 힘들어서 노래하는데 지장을 주는 것 같아 걷기만 하고 있습니다.

--김: 항간에 체육 특기생으로 고교에 진학해 배구를 하셨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셨는지?
--엄: 초등학교 때 군인들과 생활을 하던 중 다리에 화상을 입게 되었는데, 다리 근육을 펴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운동을 했고 당시는 대학까지 운동을 생각했지만 그 당시 갑자기 배구가 9인조에서 6인조로 바뀐데다 키도 작고해서 음악으로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음악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늘 음악적인 가정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때문에 쉽게 음악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엄정행 교수는 대학생이던 1968년에 조선일보 신인음악회로 공식적인 데뷔를 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40여년간 교수로, 연주자로 왕성한 활동을 해 온 그는, 독창회 187회 및 각종 오페라 출연, 우리 가곡, 이태리 가곡, 오페라 아리아 및 찬송가 22매와 cd 8매 출반, 세계 각국 초청 독창회 및 연주회 다수 출연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 1968년 조선일보 신인음악회로 데뷔후 음악인생 40주년을 맞은  테너 엄정행 교수                    © 김춘경기자
 
앞으로 새로운 우리 가곡을 발굴하고 또 시대별로 정리를 하고 싶고, 고향에 예술고교를 설립해 후배양성을 하고 싶다고 ...

  
테너 가수 엄정행 하면 늘 따라다니는 가곡 '목련화'.
   목련화는 경희대학교 교화이기도 한데,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학원장이 작시하고 작곡가 김동진 선생이 작곡했다. 본래 '4반세기 칸타타’라는 아리아의 일부분으로, 당시 경희대 강사로 출강중이던 엄교수에게 김동진 선생이 권유해 무려 60번이나 고쳐 부르며 녹음하여 레코드로 만들어 낸 노래라고 한다. 이 노래는 레코드로 만든 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고 그는 회상하며 말했다.

   엄정행 교수는 금년 2월 평생을 몸담아 온 경희대학교를 정년 퇴임하였는데 퇴임과 관련하여 질문한 내용 몇가지를 간추려 본다.

--김: 금년에 경희대 음대에서의 34년의 교수생활을 끝내고 정년퇴임 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많이 서운하실 것 같은데 퇴임 소감을 한마디 해주시죠
--엄: 연주자라는 걸 병행했기 때문에 정년퇴임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또 지금도 명예교수로 일주일에 두 번 계속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습니다.

--김: 제자들이 많으신데 정년퇴임 기념음악회 같은 계획은 없으신지요?
--엄: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하는 연우회라는 제자들 모임이 있는데, 평소 일 년에 두 번씩 연주회를 열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계획은 없습니다. 항상 제자들을 위해 연주회를 했는데 이번에는 제자들이 선생을 위해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퇴임후에 특별한 계획이 따로 있으신지요?
--엄: 이제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새로운 우리가곡을 발굴도 하고 시대별로 정리를 하고 싶고, 또 2년 전부터 생각해온 것으로 고향인 경남 양산에 예술고교를 설립해 후배양성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준비 중에 있습니다.

--김: 자료에 의하면 양산에서 2003년도에 교수님 이름을 딴 엄정행 전국성악대회라는 콩쿨대회가 생겼다는데 지금도 개최되고 있는지요?
--엄: 금년에 6회입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양산시에서 지원금도 조금 나오고 해서 요즘은 쉽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되면 국제성악콩쿨이라는 타이틀로 조금 크게 할 예정입니다. 

   이 콩쿨을 통해 배출된 학생들이 이태리 유학을 가는 등 많은 활동을 보이고 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현재 제자만 해도 250여명이 된다고.
 
▲ 우리 가곡계의 거장  테너 엄정행 교수의  건강과 행복, 향후 활동을 기원해 본다                        © 김춘경기자

"양보와 타협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 "다시 태어나도 노래를 하겠다"

   성악을 하려고 한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처음부터 확실한 테스트를 받고 시작을 했으면 한다고 조언을 하는 그는 연주보다는 정말 노래를 할 줄 아는 성악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다시 인생이 주어진다면 음악과 사랑, 또 다른 가치 중에서 무엇을 하겠냐는 필자의 질문에 서슴없이 다시 태어나도 노래를 하겠다며 자신이 외국유학을 못했기에 외국가서 부족한 부분을 더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겸손한 이야기를 꺼내 놓기도 했다.

   음악가족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가족에 대해 묻자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부인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재직 중인 첫째, 그리고 역시 성악을 전공하고 음악교사를 하다 시집을 갔다는 둘째가 있다고 소개하는 그의 모습에는 단란한 문화가족의 모습이 묻어난다.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욕심과 과욕을 앞세워 일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양보와 타협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는 우리 가곡을 더욱 사랑해 달라는 당부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해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목련처럼,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모습과 목소리로 우리들 곁에서 목련화를 부르는 우리 가곡계의 거장 테너 엄정행, 그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인터뷰, 정리 - 김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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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자 2008/03/27 [21:10] 수정 | 삭제
  • 아주 오래되었지요 부산에서의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엄정행님의 노래를 들을 려고 극장이 메어질듯이 많은 인파로 결국은 다 입장을 못하고 오히려 밖에 있는 분들이 많앗어요 그 분들중에 그냥 돌아가려니 섭섭햇던지 차라리 무대에 서지말고 넓은 밖으로 나오셔서 노래 한곡만 들려 달라고 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아주 오래전이지요 연세가 그렇게 많은줄 몰랐습니다 저와 동갑이네요 암튼 사진으로만 보아도 좋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좋은 노래 특히 오 내사랑 목련화 그 노래는 너무 많이 불러서 싫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느 것을 어쩝니까 건강하십시오
  • 신병철 2008/03/25 [18:49] 수정 | 삭제
  • 엄정행 교수님! 4월 울산 음악회 땐 제가 꽃다발 들고 가겠습니다. 뜨거운 포옹도 한 번 하고 사진도 찍고...우리집 벽에 이해인 수녀님과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데 그 옆엔 교수님과 찍은 사진을 걸려고 해요. 제 인생의 귀감이 되시는 분들이죠!
  • 나종찬 2008/03/24 [12:14] 수정 | 삭제
  • 엄정행님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목련화...어린시절...가장 좋아하는 성악가가 엄정행님이였습니다..김춘경 기자님덕분에 목련화의 주인공 엄정행님을 만나게 되어 고맙습니다..교수님..나이가 65세인데도 불구하고 40대처럼 멋져 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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