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인천의 겨울 저녁 경서도민요로 후끈 달아 올라

“유춘랑의 경서도민요 발표회” 열려

김영조 | 기사입력 2009/12/26 [11:12]

2009 인천의 겨울 저녁 경서도민요로 후끈 달아 올라

“유춘랑의 경서도민요 발표회” 열려

김영조 | 입력 : 2009/12/26 [11:12]

다정스레 소리를 하는 유춘랑(왼쪽), 유지숙 명창     © 임승규
   

"요놈의 종자야 네올줄 알구, 썩은 새끼로 문걸구 잤구나
일하든 오금에 잠이나 자갔디(지), 재넘어 털털 뭘하레 왔음나
시집에 살이는 할디(지) 말디(지) 한데, 호박에 박 넝쿨 지붕을 넘누나“


위 노래는 서도민요의 원조라 하는 긴난봉가의 한 대목이다. 이 긴난봉가가 2009년 12월 20일 늦은 4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유춘랑, 유지숙 두 자매 명창의 소리로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 

서도민요란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는 민요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민요가 북녘 것이란 이유 때문인지 계승하는 사람도 적고 찾는 사람도 적었었다. 그런데 이 서도민요를 계승하고 이 시대에 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천에서 활발한 활동의 하는 유춘랑 명창과 그의 동생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이 바로 그들이다. 

이날 공연은 먼저 유춘랑, 유지숙 자매의 수심가, 엮음수심가로 시작했다. 인생무상, 임에 대한 그리움, 관서지방의 아름다운 정경을 노래한 수심가는 자매의 청아한 목소리에 실려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입을 맞춰서인지 그들의 호흡은 기가 막힐 정도였고, 서도민요의 진수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위부터 인천지방무형문화재 경기12잡가 예능보유자 이순희와 제자들의 제비가 공연 모습 / 유춘랑 명창이 지도한 동구어린이예술단의 제비가 공연 / 김미숙, 박인희, 이경란, 이민영, 이혜은 씨의 흥춤 ©임승규

이어 인천지방무형문화재 경기12잡가 예능보유자 이순희가 제자들과 함께 특별 출연 “제비가”를 불러 자리를 빛내주었고, 유춘랑 명창이 지도하는 동국어린이예술단이 “장기타령”을 부르는 깜찍한 모습은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매방류 기본춤을 바탕으로 구성된 흥춤을 보여주었고, 유춘랑과 19명의 제자들이 “서도산타령”을 불러주었다. 1부 마지막 공연으로는 이나라, 장효선, 박은혜, 이유선, 이미리 등 젊은 소리꾼들이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굼베타령과 투전풀이를 불러 폭소를 자아냈다. 굼베타령과 투전풀이의 재미있는 가사에 더해 익살스러운 몸짓은 서도민요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부가 시작되자 유춘랑 명창이 젊은 소리꾼들과 함께 특이한 목을 쓰는 데가 많아서 어렵다는 “서도영변가”를 불렀고, 유주희의 까치발 딛는 장구춤이 이어졌다.
 
이나라, 장효선, 박은혜, 이유선, 이미리의 굼베타령과 투전풀이 / 유춘랑 명창과 제자들의 서도산타령 ⓒ임승규


이어 다시 유춘랑, 유지숙 자매 명창이 나와 황해도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흥겹게 불렀다는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을 불렀고, 동구어린이국악예술단 어린이들이 사물놀이를 신명나게 연주했다. 앞의 수심가에 이어 닮은 듯 다른 자매의 목소리는 한없는 매력을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유춘랑 명창 외 19명의 소리꾼이 청춘가, 태평가, 뱃노래 등 경기민요를 이어 불러 흥이 난 청중 일부는 무대 앞까지 나와 춤을 덩실덩실 추기도 했다. 그러자 노래가 끝난 뒤 청중들의 열띤 재청 소리에 자매는 다시 청춘가로 답을 해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멋진 마무리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춘랑 명창이 소리꾼 길로 들어 선지 어언 30여 년에 이른다. 어릴 때부터 소리와 함께 살아 왔지만 본격적인 소리공부는 남들 보다 약간 늦은 탓에 유 명창의 피나는 노력은 남들보다 수백, 수천이나 컸을 것이다. 그런 감정이 북받쳐서인지 공연 끝자락에 부름갈채(커튼콜)에 나와 인사말을 하던 중 유 명창은 눈시울을 글썽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위로와 격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2009 기축년을 마무리하는 12월 20일! 유춘랑 명창과 함께한 청춘가는 인천의 하늘로 높이 퍼져 나가 인천을 더욱 젊게 만들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비록 중앙무대는 아닐지라도 지방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땀과 정열을 쏟는 보석과 같은 유춘랑 명창과 같은 이들이 있어 한국의 국악은 외롭지 않고 그 미래는 찬란히 떠오르는 새해처럼 밝은 게 아닐까?
 
유춘랑, 이의숙, 이나라, 장효선, 우현조의 서도영변가 ©임승규

유주희 씨의 장구춤  ©임승규
유춘랑, 유지숙 명창의 서도민요 ©임승규
유춘랑 명창과 제자들의 경기민요  ©임승규
동구어린이예술단의 사물놀이 공연 ©임승규
부름갈채(커튼콜)에 답하는 유춘랑 명창과 출연자들  ©임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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