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정치’로 변질된 민주주의…목소리 잃은 중도층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7/30 [00:57]

‘팬덤 정치’로 변질된 민주주의…목소리 잃은 중도층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7/30 [00:57]

양극화는 우리 정치권에서 풀지 못한 숙제이자, 각종 소셜미디어 등의 미디어구조 재편으로 되려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이념의 충돌을 넘어, 상대 진영에 대한 ‘정서적 혐오’가 일상화되며 일부 계층에서는 정치적인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이야기로 시작되는 정치참여는 정책에 대한 가부가 아닌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 혹은 정당이 낸 정책이냐 아니냐를 놓고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중도층은 나설 자리를 잃고 정치 참여는 목소리가 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의 책임’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대중 수준에서 정서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타협과 대화의 공간을 실질적으로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이상 우리는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이라기보다 ‘진영에 귀속된 팬덤’ 속에서 정치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한몫하고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추천 시스템(알고리즘)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최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나오는 “수준 미달의 질문” 등의 숏츠 영상이 양상되는 것도 전후 상황 맥락에 관계없이 짧은 컨텐츠로 팬덤에게 조회수를 올리려는 상업적 목적에 기반한다. 팬덤층은 해당 장면만을 이해하고 소비하면서 일부 왜곡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불필요한 감정을 소비하고 있다.

 

  © 문화저널21 DB

 

정치적 대립 아닌 ‘혐오’ 

팬덤정치로 변질된 정치공론

알고리즘이 만든 ‘에코챔버’, 극단적 정치 소비 부추긴다

 

보고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대중 수준에서 정서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타협과 대화의 공간을 실질적으로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이상 우리는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이라기보다 ‘진영에 귀속된 팬덤’ 속에서 정치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발표된 동아시아연구원 ‘양극화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이념 분포는 지난 2021년 대비 거의 차이가 없었으나,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호감 비율은 93.5%,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는 94.6%에 달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있다. 유튜브는 지난 탄핵 국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플랫폼 중 하나인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다양성이나 정치적 균형이 아닌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어 사고의 편향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2024년 국내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뉴스 및 시사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가운데 유튜브가 60.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알고리즘이 특정 성향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함으로써 사용자는 ‘필터버블’과 ‘에코챔버’라는 정보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이용자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동일한 주장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고, 반대 의견이나 다른 시각은 자연스럽게 차단된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진보성향 이용자는 진보 채널만, 보수성향 이용자는 보수 채널만 노출되는 구조는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도 누구나 확인가능한 부분이다. 알고리즘이 촉발하는 확증편향은 단지 개개인의 신념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는 “보수나 진보 어느 쪽이든 정치성향이 강할수록 알고리즘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정치적 태도가 더욱 극단화되고, 반대 진영에 대한 혐오감도 함께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문화저널21 DB

 

‘자율규제’ 한계… 법적 규제 본격 논의 시급

국회, 입법 과제 구체화…“투명성·책임성 제도화 필요”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공유되며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알고리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은 없고, 방송통신위원회의 ‘AI 기반 미디어 추천 가이드라인’이 자율규제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EU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 개입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알고리즘의 투명성 보장, 이용자 선택권 보장, 위험성 평가 및 완화조치 의무를 법제화했다. 특히 유튜브·틱톡 같은 ‘초대형 플랫폼’에는 더 높은 수준의 규제와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국내에 부분적으로 적용한다면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추천 기준을 이용자에게 공개 ▲이용자가 알고리즘을 수정, 중단할 수 있는 기능 제공 ▲이들 법을 위반할 경우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법적 장치 마련 등이 있을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알고리즘 추천서비스의 운영은 단순히 시장 차원에서만 판단할 수 없으며, 공적 영역에 미치는 역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상업적 목적으로 작동되는 온라인플랫폼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개인의 정보 선택을 조정하고, 시민의 정치적 성향과 신념, 나아가 사회적 담론 형성을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 마련을 위해 조속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