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에서 지난 5월 말 발굴조사 중 발견한 통일신라 대형 마애불상의 상호(相好 : 부처님의 얼굴)와 전체 모습을 마침내 확인하였다.
이 불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460cm, 발아래 연화대좌가 100cm로, 전체 높이가 560cm에 이르는 대형 마애불이다. 육계(肉髻 :부처의 정수리에 불룩 솟아오른 부분)가 높고 민머리[素髮]이며, 타원형의 얼굴에는 오뚝하게 솟은 코와 아래로 내리뜬 길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도톰하고 부드럽게 처리된 입술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귀는 발제선(髮際線 : 머리털이 난 끝선)에서 어깨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며, 평면적으로 처리되어 있는 등, 유사 예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목에는 삼도(三道)가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어깨는 넓고, 가슴은 펴고 있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마애불은 약 4등신(等身)으로 몸에 비하여 머리부분이 크게 표현되어 있어 예불하는 사람이 마애불을 우러러 볼 때의 비례감을 고려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잘 나타내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 불교조각사에서 볼 때, 이 마애불의 볼륨 있는 상호와 날카로운 눈매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은 통일신라 불상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불상의 수인은 통상적인 형식과는 비교되는 특이한 것으로, 지금까지 남산 왕정골(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하여 몇 예만이 확인된 바 있다. 이상의 특징으로 보아 열암곡 마애불은 8세기 후반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삼화령 삼존불, 배리 삼체불, 석굴암 본존불로 이어지는 신라 불상의 큰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땅속에 거의 묻혀있는 형태로 약 1,30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손상되지 않고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지닌 마애불이라는 점 또한 이 불상의 발견이 지니는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copyright ⓒ 문화저널21 www.mhj21.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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