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착한 벌레 / 최종천

서대선 | 기사입력 2025/08/18 [09:54]

[이 아침의 시] 착한 벌레 / 최종천

서대선 | 입력 : 2025/08/18 [09:54]

 

착한 벌레

 

아파트 뒤 주말농장에는 팻말이 서 있다.

“농약 많이 쳤으니 따가지 마시오.”

사실 나는 농약을 치지 않은 들깻잎을 따러 

주말농장에 온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깻잎을 아주 조금만 먹고 있는 벌레가 있다

농약을 많이 쳤다는 것은 거짓말이군!

그러나 참 애교 있지 않느냐! 푸른 하늘아,

농사를 짓는 이도 농약을 치지 않은 깻잎을 먹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혹시 농약을 쳤는지 모르니

벌레가 먹다 남은 잎만 따볼까?

벌레와 같이 밥을 먹어 볼까!

벌레는 착하다, 표정 없는 굳은 얼굴에 

벌레 한 마리 얹어놓아보라,

얼굴이 꿈틀거릴 것이다, 웃어보아라!

벌레처럼 가슴을 펴고

 

# 소낙비 지나간 오후, 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내려갔다. 비 쏟아지던 시간, 나무이파리 뒤에 숨어 비를 피했던 나비와 나방이들이 분주하게 텃밭과 꽃들 주변을 날고 있다. 텃밭은 나비가 될 애벌레도 나방이 될 애벌레도 열심히 이파리들을 갉아 먹고 있었는지, 가지 이파리도 깻잎 이파리도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ㄴ자 모양으로 꼬부라진 가지를 두 개 따서 바구니에 넣고, 깻잎을 살펴보았다. 아마도 깻잎말이명나방과 깍지벌레가 드나드는 모양이다. 깻잎을 뒤집어 보고 뒷면이 깨끗한 이파리로 골라 따며, ‘벌레도 먹고, 나도 먹고’ 중얼거리니, 마치 벌레와 한 식솔이라도 된 것 같았다. 

    

‘곤충들은 식물을 전화처럼 이용한다’. 식물을 먹는 땅속 곤충과 땅위의 곤충이 식물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을 매개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이파리를 갉아 먹는 벌레가 있는 식물의 뿌리에는 대개 벌레가 적다고 한다. 반대로 뿌리를 갉아 먹는 벌레가 있으면, 그 식물의 잎을 먹는 벌레는 적다. 잎을 먹는 벌레는 마치 땅속 벌레와 ‘전화 통화’를 한 듯이 이미 ‘주인’이 있는 식물은 피하고 비어있는 식물을 고른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이 먹이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곤충들은 알고 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의 입장에서도 잎과 뿌리를 동시에 공격당하는 것보다는 한쪽만을 내어 줌으로써 꽃가루받이도 할 수 있고, 생명이 다했을 때, 곱게 분해 되어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식물들은 나름대로 생태 균형을 지키려 스스로 화학물질을 만들어 벌레의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식물들과 공생하는 곤충과 벌레들의 삶이 지구의 먹이사슬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식물과 벌레와 공생의 생존방식을 무너뜨리는 것은 누구일까? 바로 우리 인간이다. 개발 명목으로 수 십 만 평의 숲을 단번에 갈아엎기도 하고, 자연의 생태계 균형을 깊이 생각지 않고 인간이 선호하는 농작물을 대량 재배한다. 그것도 대단위 농지에 단일 작물을 지속적으로 재배한다. 이렇게 재배되는 식물들은 스스로 벌레나 균 등을 퇴치할 자생적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생력을 잃어버린 식물 대신 인간들이 살충제와 같은 독성 물질을 만들어 살포한다. 결국 이기적인 인간의 욕심으로 우리의 식탁은 잔류 농약의 피해로 부터 벗어나기 힘들어졌다. 

 

‘잔류농약’이란 농산물에 살포된 농약이 작물 체내에 부착해 증발이나 분해 등에 의해 감소하면서 잔류하거나 다른 물질로 변해 잔류하는 농약을 의미한다. 잔류농약은 그 자체의 독성 및 농약 분해 산물의 유독성과 발암성, 먹이사슬에 따른 생물농축 등으로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특히 작물에 남아 있는 농약은 식품 섭취, 피부 접촉, 대기 중 호흡을 통해 직접 인체 내로 흡수될 수 있다. 농약을 토양에 직접 뿌리지 않아도 농작물에 살포된 것이 토양으로 스며들게 되고, 결국 다시 농작물에 흡수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토양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에 영향을 주어 토양 생태계를 변화시켜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낮은 단계인 미생물부터 상위 단계 생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농약 살포로 인한 지하수 오염도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2021년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전 세계 농지의 64%(약 2,450만 km²)가 하나 이상의 농약에 오염되어 있으며, 이 중 31%는 높은 위험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농약 자체가 사람에게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다고 밝히며, ‘암, 생식, 면역, 신경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우리나라 식품안전처는 ‘농약 최대 잔류 허용량(MRI, Maximum Residue Limit)’을 정하고 있다. 이는 식품에 함유된 농약의 잔류량이 평생 그 식품을 섭취해도 인체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 수준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섭취하는 농산물 잔류농약 수치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와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약제 개발에도 힘써야 하리라.

 

“농약을 치지 않은 들깻잎을 따러/주말농장에 온” 시인은 “농약 많이 쳤으니 따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보고 농사지은 농작물을 타인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마음을 읽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깻잎을 아주 조금만 먹고 있는 벌레가 있다/농약을 많이 쳤다는 것은 거짓말이군!/

그러나 참 애교 있지 않느냐! 푸른 하늘아,” “그래도 혹시 농약을 쳤는지 모르니/벌레가 먹다 남은 잎만 따볼까?/벌레와 같이 밥을 먹어 볼까!/벌레는 착하다,” 그렇다. 사람은 거짓말해도 벌레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시인은 가식(假飾)과 “표정 없는 굳은 얼굴에/벌레 한 마리 얹어놓아보라,”고 권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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