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오늘도 소주 한잔" 베트남 MZ 잡은 하이트진로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06/23 [06:31]

[가봤다] "오늘도 소주 한잔" 베트남 MZ 잡은 하이트진로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4/06/23 [06:31]

 

▲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둘러싸인 하이트진로 '두꺼비' 캐릭터.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은 로컬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면 판촉 활동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 이한수 기자

 

"한국의 소주를 마신 지는 3년 정도 됐다. 친구들과 복숭아 맛 등 과일소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한국 음식을 먹을 때는 거의 소주를 시키는 편이다." -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 A씨

 

지난 13일 베트남 하노이에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날 일명 '맥주거리'라고 불리는 '타히엔 거리(Ta Hien Street)'에는 현지와 외국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맥주를 마셨지만, 야외 테이블 곳곳에는 매우 익숙한 초록 병들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하이트진로의 청포도·자두·딸기·복숭아·자몽 소주다.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 있는 타히엔 거리는 하노이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 잡았을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국내에서도 짠내투어, 배틀트립2 등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고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하다. 이 거리에는 총 78곳의 식당이 있고 그중 64곳에 하이트진로의 소주가 납품되고 있다. 거리를 돌아다녀 보니 여러 가게의 메뉴판에서 과일소주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 6월 기준 맥주거리 주점에 진로 소주 입점률은 82%"라며 "아직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 40%였던 것과 비교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 친구와 함께 '청포도에이슬'을 마시는 응우옌 안 톤 린(Nguyen An Ton Lin) 씨(왼쪽).  © 이한수 기자

 

베트남 국민들은 OTT 등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한국 문화를 쉽게 접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초록색 병이 '소주'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는 호기심과 함께 경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13%로 낮은 도수와 과일 5종의 달콤한 과일 맛이 나는 '~에 이슬' 시리즈가 주 선호 대상이다.

 

이에 더해 베트남에서 소주는 '힙한 술'로 인식되고 있다. 보드카나 데킬라와 같이 가격대가 있는 '스피릿 주종'으로 포지셔닝 돼 있다. 유흥(On)채널 기준으로 소주 1병 가격은 12만 동~15만 동(한화 약 6500~8000원)으로 형성돼 있다.

 

맥주거리에서 친구와 함께 하이트진로 '청포도에이슬'을 마시던 현지인 여성 응우옌 안 톤 린(Nguyen An Ton Lin) 씨는 "젊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 대체로 소주에 대해 알고 있다"며 "과일소주를 좋아하고 맥주보다 3배 정도 비싸지만 특별한 날에는 꼭 진로 소주를 마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소에서 만난 여성 레 티 튀 항(Le Thi Thuy Hang) 씨는 "마트 시음 행사에서 처음 마셔봤다"고 소주를 알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주로 바베큐와 함께 먹고 튀긴 요리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피크닉 등 야외에서도 마시는데, 요구르트와 섞어서 마시기도 한다"고 했다.

 

▲ 일명 '맥주거리'라고 불리는 '타히엔 거리(Ta Hien Street)'에서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을 즐기는 현지인들,  © 이한수 기자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주류 시장에서 '진로(JINRO)'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구축하는 '진로의 대중화'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자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 단지 내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건립한다. 축구장의 11배 크기로 2026년 내 완공 및 가동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과일소주 생산 1개 라인에서 연간 약 100만 상자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 내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는 최근 3개년 연평균 약 31% 성장을 기록, 지난해 현지 판매량은 베트남 진출 이후 최대 판매를 달성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참이슬과 진로뿐만 아니라 자두에이슬 등 과일소주 5종도 현지 주류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 대면 판촉 활동을 하며 '진로'를 홍보하는 모습.  © 이한수 기자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은 로컬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면 판촉 활동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유흥채널에서 각 업소를 돌며 테이블마다 '진로'를 음용하도록 권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다채로운 게임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품은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품목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가정(Off)채널에서는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음을 권유하고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에게는 증정품을 제공한다. 특히 시음에 제공되는 컵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공식 SNS 계정으로 연결되어 홍보 효과를 더한다.

