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 칼럼] 이낙연의 전직대통령 사면론은 정치적 뜬금포

송금호 | 기사입력 2021/01/04 [08:37]

[송금호 칼럼] 이낙연의 전직대통령 사면론은 정치적 뜬금포

송금호 | 입력 : 2021/01/04 [08:37]

전두환을 사면(赦免)하고서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화합과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는가?

 

결코 아니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에 의해 수차례 검찰에 고발됐지만 검찰은 '기소유예''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법이 제정되고, 우여곡절을 거쳐 검찰이 수사를 벌인 끝에 내란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국민화합이라는 명목으로 확정 판결 8개월 여 만에 특별사면, 석방됐다. 수많은 광주시민을 죽이고, 시신을 암매장하고 불태워 버리는 등 반인륜범죄를 저질렀지만 곧 사면을 받아버린 전두환은 지금 어떤가?

 

그는 독사처럼 고개를 빳빳이 처 들고, "나는 죄가 없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면서, 뻔한 사실도 부정하면서 오히려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헬기사격은 물론 5.18항쟁 때 광주에 간 사실조차 부인하는 전두환의 뻔뻔함이 사람들의 가슴을 치게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위는 물론이고 엄연한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시 진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화해라는 명목을 앞세워 납득 할수 없는 사면을 해 준 정치행위의 결과다.

 

지금 여당 대표의 입에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赦免)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 화합과 미래를 위해서란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의 사면 거론은 그가 사면을 건의할 자격의 유무를 떠나 '뜬금없다'는 냉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면은 정치적인 것이지만 분명히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다. 사면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되고, 국가와 사회, 모든 국민에게 이로워야 한다. 또 사면으로 특정인 누군가 정치적 이득을 얻어서는 안 된다. 퇴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 자신의 측근들을 줄줄이 사면해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에서 우리는 후안무치한 '정치 인간'의 모습을 보고있다. 그런 '염치없는 사면'을 하고 있는 트럼프도 아마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사면의 동기와 이유는 순수해야하고, 정치적 저의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의 사면 건의는 매우 부적절하다. 이 대표의 사면 거론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이런 발언이 자신의 대권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면 건의와는 별개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부당하다. 우리나라의 사면은 원칙적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야 한다. 무죄의 다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 명의 대통령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한 명의 대통령은 형이 확정됐지만 병을 핑계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제대로 된 죄값을 치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면 운운하는 것은 국가형벌의 체계와 엄정함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박해를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사면이 법률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는 것과 함께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사면대상자 본인의 태도다. 대통령을 지냈지만, 법치국가의 일원으로 엄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놓고도 사법부의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면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지만 국가의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법률에 근거한 사면을 하는데, 그 대상자가 헌법에 근거한 사법부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면이라는 법률행위도 앞뒤가 맞지 않고 어긋난다.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론이 분열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화합은 시급하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한 생존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단합이 필요하고, 그래서 국민들의 협조와 화합을 위한 상생의 조치는 심각히 고려해야한다.

 

그렇더라도 법치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무작정 사면을 해서는 안 된다. 특정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면도 안 된다. 동기와 이유도 순수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하는 합리적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 사면이 아니면 자칫 더 큰 정치적 혼란과 분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전두환 씨처럼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집단을 방패삼아 대한민국 분열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죄의 유무 판단이 사법부의 몫을 떠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연한 개인 범죄로 처벌을 받으면서도 정치적 탄압, 또는 정치적 행위라고 강변한다. 그러면 그가 속한 집단, 즉 진보나 보수 또는 종교적 집단에서는 그를 자신들의 보자기안에 싸안고 돈다. 지금 때 아닌 사면론이 거론되는 두 전직 대통령도 다름 아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행위 판단이 법률이나 도덕에 의하지 않고, 정치 진영 논리나 특정집단의 독선적인 논리로 판단되어 진다면, 우리는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혼란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물질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정신문명이 후퇴하고 피폐해진다면 사람사는 세상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사면(赦免)은 이성(理性)으로 판단해야 한다.

 

송금호 문화저널21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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