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용화의 핵, 홍병희 교수

꿈과 현실의 벽 허문 연구가이자 사업가…기업들과 실용화 협업 중

김홍래 기자,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1/22 [10:45]

[인터뷰] 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용화의 핵, 홍병희 교수

꿈과 현실의 벽 허문 연구가이자 사업가…기업들과 실용화 협업 중

김홍래 기자, 박명섭 기자 | 입력 : 2019/11/22 [10:45]

꿈과 현실의 벽 허문 연구가이자 사업가…기업들과 실용화 협업 중 

 

요즘 경제계의 가장 핫(hot)한 인물 중 하나는 단연 홍병희 교수(49. 서울대 화학과)다. IT와 바이오는 물론 산업계 차기 먹거리 설계자들의 미팅 섭외대상 0순위이기도 한 그가 실리콘을 능가할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실용화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첨단소재 연구자들은 그래핀이 전 세계 향후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생활경제 적용 초기 단계지만 단기간 내 실생활 곳곳에 그래핀이 쓰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대체 그래핀이 무엇인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산업 먹거리인 나노물질 그래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 홍병희 서울대 교수  © 박명섭 기자


흑연을 원료로 하는 치밀한 벌집모양의 구조를 지닌 나노물질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다이아몬드보다 열 전도성이 좋으며,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키고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한다. 기존 반도체보다 전기의 흐름을 빠르게 할 수 있어 실리콘 기판을 대체할 재료로 꼽힌다. 

 

게다가 투명하면서도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 전도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구현할 수 있는 물질로 평가 받는다.

 

제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기 위한 핵심 첨단소재로,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형태) 시장에도 대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핀은 ‘살아있는 물리학 교과서’이자 ‘꿈의 물질’

 

사실 그래핀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난 상태다. 증권업계도 그래핀 관련 주들에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9월 이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 소속 연구진과 입주기업 등이 그래핀을 응용한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LED 반도체 소자 중 하나) 디스플레이 핵심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향후 주도권을 이어가는데 있어 그래핀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래핀은 살아있는 물리학 교과서이자 꿈의 물질입니다. 학문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삶의 신소재로 쓰면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연구를 거듭한 결과 2010년 드디어 30인치 사이즈도 만들고, 2019년에는 기업들과 협업으로 물질 개선과 사이즈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부터는 엔지니어의 몫이라는 홍 교수는 현재 그래핀 실용화를 위한 기업과의 협업이 굉장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제조분야에서 양·질·가격적 측면에서 상업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래핀 부품이 단초가 돼 새로운 산업분야를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핀의 도움으로 그동안 넘지 못했던 현실의 여러 장벽들을 넘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기차 앞 유리 성애문제 해결 2년째 테스트 중

 

홍 교수는 현재 그래핀 상용화 사업 2가지를 본격 진행 중이다. 그래핀의 특징 중 투과도가 높은 점을 활용해 전기자동차 앞 유리 성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데, 전기차는 엔진이 차다보니 앞 유리에 끼는 성애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약점입니다. 앞 유리 사이에 그래핀을 넣어 전기에너지로 성애를 없애는 방법을 2년째 테스트하고 있고, 2022년경 5~10만대 분량의 전기차에 그래핀 히트를 장착할 계획입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성애뿐 아니라 습기와 얼음 등 전기차에서 나타나는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핀으로 파킨슨병 예방·치료도 실험 중

 

그가 진행 중인 그래핀 실용사업의 또 한 분야는 바이오 산업이다. 가장 작은 그래핀을 발광소재로 쓰려는 연구를 진행했으나 연구결과가 좋지 않자 평소 잘 놀고 엉뚱한 생각을 잘 하는 한 제자가 그래핀을 파킨슨병에 활용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 홍병희 서울대 교수  © 박명섭 기자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세포실험, 동물실험 중인데 결과가 아주 좋습니다. 파킨슨병의 경우 약을 먹어도 뇌로 전달이 잘 안됩니다. 전달을 가로막고 있는 뇌혈류장벽을 그래핀으로 전환할 경우 파킨슨 유발 단백질 제거효과가 탁월했습니다. 쥐 등 동물실험으로 독성 등을 실험한 후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2019년 파킨슨병에 대한 논문이 5년간의 시간을 거치며 출판되면서 많은 환자들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들에게  그래핀은 새로운 삶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파킨슨병은 투약을 해도 약간의 증상완화 효과만 있을 뿐 치료약은 없는 상태다. 이쯤 되니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그래핀 실용시장 의류 분야에서도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와 협력 중이다. 현재의 히팅(발열) 옷들은 부피가 크거나 세탁이 어려운 데 비해 그래핀 적용 옷은 얇고 세탁이 가능해 실용성에서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어 큰 반향을 부를 전망이다. 

