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發 공장수술 ‘의료법 흔들기’ 내막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7/22 [15:44]

연세사랑병원發 공장수술 ‘의료법 흔들기’ 내막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5/07/22 [15:44]

 

언론에 공장식 수술현장 공개한 연세사랑병원

일각에서는 “의료법 기준 바꾸려는 과감한 시도”

 

연세사랑병원 대리수술 사태로 촉발된 공장식 수술방 운영에 대한 ‘의료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재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병원의 대리수술 문제를 떠나 한국 의료제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장식 수술방 운영’의 법적 기준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은 지난해 영업사원에게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수술케 하고,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병원으로 공장식수술방 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제2호, 제27조 제1항, 제88조 제1호, 제22조 제3항, 형법 제30조, 제37조, 제38조에 대한 위반행위로 기소된 상태다.

 

문제는 연세사랑병원이 대리수술에 대한 방어권 행사 과정에서 ‘공장식 수술방 운영’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세사랑병원은 왜 대리수술이 아닌 공장식수술방 운영의 정당성을 외치기 시작했을까? 앞서 국정감사 등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당 병원장은 1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을 자신 혼자 1년에 약 4천건 이라는 전세계에 전무후무한 의료기록을 남기면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백억대의 수술비 등을 수령받았다.

 

그런데, 4천건이라는 수술은 의사 1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로, 일단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판부에 어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연세사랑병원의 공장식 수술방 운영을 집중 보도하고 있는 언론기사들 / 뉴스 갈무리

 

복수 언론사 기자 초대해 ‘공장식 수술방’ 공개

공장식 수술, 의료공백 메운 어벤저스로 둔갑

 

“집도의를 중심으로 5~6명씩 팀을 이뤄 13개 수술방에 번갈아 투입되어 물 흐르듯이 수술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된다. 연세사랑병원은 집도의가 인공 관절 수술을 시작해 중요 수술 과정이 끝나는 시간이 1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실제로 눈으로 확인했다.” 일간지 언론보도 갈무리 (2025년 2월)

 

해당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연세사랑병원은 집도의를 중심으로 13개의 수술방을 번갈아가면서 수술을 진행하는 이른바 ‘공장식 수술방’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집도의는 2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에서 15분 가량 중요부위 수술을 마치고 옆방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한해 2500여건의 수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에서는 2시간 걸리는 수술이라고 명시했다.

 

공장식 수술방의 운영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몰론 연세사랑병원이 공장식 수술방의 운영으로 법정에 선 것은 아니다. 분명 영업사원의 수술방 투입과 진료기록부 조작 등의 혐의를 받는다. 다만, 공장식 수술방 운영의 정당성은 이들 범죄행위 소명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전제조건이다.

 

‘공장식 수술방’은 각종 드라마 등에서 대리수술 의사들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면이다. 특히 집도의가 수술의 과정에서 자리를 이탈해 다른 환자의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은 의료계 정서나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 지난 2020년 6월 1일 공중파 방송에 송출된 대리수술 장면, 대리수술 혐의를 받고 있는 서모 원장이 T사 소속 영업사원 2명과 스크럽간호사 1명과 함께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 2어시스트(T사 영업사원)는 석션(suction) 장치를 통해 환자의 피를 빨아드리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또 다른 1어시스트(T사 영업사원)은 리트렉터를 직접 거는 모습이 포착됐다. / 방송화면 갈무리

 

경찰 “9개 수술실 가용하며 공장식 운영”

검찰 ‘다른 의사와 함께 수술하다 집도의 이탈 상황’ 의료법 위반

전공의들 “집도의 수술방 오가는 행위 정당화 될 수 없어”

법조계 “책임 소재에서 문제 생길 것”

 

연세사랑병원 나홀로 “문제 없다”

 

연세사랑병원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공장식 수술방의 운영을 두고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의료계와 법조계는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앞서 경찰은 연세사랑병원을 두고 “9개의 수술실을 가용하며 공장식으로 (수술방을)운영했다”고 명시하고, 검찰도 기소장에서 “다른 의사들이 함께 수술을 진행하다가 피고인(병원장, 집도의)이 수술실을 이탈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진료기록부 등에는 집도의를 피고인으로 기재키로 했다”고 의료법위반 행위에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집도의가 일정부분 수술을 하고 해당 수술방을 이탈하게 되면 집도의로 표기해서는 안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계도 당연히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23년 “한 집도의가 세 개 이상의 방을 오가거나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을 방조하는 행위는 건강보험 저수가, 매출 증대 등을 이유로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대전협은 “썩어빠진 악습과 병폐를 방조하거나 적극적으로 체계화한 사람들이 버젓이 직함을 내걸고 어두운 면을 숨긴 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끄러운 의료계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의사들이 직접 나서 대리수술에 대한 불법 의료행위 발생을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만약 수술을 진행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률적으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는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의사가 수술 건당 2~5명 정도 투입됐다고 하던데 환자가 집도의를 병원장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행여 병원에서 편의상 2명 정도만 기재했다고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허위진료기록부 작성이 된다”고 말했다.

 

▲ 지난해 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에 대한 전수조사하고 병원과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모습   © 강영환 기자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수술’은 고위험 의료행위로 분류돼 그 집도의가 단일하게 책임을 지도록 설계돼 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법 해석은 국회나 법원의 몫인데, 피고인 신분의 병원이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수술 구조를 정당화하려는 방식은 법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공장식 수술이라는 구조 자체가 위법 여부를 떠나 윤리적으로 상당한 논란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현재 연세사랑병원의 영업사원 대리수술 외에도 공장식 수술이라는 구조 자체가 법적으로 용인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법원이 병원 측의 논리를 일부라도 수용한다면, 대중 인식과 법적 판단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 특히 환자 본인이 수술 책임자의 면허, 실제 참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술실 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법 해석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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