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계를 넘어" 이동욱의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도전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10/13 [16:38]

[인터뷰] "한계를 넘어" 이동욱의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도전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5/10/13 [16:38]

 서울 광나루 자전거공원에서 만난 이동욱 씨. © 최세진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26세에 무릎 위 절단 수술로 의족 착용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완성이 목표

 

이동욱 씨(부산 장애인종합복지관 근무)

 

자전거 라이더라면 누구나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꿈꾼다. 대한민국의 국토(국토종주 자전거길 13개 코스)를 완주한 라이더에게 부여하는 명예다. 철저한 준비와 체력 관리,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이 과정을 의족을 착용한 채 묵묵히 도전하는 이동욱 씨를 만났다.

 

추석 연휴를 앞둔 10월 2일 오후 3시, 라이딩에 나선 필자는 서울 광나루 자전거공원 인증센터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이날 이동욱(38) 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쪽으로 의족을 착용한 채, 묵묵히 자전거를 세우고 인증 도장을 찍고 있었다. 그는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거주하며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였다.

 

그는 "제주도 환상길을 완주했고 내년엔 한강·낙동강·안동댐을 거쳐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 이동욱 씨의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수첩.  © 최세진

 

그랜드슬램을 위해선 국토종주 자전거길 13개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종주와 아라 서해갑문~낙동강 하구둑까지의 국토종주, 그리고 섬진강, 제주도, 동해안, 오천·새재, 남한강, 북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동해안(경북·강원) 등이다.

 

이 씨는 "한강길은 이제 시작이에요. 내일은 여주를 지나 충주, 안동까지 갈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그의 목소리엔 미세한 떨림이 있었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확신의 떨림이었다. 26세라는 이른 나이에 절단 수술을 하고 재수술도 10여 차례나 견뎌낸 그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는 두 번째 다리였다.

 

이동욱 씨는 현재 부산의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장애인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가능하면 집 밖으로 나오세요.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인생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 이동욱 씨(왼쪽)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 최세진

 

그날 광나루의 하늘은 유난히 높고 청명했다. 그는 필자와의 짧은 대화를 마친 뒤 천천히 페달을 밟아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그의 뒷모습은 결코 느리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다면, 저는 여전히 달리고 있는 겁니다"라는 그의 한마디가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문득 지난 세월을 떠올렸다. 필자는 싸이클을 탄 지 20년이 돼 간다. 새벽 안개 속에서, 비 오는 강변길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한계를 이겨냈다. 그 과정 속에서 쇄골뼈가 조각나고 손가락 뼈가 부서지는 등 세 번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다. 

 

긴 회복의 시간 동안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나는 깨달았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살아간다는 것임을. 그래서일까. 그의 의족이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영혼의 울림을 느꼈다. 그의 싸이클은 '극복의 상징'이었다.

 

이동욱 씨의 국토종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완주했다. 그의 의족은 불편함의 상징이 아니라, 희망의 깃발이다. 삶이 우리를 흔들어도 멈추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의족은 나의 불편이 아니라, 나의 자유입니다" 그의 말은 곧, 우리 모두를 향한 격려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 인터뷰 : 최세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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