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죽음을 앞둔 석학이 남긴 마지막 인터뷰 속에서 위로의 언어를 담은 책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히려 인간과 사회의 미래를 향한 치열한 사유를 만나게 됩니다. ‘디지로그’라는 하이퍼텍스트를 창조한 대한민국 지성사의 큰 족적을 남긴 이어령 선생은, 생의 끝자락에서조차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를 이야기했습니다.
이 책은 총 1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생과 죽음, 자기성찰, 사랑, 용서, 지혜, 관계, 자연, 리더십 등 삶의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에게 던지는 사명과 과제로 읽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어령 선생은 21세기의 주체로서 집단에 순응하는 개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주도하는 21세기형 인간을 주목합니다. 추천인은 이를 초개인(Hyper Individual)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독서토론에서는 선생이 강조한 ‘초개인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에 주목합니다. 선생님은 초개인으로 재탄생한 지금의 나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남깁니다.
첫째, 자기 생각(Text, 說)을 가져라. 단순히 타인의 관념을 반복하지 말고, 스스로 사고하고 발화하라. 둘째, 작은 질문과 섬세한 관찰로 세상을 보라. 큰 담론에 묻히기보다 미세한 차이를 읽어내는 감각이 중요하다. 관심이 관찰을 낳고, 관찰이 관계를 만든다. 셋째, 사회적 위치와 목표를 인식하라. 독립적이되 고립되지 말고, 스스로의 자리를 자각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스토리라는 무늬를 만들지 못하면 삶(life)이 아닌 단순한 생존(living)이 될 뿐이다. 동시에 그는 경고합니다. 초개인이 자기 생각을 절대화하여 곧바로 신념으로 고착화하는 순간, 그것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따라서 초개인은 사유의 개방성을 유지하며, 자기 자신의 순수한 루트값(√)인 ‘자기다움’을 찾아내고, 이를 고도화하는 과정 속에 머물러야 합니다.
결국 이어령 선생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초개인으로서 가치 있는 길을 걸으라. 그리고 자신의 삶을 무문석처럼 흔적 없는 돌로 남기지 말고, 화문석처럼 고유한 무늬와 이야기를 남기라. 그것이 곧 자기 삶의 스토리화이며, 남은 이들에게 건네는 유언입니다. 학생부군신위! 묘비에 평생을 배우기만 하다 간 자로서 ‘학생’으로 역사속에 잊혀질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자신의 역량을 발현시켜 묘비에 자신의 족적을 남겨 세상이 기억하게 할 것인가? 이를 가르는 책이 바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개인의 성찰을 넘어, 초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방향성과 철학적 용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펫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박항준 북칼럼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