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27명에게 빛을 준 故김유나 학생 부모님의 거룩한 선택

“유나의 심장이 어딘가서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뻐”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6/01/29 [09:28]

[Focus] 27명에게 빛을 준 故김유나 학생 부모님의 거룩한 선택

“유나의 심장이 어딘가서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뻐”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6/01/29 [09:28]

[문화저널21=박영주 기자] “오늘 유나의 심장은 다른 이에게 이식되면서 숨을 쉬겠지, 그래도 어딘가에서 유나가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쁠 것 같다”

 

사랑하는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판정을 받았을 때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딸의 장기기증을 선뜻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었음에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딸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선뜻 장기기증을 결정한 부모님의 선택 덕분에 전 세계의 27명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김유나(19) 양은 제주도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크리스천 아카데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유나 양의 장래희망은 스튜어디스.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던 어린 소녀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유나 양이 전해준 생명과 따뜻한 마음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을 것이다.

 

유나 양의 선행에 모두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누구보다 가슴 찢어지게 울고 있을 사람은 유나 양의 부모님일 것이다. 유나 양 만큼이나 선한 마음을 가진 어머니의 편지가 퍼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유나야 힘내봐.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시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유나 양이 여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여동생은 다리 골절에 그쳤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던 김 양은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나양의 어머니인 이선경(45)씨는 딸에게 쓴 편지를 통해 “사고 전날 아빠가 너랑 카톡했다 하길래 전화하려다가 네가 다음날 테스트 2개 본다며 무지 바쁘다길래 전화 안했는데 사고 당일 시험도 못보고 이렇게 돼 버렸네”라며 “항상 앞좌석 타고 가다가 웬일로 뒷좌석 앉았어. 동생 다치는 거 대신 네가 다쳤나보다. 동생을 지키려고”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힘들다는 엄마에게 한국 와서 하소연 듣고 엄마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하던 착한 딸. 그런 딸의 사고 소식에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아가는 어머니의 두려운 마음과 안타까움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불구라도 좋으니, 눈동자라도 떠있어 바라만 봐도 좋겠다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은 두려움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지인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나양은 지난 24일 새벽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았다. 

 

엄마 아빠 잘했지…사랑한다 유나야

 

딸을 보내기로 결심한 어머니는 딸에게 쓴 편지를 통해 “엄마 아빠 잘했지”라며 “유나가 제대로 부활의 삶을 실천하는 거 같다. 성당 가는 거 너무나 좋아했던 너였기에 이 또한 너의 장기로 새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유나가 어디선가 숨 쉬고 있을 수 있다는 게”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아빠랑 모든 식구들이 너를 보내주기로 결심해서 너를 바라보고 있는데 조용히 아빠가 와서 그러더라 ‘여보, 우리 유나 장기기증…’ 이렇게 어렵게 말하는데 엄마는 망설이지 않았어. 나도 그 생각했는데 미안해서 말 못하고 있었다고 그렇게 하자고 바로 답했다”고 전했다.

 

평소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딸이 원할 것이라며 장기기증을 선택했지만 이는 부모로서 무척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딸에게의 미안함과 사랑은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선경 씨는 편지에서 “이렇게 보내서 미안하다”며 “천국에서 모든 미련 다 버리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생 민정, 준엽이 항상 기억해야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너를 위해 기도해주신 성당 신부님 수녀님 모든 지인 분들과 한국친구들, 미국에 널 아는 교회 목사님, 교회 관계자들 학교장선생님과 너랑 2년 가까이 지내 왔던 친구들 잊지 마라. 엄마는 늘 널 위해 기도한다. 사랑한다 유나야. 사랑해”라는 말로 딸에게 전하는 말을 마쳤다.

 

왜 하늘은 착한 사람을 빨리 데려가느냐는 물음에 누군가 그랬다. 꽃밭에 가서 꽃을 가져오고 싶을 때 어떤 꽃을 먼저 꺾냐고.

 

꽃다운 19살, 누구보다 아름다운 꽃이었던 유나 양의 희생으로 27명은 다시 삶의 희망을 얻게 됐다. 유나양의 장례식은 다음 달 6일 제주시 노형성당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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