 

소비자 접점에서 활동하는 대면 판촉은 '진로'를 인지하고 음용하고 구매로 이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레귤러 소주의 맛이 생소한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음료수와 혼합한 형태로 시음을 권유하며 '경험'과 함께 '진로'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게 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베트남 소비자들도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주 방식으로 한식, 현지식과 음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노이 시내 후지마트(Fuji Mart)에 마련된 진로 소주 단독 매대.  © 이한수 기자

 

또 매년 증가하고 있는 체인형 대형마트, 편의점의 신규 매장 개점 시 ‘진로'를 주류 매대 중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기존 판매 매장에서도 소비자 동선을 고려한 독립매대, 엔드매대 등을 선점하는 활동이 늘 치열하다. 

 

현재 하이트진로 소주는 베트남 전체 9000여 개 대형마트 중 입점률은 90%에 달한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증류주 시장에서 수출 이후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하노이 시내 후지마트(Fuji Mart)에서도 진로 소주가 진열된 주류 코너 단독 매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후지마트는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현재 11개 매장을 갖고 있고 하이트진로는 그중 3개 매장에 단독 매대를 계약해서 진행 중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현재 매장 한 군데 기준 한 달에 15짝(1짝 20병입)씩 나가고 있다. 후지마트가 50개로 매장을 늘릴 예정인 만큼 단독 매대 숫자와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베트남에서만 27개 브랜드, 170종 이상의 유사 소주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이한수 기자

 

문제는 한국 소주의 유명세로 초록색 병에 한글 라벨을 부착한 유사 소주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중소 업체가 정식으로 수출한 제품도 있지만, 베트남 현지 업체에서 단순히 모방한 제품도 많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유사 소주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고 베트남에서만 27개 브랜드, 170종 이상의 유사 소주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산보다 원가가 낮아 판매가 확산하는 추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현재보다 더 과감하게 차별화할 예정이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또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식 고깃집 진로BBQ 4호점.  © 이한수 기자

 

베트남에서는 게스트로바(Gastrobar) 형태의 업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면서 술을 마시는 곳으로 MZ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찾는다.

 

베트남 소비자에게 진로는 한국 브랜드, 프리미엄 등으로도 인식되기 때문에 게스트로바에서 인기가 높다. 얼음이 가득 채워진 소주타워 형태나 병째 음용하기도 한다. 

 

'진로BBQ 4호점'도 오픈 초기에는 식당 전체를 한국식 바베큐 식당으로만 운영했지만, 게스트로바의 인기에 따라 최근 2층을 리모델링했다.

 

한국식 고깃집 진로BBQ 4호점에서 만난 김광욱(43) 대표는 "현재 베트남 전체에 4개 매장이 있다"며 "1, 3, 4호점은 하노이에 있고 2호점은 박린 지역에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하노이 동다구에서 1호점을 낸 지는 7년이 됐다.

 

▲ 김광욱 진로BBQ 대표 / 하노이공동취재단

 

중국에서 10년 정도 요식업을 했던 김 대표는 10년 정도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나라를 찾다가 베트남으로 오게 됐다. 하노이에 온 그는 하이트진로에 먼저 '진로BBQ' 식당 아이디어 제안을 했다. 지금은 이름만 빌려 쓰고 있는 관계다.

 

김 대표에 따르면, 1·2·3호점은 99% 베트남 고객이고 하루 방문객은 100~200명, 주말에는 200명이 넘는 손님이 몰린다. 주요 고객은 20대 중후반의 여성 직장인이다. 4개 점포의 월평균 매출은 약 13억 동(한화 약 7000만 원)이며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은 1호점으로 평균 1억4700만 동(한화 약 8000만 원) 정도 한다. 

 

그는 "소주를 마시는 손님 중 70~80%는 과일소주를 고르고 20% 정도가 일반 소주를 주문한다"며 "처음에는 소맥이라는 말도 없어서 직접 전파하고자 노력했고 이제는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찾는 분이 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하노이에 5호점을 열 예정"이라며 "다만 하노이 외 지역에 점포를 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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