 

이 외에도 그래핀은 심박과 온도 등의 센서로도 사용될 예정이며, 센싱 분야에서는 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산업과 융합도 가능하다.

 

‘바이오그래핀’ 대표, ‘그래핀스퀘어’ CTO

 

홍 교수는 현재 파킨슨병 예방 치료제를 준비 중인 ‘바이오그래핀 대표다. 그래핀스퀘어라는 IT 회사의 CTO(기술책임)이기도 하다.

 

“그래핀은 분석이 어렵고 특이해 연구가 쉽지는 않습니다. 인력이 부족하죠. 연구실에 있는 친구들을 산업현장인 회사로 데려오는 게 저의 숙제입니다.”

 

“홍병희는 원래 모범생이 아니었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자랐지만 금수저는 아니었다. 반에서 70명 중 30 등 정도 하는 중간치였다. 고2 때 친구 따라 우연히 단과학원에 갔다가 화학강의가 너무 재미있어 빠져든 것이 인생길을 바꿔놓았다.

 

“한 번 흥미를 붙이게 되니 고등학교 2학년인데도 늦었다는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포항공대를 목표로 무작정 공부를 시작해 합격했고, 당시 신생학교였던 포항공대 젊은 교수님들 중에 신선한 실력자들이 많았죠. 덕분에 유학을 가지 않아도 세계적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도 본인은 시카고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지도교수가 콜럼비아대를 추천했고, 그 곳에서 김필립 교수를 만나 화학이 아닌 물리를 전공하게 되면서 화학과는 다른 언어로 그래핀을 처음 만났다. 

 

“그래핀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구정착금을 전부 투자해 그래핀 합성을 연구했죠.”

 

그래핀 실용화 성공은 그렇게 물리와 화학의 융합, 그리고 인간 홍병희의 다소 엉뚱한 발상으로 완성됐다.

 

사실 그는 성과를 추구하기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대학교에 가서도 운동과 음악, 동아리에 열심이었고, IMF 당시 취업할 곳이 마땅찮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때부터 그의 숨겨진 재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5년 째 학교 밖 청소년 멘토링

 

‘놀아본 사람’ 홍병희는 그래선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한 때 공부 기회를 잃은 친구들을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유별나 5년째 그들의 든든한 멘토가 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는 지방대 졸업생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친구들이 오히려 훌륭한 창의력을 발휘할 때가 많거든요. 지식습득 능력과 지식창조 능력은 다르죠.”

 

사단법인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과의 인연도 그렇게 이어졌다. 2015년 학교 밖 청소년들과의 첫 만남에서 그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통제가 안 될 정도의 강렬함은 내년에도 멘토링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너무나 보통의 아이들인 거예요. 5년 동안 인턴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도전받고 변화하는 친구들도 생기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오히려 우리가 얻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느끼고 배우는 자리죠.” 

 

그는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의 학교 밖 청소년 인턴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은 전국화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사업보다 연구가 좋아요!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자금난에 경영, 재무, 회계, 투자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홍 교수는 솔직히 사업가가 연구가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선지 그는 그래핀을 처음 합성했을 때, 그리고 그 내용들을 정리한 논문이 2009년 세계적 과학지 네이처에 게재됐을 때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 네이처지 게재 논문은 현재 우리나라 과학계 인용도 1위, 전 세계 화학분야 인용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직접 운영 중인 바이오그래핀은 이미  미국에 진출해 있다. 2021년 미국 FDA 임상 승인을 받은 후 미국에서 상장도 계획 중이다. 그래핀스퀘어와 함께 두 회사를 유니콘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그는 그렇게 꿈을 이루고, 사회에도 더 기여하고 싶어 한다. 

 

문화저널21 김홍래 기자,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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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호랑이 2019/11/22 [15:31] 수정 | 삭제
  • 아~~이분이 국일그래핀 연구성과를 공개하라고 믿을수 없다고 과장광고라고 말씀하셨던 그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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