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플라스틱-③]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 나선 기업들

강도훈 기자 | 기사입력 2021/10/19 [11:49]

[행동하는 플라스틱-③]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 나선 기업들

강도훈 기자 | 입력 : 2021/10/19 [11:49]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폐기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가운데, 재활용뿐 아니라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개발에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쓰레기 대란’ 이후 플라스틱 용기 두께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고 사용량을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식문화(배달) 등이 증가하면서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사용량 줄이기와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감소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이 생분해(썩는)되는 시간은 적게는 500년으로 이마저도 분해되는데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을 때다. 세계 각국의 실험에서 플라스틱은 이미 생분해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있다.

 

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고아분해성, 녹말계, 첨가물 삽입을 통한 플라스틱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플라스틱은 다방면으로 재활용이 가능하고 자연 분해되는 시간도 보통 플라스틱에 비해 매우 짧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미지=Image Stock)

 

美 곡물 업체와 바이오 플라스틱 상업화 나선 LG화학

국제 규격 충족 PBIAT 상용화, EU진출 노리는 삼양사

볏짚에서 플라스틱 중간 원료 생산 효소 개발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LG화학은 글로벌 4대 메이저 곡물 가공 기업은 미국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와 손잡고 합작공장 설립에 나선다.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 상업화를 위해서다.

 

LG화학은 내년 1분기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연산 7만5천톤 규모의 PLA공장 및 이를 위한 LA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PLA 공장을 짓는 것은 LG화학이 최초다.

 

PLA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글루코스(포도당)를 발효·정제해 가공한 LA를 원료로 만드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100% 바이오 원료로 생산돼 주로 식품포장 용기, 식기류 등에 사용되며, 일정 조건에서 미생물 등에 의해 수개월 내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21년 12조원에서 2026년 34조원 규모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DM은 전세계 200여국에서 농작물 조달시설을 운영하는 글로벌 곡물 가공 기업으로 바이오케미칼(Biochemical)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인 ‘글루코스’ 생산능력과 이를 원료로 한 발효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이 완료되면 LG화학은 수직계열화 기반의 다양한 고부가 제품 개발에 재생 가능한 바이오 원료를 접목시킬 수 있게 되며, 상업적 규모의 고순도 젖산(Lactic Acid) 생산능력을 확보해 PLA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 (왼쪽부터) LG화학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과 티케이케미칼 김병기 대표이사가 지난 10일 LG트윈타워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LG화학 제공

 

LG화학은 PLA 생산을 기반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지속가능 전략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폐플라스틱 등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생분해성수지 상업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LG화학은 ADM과 지난 2019년 친환경 바이오 아크릴산(Acrylic Acid) 양산 기술 확보를 위한 공동개발계약(JDA)을 체결한 바 있으며, 당시 첫 협력을 통해 이번 PLA 합작공장 설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삼양사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PBIAT’ 본격 상업화에 나선다. 삼양사는 ‘이소소르비드’를 활용해 독자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양산에 착수하며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바이오 소재로 기존 화학 소재를 대체해 플라스틱을 비롯 도료, 접착제 등의 생산에 쓰인다.

 

삼양사는 전주공장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PBIAT’ 양산을 시작했다. 삼양사가 생산한 PBIAT는 일회용 봉투 생산에 사용되며 향후 농업용 멀칭 필름(잡초, 수분 관리 목적으로 토양 표면을 덮는 필름)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PBIAT(Poly Butylene Isosorbide Adipate-co-Terephthalate)는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기존의 석유 유래 생분해성 플라스틱 ‘PBAT’의 단점을 개선한 친환경 플라스틱이다. 바이오 소재인 이소소르비드를 함유해 PBAT 대비 탄소중립적이며 토양에서의 자연 분해 속도도 빠르다. 또, PBAT보다 강하고 질겨 더 적은 양의 원료로 PBAT보다 얇고 질긴 제품을 만들 수 있어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여준다.

 

▲ 삼양사는 이소소르비드 원료로 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 삼양사 제공

 

삼양사는 PBIAT의 뛰어난 물성과 높은 친환경성을 앞세워 PBAT를 비롯한 일반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대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양사는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필름 형태 용도 외에도 일회용 생분해성 빨대, 테이프용 접착제 등으로 시장 확장을 검토 중이다.

 

PBIAT는 EU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규제 조건을 충족해 EU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유럽 지역은 바이오매스 함량이 50%를 넘어야만 일회용 비닐 봉투로 사용할 수 있다. 삼양사는 현재 최대 50%의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PBIAT 생산이 가능하며 바이오매스 함량 제고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

 

삼양사는 지난 2014년 세계 두 번째로 이소소르비드 상업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관계사인 삼양이노켐 공장 부지 내에 연산 약 1만톤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공장을 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경북대학교 김경진 교수진이 개발한 ‘PET 플라스틱 생분해’ 관련 기술이전 계약과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경진 교수는 생명자원에서 발굴한 효소를 개량하고 이를 이용해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유색 PET 조각까지도 100% PET 원료로 재생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농업폐기물(볏짚, 옥수수속대)로부터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플라스틱의 중간 원료인 4-hydroxyvaleric acid(4-하이드록시 발레르산)를 생산하는 신규 효소 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광주바이오에너지연구개발센터 민경선 박사 연구진은 구조 기반 분자 모델링 및 단백질 공학을 통해 개량된 신규 효소를 적용해 볏짚, 식용 불가능한 옥수수대와 같은 비식용성 농업폐기물을 활용해 바이오항공유, 바이오플라스틱의 중간 원료인 4-하이드록시 발레르산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공정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농업폐기물에서 4-하이드록시 발레르산을 생산하는 공정은 루테늄 기반 화학 촉매를 사용하는 방법이 유일했으나, 이번 연구에서 최초로 효소 기반 바이오 공정을 개발했다. 4-하이드록시 발레르산은 작용기 변경, 중합과정 등을 거쳐 바이오항공유 또는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개발한 효소는 기존 경쟁 기술인 루테늄 기반 화학촉매에 비해 반응온도와 에너지 요구량이 낮고 고압의 외부 수소공급 없이 바이오매스 산처리 과정에서 레불린산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개미산을 통해 수소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화학촉매와 달리 광학선택적으로 4-하이드록시 발레르산을 생산할 수 있어 수소, 전기가 대신하기 어려운 바이오항공유 뿐 아니라 고부가 물질인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의약품(백혈병 치료제) 시장에도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식량 자원에 비해 원가가 저렴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비식용성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고부가 물질 생산과 이산화탄소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효소를 구조 기반 계산 과학을 통해 개량 후 실제 농업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공정에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문화저널21 강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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